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무섭지 않아요! 야구가 재밌어요!” (성남 수진초 야구부)

<우리야구>가 아이들이 행복한 야구를 위해 노력하는 야구부를 찾아갑니다. 이번 호에서는 성남 수진초 야구부를 방문했습니다. 지난 9월 지도자 폭력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야구부는 혼란과 갈등 속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수진초 야구부는 아이들이 행복한 야구부,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야구부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편집자주)

전통의 야구부로 프로선수도 여러 명 배출했던 성남의 수진초 야구부는 현재 선수가 3명뿐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도자 폭력 사태로 감독이 사퇴하고, 어수선한 와중에 많은 선수들이 전학을 가거나 야구를 그만두었다. 10월에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을 때 남은 선수가 겨우 3명이었다.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다시 새로운 출발

하지만 신임 김정록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 속에 수진초 야구부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대학을 마친 뒤 고양원더스, 넥센히어로즈에서 선수 생활을 한 김 감독은 고등학교 야구부에서만 코치 생활을 했고 초등 야구부 지도자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열정은 물론 지도방향과 철학에서도 단단히 준비된 지도자다. 11월 10일 수진초 운동장에서 만난 김정록 감독은의 각오와 포부다.

“고등학교 학생들만 보다가 초등학생을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즉흥적인 스케줄로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야구를 즐기면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스케줄을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국야구를 바꾸기 위해 초등학교로 내려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과 좋은 습관, 좋은 루틴을 만들어 나간다면 어린 친구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또는 프로야구선수가 되었을 때 정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운동장에서 열심히 훈련 중인 3명의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표정 하나만 보더라도 얼마나 즐겁고 신나게 야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마음껏 방망이를 휘둘렀고, 펑고를 받을 때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감 있게 공을 처리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선수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5학년인 유승주, 정지훈과 4학년 이수겸 선수다.

“이제는 재밌게 야구 할래요”

–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수겸) 저는 배팅치는 거요! 잘 맞아서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보면 뿌듯해요. 내가 멋있다고나 할까.(하하하)

(정지훈) 손으로 하는 게 많아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가끔 연습은 힘들지만 재밌습니다.

(유승주)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한다는 게 재밌는 것 같습니다.

– 못하고 그러면 엄마 아빠가 잔소리 안 해요?

(유승주) 안 하십니다. 그런데 누나가 합니다.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를 누나가 막 합니다.

– 어떤 잔소리에요?

(유승주) 공부해라. 방 치워라. 핸드폰 그만 봐라…….

– 안 되겠네. 누나에게 한마디!

(유승주) 누나, 나한테 잔소리 좀 하지 마!

– 최근에 감독님이 바뀌었는데, 어떤가요? 감독님이 마음에 드나요?

(정지훈) 새로 오신 감독님이 저희들한테 장난도 많이 치시고, 훈련도 새로운 게 많고 재미있어요. 던지는 동작도 여러 가지 알려주시고. 앉아서 공 잡기 훈련 같은 것도 해서 지루하지 않아요. 이제는 재미있게 야구할 것 같습니다.

(이수겸)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나서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형들도 잘해 주고요. 우리 야구부는 실내연습장도 있고, 운동장도 좋아서 많은 친구들이 오면 좋겠습니다.

(유승주) 훈련을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도와주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현일 선수도 목요일마다 오셔서 가르쳐 주시고, 프로에 계신 송지만 코치님도 얼마 전에 오셔서 좋은 말씀 해주고 가셨어요. 감독님이 재능기부 행사도 많이 하니까 우리 학교 많이 놀러오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선수가 3명밖에 없지만 감독님을 믿고, 아이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믿고 운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야구를 부모들도 함께……

이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사람이 또 있었다. 부모님들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학부모들 역시 새로운 감독 부임과 함께 빨리 야구부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염원하고 있었다. 학부모 양은미씨와도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요즘 아이의 야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희 아이가 김정록 감독님과 함께 훈련을 하기 시작한 지 한 두 주쯤 되었을까요. TV를 보다가 아이가 가만히 이야기하더라고요. ‘엄마, 난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몰랐어. 예전엔 몰랐는데 우리 감독님께 배워보니 이렇게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도 있구나 싶어. 난 그 전에는 야구하는 게 좀 힘들고 무서웠는데…….’ 그 말을 들으며 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부모라고 아이의 마음을 다 아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아이를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를 이제는 진짜 좋아서 하는 아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더불어 저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가요?

“우선 아이의 웃음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목소리도 밝아졌고 훈련하는 걸 즐거워한다는 게 제게도 보입니다.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도 그 야구를 즐기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또 누군가에게 혼나기 싫어서 하던 운동이었다면 지금은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운동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 수진초 야구부 학부모서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의 가장 큰 바람은 야구부 부원들이 다 모집되는 것이겠지요. 저희 학부모들도 같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먼저 주말에 야구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저희도 블로그와 카페 활동, 학교 밴드 활동, 그리고 지역에 전단지와 및 포스터를 붙이면서 수진초 야구부를 알리면서 야구부 부원 모집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3명이지만 올 겨울을 거치면서 수진초 야구부가 정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야구, 즐거운 야구를 원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원하는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상담을 환영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야구를 수진초에서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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