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코칭

진정한 연결이 품고 있는 위대한 힘

아이가 자신의 세계로부터 빠져 나오기를 갈망하지 않고 먼저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부모의 힘으로 자폐를 벗어난 카우프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들 일어나다>라는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카우프만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부모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선라이즈son-ris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생각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자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주변에 못마땅한 사람이 있어 그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면 우선 ‘진정한 연결joining’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출처 : 미내사클럽 2001년 취산국제신과학심포지엄 강연록)

저는 아주 극심한 자폐증과 정신 지체아였습니다. IQ는 30미만이었고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을 뿐더러, 다른 사람이 나를 만지는 것도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접시를 돌린다든지 몸을 좌우로 흔든다든지 하면서 사람들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저는 제 세계 속에서 살았던 거죠. 저희 부모님은 이미 제 위로 정상적인 누나 둘이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아시고 의사에게 도움을 청했죠. 그러나 의사들은 평생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며 노력해 봤자 ‘겨우 숟가락으로 혼자 밥을 먹는 정도일 거다.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요.

저희 부모님은 절망하지 않고 저를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이 프로그램으로 제가 나을 때까지 3년 걸렸습니다. 저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자폐증에서 벗어났습니다. 저는 일반학교에 들어갔고 브라운 대학에 입학, 생의학 분야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의 제게 자폐증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모님은 의사나 세상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법을 모두 무시하고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지요. 왜냐하면 기존 방법은 전혀 효과가 없었으니까요. 본론에 앞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달장애아를 다루는 데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두 가지 실수를 태도와 전략면에서 지적 하고자 합니다.

먼저, 태도면에서의 실수는 그러한 아이들을 보고 ‘아, 참 비극이다. 안됐다’라고 생각하고 미리 단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손도 써보지 않고 이 아이들이 치유되지 않을 거라고 결정해 버리는 것이죠.

전략면에서의 실수는 무턱대고 이 아이들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 다시 말해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을 아이들의 행동 속에서 솎아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 하지 마라’ ‘그거 내려놔라’ 이런 식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프로그램화해서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려고 하지요. 아이들이 말을 들을 때까지 계속 반복하여 강요합니다.

그러나 선라이즈 프로그램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님과 우리가 양성한 전문가들에게 우리는 한결같이 ‘그 아이들의 세계로 기꺼이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 세계에서 아이와 관계를 맺고, 그 다음에 그 아이를 인도해서 우리 세계로 끌어내려는 의도에서죠. 전략과 전술, 태도에서 아주 다른 접근방법이지요.

이 프로그램은 그들의 세계로 초대하여 우리를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그런 다음에 거기서 우리가 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겁니다.

이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유대관계의 형성입니다.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영감을 주는 것이죠. 그 아이들에게 도전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쪽 세계로 와라’ ‘좀더 나아져라’ 이런 것들을 자극해 주는 것이죠. 이것은 사실 장애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관계의 형성, 즉 이들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을  조이닝(joining)라고 부르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이죠. 자폐아는 계속해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는 그들이 우리가 있는 사회와 연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자신의 세계 속에서 밖에 행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야만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하루 종일 접시를 돌렸는데 부모님은 접시를 빼앗지 않고 저와 같이 접시를 돌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아이가 하는 반복적인 나쁜 행동을 더 부추기거나 강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우리와 커뮤니케이션, 즉 교감하기를 원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들에게 ‘난 너에게 관심이 있어’ ‘난 너와 가까워지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지극정성으로 꾸준히 하게 되면 마침내 부모를 ‘쳐다보는’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눈을 맞추거나, 부모의 손을 만지는 등의 행동이 일어나면서 자신이 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아예 그만두거나 횟수가 줄어들게 되지요. 부모와 더 교감하기 위해 횟수를 줄이는 겁니다.

조이닝은 반복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행독 목적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 놀라운 사례가 있습니다.

젤이라는 자폐아는 하루 종일 레고를 갖고 놀았는데 우리의 안내로 젤의 아버지도 아들과 함께 레고를 가지고 놀았지요. 어느날 아이는 레고로 ‘L’ 자를 만들었는데 아버지도 같이 ‘L’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젤이 또 하나의 ‘L’를 만들자 아버지도 ‘L’자를 하나 더 만들었죠. 젤은 레고로 만든 두 ‘L’를 들어서 양쪽을 맞추어 네모를 만들며 방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아버지는 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똑같이 따라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자신의 그동안 몰랐던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젤은 두 개의 ‘L’로 만들어진 네모의 L가장자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레고의 표면에 빛이 비춰지자 자기의 얼굴이 넓게 나왔던 것이죠. 아버지는 그때 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와 목적을 깨달았죠. 그 순간 젤을 바라보자 젤은 레고를 내려놓고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쳐다본 것을 처음이었다는 겁니다. 젤의 아버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눈을 마주친 아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젤도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서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 놀라운 교감의 순간이 이루어지고 나 이후부터 그 아이는 레고를 덜 가지고 놀게 되었고,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기와 같이 레고 놀이를 하니까요. 그런 일이 있고 나 이후에도 함께 레고 놀이를 계속했지요. 그러면서 화장실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의 문이 열린 것이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에게 자꾸 무엇을 강요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성 친구나 아내, 남편,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합니다. 애초에 그 사람이 좋아서 관계를 맺은 것인데 그것을 잊어버리고 나중에는 자기 마음대로만 하고 싶어 합니다. 상대가 어떻게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이지요. 서로 교감하기 위해 관계를 맺었는데도 말입니다.

또 한 가지 원칙은 자폐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행위를 하도록 하고 그것을 통해 아이가 크도록 도와준다는 것이죠. 즉, 동기부여가 되면 훨씬 더 빨리 배우고 기억을 잘하게 됩니다. 우리들도 관심 있는 것을 더 빨리 배우지 않습니까? 그러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을 너무 많이 가르치려고 해요. 일단은 관심부터 가져야 합니다. 저희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할 때 그 아이가 가장 관심이 있는지 특별히 더 유심히 살펴보고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프로그램을 하시는 분 중에 아시아계의 어떤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분은 6개월 동안이나 자식의 기저귀를 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죠. 우리는 그 아이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계단을 만들어 변기에 붙여놓았지요. 그러나 그때부터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들은 대소변을 가리는 데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에 관심이 있는 것은 어른들이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긍정적인 태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잘못됐다, 나쁘다,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을 비극적이다 슬프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일단 아이들을 바꾸기 전에 이런 생각을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느낌을 자식이 다 나아서 갖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갖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낙관적인 태도는 이 아이들이 크게 발전하고 변할 수 있다는 믿는 것입니다. 이 아이가 ‘말할 수 없다’라고 믿고 있는데 어떻게 그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희망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바꿔주는 생명의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지 모릅니다. 그러나 미리 이렇게 못할 거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제 부모님은 제가 자폐아인 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그런 자세로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자폐아 자신들은 슬프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슬퍼하죠. 그래서 축복이라고 일단 생각하면 기분은 좋아집니다.

우리는 자폐아들을 돌보면서 그들이 자신에 대해서 주변에서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옆에서 불편하게 행동하면 이들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때문에 자폐아와 함께 있을 때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이런 자세는 우리와 교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직을 당한 사람, 부부싸움을 하는 사람등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이처럼 받아들이는 자세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빛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과 평화와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경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우주에서 불가능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간의 진정한 연결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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