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미안하다는 말
두산 베어스에 인스트럭터로 오신 구보 야스오씨께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구단 유튜브를 통해 보았습니다. 선수들의 타격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구보 야스오 인스트럭터는 그 문제를 경기 전에 명확하게 지침을 주지 않은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선수들에게 사과를 하시더군요. 선수의 문제를 코치인 자신의 문제로 삼는 태도,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진솔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사과에 인색한 문화입니다. 특히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코치가 선수에게 사과를 하는 경우를 좀처럼 보기가 어렵습니다.(반성!) 개인적으로는 처벌을 중시하고 실수에 관용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사과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 LA에서 The Ball Park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최원제 코치는 저스틴 터너의 코치로 널리 알려져 있는 덕 래타 코치와 연습을 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최원제 코치가 덕 래타 코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헤매고 있으면 선수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제대로 설명을 못해주어서 그런거라고 하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에서 최원제 코치는 덕 래타 코치의 책임감을 읽을 수 있었고 코치의 말을 더욱 신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코치와 선수의 대화가 비교적 스스럼 없이 이루어지는 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수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늘 있는 일이라는 농담섞인 이야기를 히어로즈의 모 코치님과 대화를 하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선수가 코치에게 의견을 구하는 문화이다 보니 타격을 마치고 들어오면 코치에게 다가와 피드백을 구하는 선수들이 히어로즈팀에는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는 코치님의 몸이 너무 안좋아서 선수들이 다가와 말을 거는게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선수에게 살짝 화를 내는 실수를 했다고 합니다. 감정을 추스리고 보니 자신이 한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서 선수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말을 건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솔한 태도로 미안하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태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따금씩 감정에 휩싸여 주변에 상처가 주는 말과 행동을 저지르곤 합니다.(특히 가까운 사이일 수록 그렇죠.) 때로는 잘하려고 했던 일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결과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정과 사과를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한 사람이 사과의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코치가 사과를 하는 모습을 접하는 선수들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생한 체험과 본보기로서 배우게 됩니다. 고의든 실수든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이런 배움이 경기장 안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야구는 실수와 실패로 가득찬 세상이니까요.
뉴스레터 33호 코치라운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