“왜 이 책을 번역한거야?” (류효상)

‘MVP머신’이 번역 된다고 했을때, 이 책을 원서로 사서 조금씩 읽던 야구관계자들의 생각에 큰 소용돌이가 일었다. 더불어 그 속마음에는 ‘왜?’ 라는 원망섞인 물음표가 크게 떠올랐다. ‘다른 야구책들은 잘 번역되지도 않는데…’ 같은 짜증도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모두 같은 말을 되뇌였을거다.

“왜 이 책을 번역한거야?”

벤 린드버그와 트래비스 소칙이 쓴 ‘MVP 머신’은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지금으로부터 햇수로는 3년 전. 무려 3년이나 지나 단물은 빠졌을 것 같은, 이 책의 번역이 왜 관계자들의 마음에 영향을 줬을까. 이 책의 대단함을 알기 위해서는 야구계에 변혁을 일으킨, ‘머니볼’의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다른 팀이 알지 못하는 ‘선수’와 ‘데이터’를 찾아내 팀의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머니볼’의 핵심이었다. 그 테이터 중에서도 ‘출루율’과 ‘OPS’를 강조했다. 많이 나가면, 점수를 낼 확률이 높고, 우리 팀이 잘 하건, 상대가 실수를 하건, 득점은 많아진다. 즉,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비대칭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팀의 핵심임을 알아차린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머니볼’ 이론이다.

단점도 명확했다. ‘머니볼’이론의 핵심멤버였던 폴 디포데스타가 말한 것처럼, ‘다른 팀이 따라하는 순간 힘들어진다’는 현실이 됐다. 많은 팀들이 ‘데이터’를 도입하고 해석했다. 새로운 사람들이 야구단내로 진입했고, 변화가 일어났다. 모두가 ‘비대칭 전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비대칭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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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MVP 머신’으로 돌아오자.

‘머니볼’이 야구단 내부로부터의 변혁이었다면, ‘MVP’머신’은 외부로부터의 혁명이다. 이 책은 메이저리거 트레버 바우어와 드라이브 라인이라는 사설 레슨장을 주인공과 무대로 삼았다. 책에서도 다루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화려한 무대는 없다. 외딴 곳, 별 볼일 없는 주변 환경, 그런 곳에서 혁명은 시작됐다.

‘머니볼’이 비대칭 전력의 구축을 다룬 것이었다면, 이 책은 육성에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선수의 성장에 관련한 얘기다. 그것도 타고난 재능이 아닌, 만들어질 수 있는, 길러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얘기다. 한국의 야구 관계자들이 이 책이 번역된다고 했을때, 머리 아파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만큼 확실히 미래로 가는 길을 보여준다.

어려움도 있다. 미국의 사설 레슨장이 갖춰 놓는 장비의 수준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책에 나온 드라이브 라인의 주변 환경은 별 볼일 없지만, 그 안의 장비들은 상당한 고가다. 물론 다른 팀 보다 먼저, 확실히 미래로 보내준다면, 장비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즉 사람이라고 책은 말한다.

‘머니볼’ 이후 야구와는 관계가 없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야구단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생을 ‘엘리트 야구’만을 해온 사람들과, 그와는 무관한 삶을 살던 사람들과의 간극은, 그저 밥 같이 먹고, 술 한 잔 한다고 메워질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MVP 머신’에서는 ‘도관’이라는 단어로 얘기하는, 중간 전달자. 즉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은 일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MVP 머신’과 같은, 바이오메카닉스(생체역학)를 기반으로 하는 선수 육성프로그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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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국내야구계에 들어오면서, 잘 활용하는 팀과, 잘 활용하는 척 하는 팀이 생겨났다. 아직도 외부 전문가가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해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에서조차 바이오메카닉스 기반의 성과는 구단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나온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현성(캔사스시티 스카우트)씨에게, ‘이 책 이후의 미국야구는 얼마나 더 발전한거냐’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 답은 이랬다. ‘3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에 소개된, 트레버 바우어, 리치 힐 등의 성공모델이 있지만, 쉽게 받아들이게 할 만큼, 녹록한 일이 아닐거다.

이 책은 미래로 가는 길은 보여줬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또 다른 길을 찾아낼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글 : 류효상 (야반도주 팟캐스트, 전 야구친구 CCO)

우리야구 7호 (2021년 5/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야반도주 유튜브와 팟캐스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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