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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플레이 안해?”

오랜만에 어린 아이들의 야구시합을 본다. 아직 몸에 맞지도 않는 헐렁한 유니폼을 입고 자기 얼굴보다도 커보이는 글러브를 끼고 고함을 치며 뛰어다니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시합이 시작되기 전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은 오늘의 승리를 다짐한다.

평범한 뜬공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아이들의 경기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공을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가하게 구경을 하는 나는 그 모습이 귀엽기만 하지만 아이들은 그 순간 온 우주와 싸우고 있다. 유심히 지켜보다 보니 실수를 하고 난 후에 두 팀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다.

한쪽 팀 아이들은 놓친 공을 쫓아가서 어떻게든 다음 플레이를 하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다른 팀 아이들은 에러를 하자 마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몸이 굳어 버린다. 평범한 좌익수 뜬공을 놓친 아이가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1루에 있던 주자가 3루까지 달려버린다. 그리고 선수는 벤치를 쳐다 본다.

“다음 플레이 안해?”

벤치로부터 나오는 고함소리에 선수의 표정은 더욱 얼어붙는다. 열중쉬어 자세로 이야기를 듣다가 이따금씩 “네! 네!” 하며 답을 한다. 저 선수는 코치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네!”라고 소리치는지 궁금해진다.

일전에 FC 바르셀로나에서 유소년 축구를 경험하고 오신 조세민 부산아이파크 유소년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축구에서 많이 하는 훈련 중 하나가 수비를 가운데에 두고 원을 만들어 볼을 돌리는 연습이다.

조세민 감독이 선수시절 이 연습을 할 때는 수비에게 볼을 빼앗기면 연습이 끝났다고 한다. 볼을 빼앗긴 선수가 수비수가 되어서 또 같은 연습을 반복하는 방식. 반면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는 볼을 돌리다가 수비에게 공을 빼앗겨도 바로 연습이 끝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볼을 돌리던 선수 모두 공을 빼앗은 수비수에게 달려가서 터치를 하는 것까지가 연습. 공을 뺏겨서 상대에게 역습을 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실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연습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접근법이다.

축구에서는 공을 빼앗긴 직후 다시 빼앗아 올 때 득점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고 한다. 실수를 했다고 연습을 끝내면 득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드는 연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수를 적극적으로 연습과정에 포함시켜 실수 후의 다음 플레이가 저절로 몸에 익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야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펼쳐진다. 야수의 에러로 주자가 한 베이스를 더 가다가 죽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안타를 맞은 투수가 백업을 제대로 하면 주자를 잡을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실수나 실패가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다음 플레이’를 늘 강조한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의 연습을 통해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경기 중의 말 한마디나 고함소리로 그런 플레이가 저절로 나올 리가 없다.

실수를 한 순간 선수는 어떤 경험을 했는가? 실수를 할 때마다 차렷 자세로 서서 감독, 코치에게 혼나는 경험을 반복한 선수는 당연히 실제 경기 상황에서도 몸과 마음이 얼어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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