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티드볼을 피칭훈련에 올바르게 적용하기 (톰하우스, 린제이 베라)
2010년 6월, 필자는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이 그랬듯, 존 이스너와 니콜라스 마위의 역사적인 테니스 매치를 시청했다. 윔블던에서 열린 이 경기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긴 경기였다.
두 선수의 매치는 3일에 거쳐 11시간 5분 동안 진행됐다. 8시간 11분이 걸린 마지막 세트만 따로 봐도 이전 최장경기 기록을 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길게 진행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테니스 선수들은 어떻게 긴 시간 동안 라켓을 스윙하면서도 팔에 문제가 없는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버핸드 서브 동작은 야구의 투구 동작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다른 면이 있다. 테니스 선수들은 스윙하는 동안 계속해서 라켓을 쥐고 있다. 이는 감속근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야구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날 때, 투수의 팔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에 더해지는 힘과 함께 급작스럽게 감속을 한다. 따라서 투수 어깨의 뒷부분은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투수가 감속근을 뒷전으로 한 채 가속근 훈련에만 집중한다.
야구에서 웨이티드볼 사용의 역사
앞서 말한 테니스 매치가 감속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맞으나 필자는 꾸준히 웨이티드볼 훈련에 대해 고심해왔다. 예전 양키스 경기 영상을 보면, 마리아노 리베라가 불펜에서 혹은 이닝 사이사이에 납으로 만든 공을 이용해 몸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공은 글렌 미켄스가 만든 것이다. 미켄스는 1950년대에 다저스에서 투수로 잠깐 활동한 후 1965년부터 1989년까지 UCLA대학에서 코치로 선수들을 가르쳤다.
다저스에서 기록적인 한 시즌 106경기를 소화한 투수 마이크 마샬은 16파운드짜리 투포환을 매일 20분 동안 외야에서 던지는 훈련을 했다. 이 때문에 경기장 관리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한, 등판하는 날이건 아니건, 매일 타격 연습 때 타자들에게 공을 던져주기도 했다. 마샬 박사는 박사 과정까지 마쳤으며 처음으로 웨이티드볼 훈련을 발전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필자는 하와이대학 신체 운동학 교수이자 야구 코치였던 쿱 디레인 박사와 함께 투구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1년 동안 전국 각각 다섯 개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함께 진행됐으며 웨이티드볼의 무게가 구속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이는 웨이티드볼에 대한 공식적인 첫 연구였다. 이 과정에서 야구공을 기준으로 20퍼센트 더 무겁게 혹은 더 가벼운 웨이티드볼로 훈련하는 방식을 발견했다. 완벽한 프로토콜을 가지고 진행하지는 않았으나 이 연구를 기반으로 ‘웨이트 트레이닝 구현하기 (Implement Weight Training)’라는 책을 출간 하기도 했다. 또한 이후에 ‘VIP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4온스(113g)짜리 초록색 공과 6온스(170g)짜리 검은색 공을 제품으로 판매했다.
필자의 커리어 막바지였던 2008년 즈음, 남가주대에서 웨이티드볼을 통한 어깨 내회전 결핍 (GIRD, glenohumeral rotation deficit) 회복 연구를 진행했다. 어떻게 하면 웨이티드볼을 이용해 어깨 내회전 결핍을 치료할 수 있을까를 찾던 도중,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은 연구의 프로토콜이 구속 상승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은 2011년에 버밍엄에 위치한 미국 스포츠 의학 연구소 (ASMI, American Sports Medicine Institute)에서 필자가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위플볼 (1온스, 28g), 테니스공(2온스, 56g), 혹은 미식축구공 (16온스, 453g) 같은 다양한 무게의 공을 힘껏 던지며 놀곤 했다.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웨이티드볼 훈련을 한셈이다. 따라서 웨이티드볼 훈련은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선수에게 맞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무게가 90kg인 사람이 무릎을 꿇고 공을 던지면 지면으로 전달하는 힘은 몸무게와 같은 90kg이다. 일어서서 스텝을 밟고 공을 던지면 지면으로 전달하는 힘은 몸무게의 두 배가 된다. 그리고 도움닫기를 해서 공을 던지면 몸무게의 4배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지면으로 전달하는 힘은 무려 몸무게에 6배에 달한다.
인간은 마운드처럼 경사진 지면이 아니라 평평한 지면에서 창을 이용해 사냥하며 진화를 해왔기에 경사진 면에서의 투구 동작은 인간의 몸에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몸은 몸무게의 6배에 달하는 무게를 견딜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운드에서는 무거운 공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던질 때 사용하는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은 구속 상승이 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엔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필자와 연구진은 가속근은 3개의 카테고리로 나뉘는 반면에 감속근은 겨우 두 개의 카테고리로 밖에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홀드’라는 방식의 훈련을 추가해 감속근을 조금 더 훈련함으로써 균형을 맞췄다. 이 훈련은 웨이티드볼을 던지는 대신 전반적인 투구 동작동안 공을 쥐고만 있는 방식이다. 이 연구는 웨이티드볼을 던지는 훈련보다는 쥐고만 있는 홀드 훈련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는데 이는 홀드 훈련이 관절 분리와 무리를 줄이고 근력을 발달시키며 관절의 완전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창 자라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에게 무거운 공을 던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근력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8살에서 12살 사이의 투수들은 6온스, 5온스, 4온스, 2온스짜리 웨이티드볼을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13살이 되었을 때, 1파운드(453g) 공으로 기술적인 힘을 기르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들은 각각 다른 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훈련 단계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13살 투수가 6온스(170g) 공을 버거워한다면 1온스 공으로 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 초반에는 홀드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며 관절 완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가 6온스 공을 이용해서 라커 드릴rocker drill을 안정적으로 하기 시작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
만약 메커니즘이 문제라면 수건을 이용한 훈련 같은 다양한 훈련 방식을 통해 신경학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가 구속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어깨 후면에 통증을 느낀다면 가속을 하는 만큼 감속을 해야 하는 것을 상기시켜 줘야 한다. 2파운드(906g) 공은 선수가 18살이 넘어 성인이 되었을 때 오직 근육을 증량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올바른 적용과 세심한 관찰이 열쇠다
웨이티드볼을 사용하는 것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웨이티드볼을 던질 때만 수집된 데이터나 런앤건, 혹은 네트에 공을 세게 던질 때 발생하는 부상에 대해서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는 선수의 몸이 아직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발생한다.
USC대학에서 진행한 연구는 어깨 내회전 결핍 (GIRD, glenohumeral rotation deficit)을 웨이티드볼을 쥐거나 던지는 방법을 이용해 바로잡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속 상승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훈련에도 안전히 접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훈련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웨이티드볼 훈련은 무릎을 꿇는 자세부터 시작한다. 무릎을 꿇고 2파운드. 1파운드, 6온스, 5온스. 4온스 2온스 공을 힘을 최대한으로 사용해 3번의 홀드 훈련과 2번의 던지는 훈련을 한다. 이거를 마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일어서서 던지는 훈련으로 넘어갈 수 없다.
무릎 꿇은 자세에서의 훈련이 익숙해지고 다양한 무게의 공을 사용해 공을 던짐에도 어깨에 무리가 없다면 감속근이 충분히 강하다는 뜻이다. 이후 같은 훈련 방식을 이용해 일어나서 스텝을 밟고 훈련을 하고 이것마저도 완벽히 숙련되면 도움닫기를 하는 훈련을 진행해도 좋다. 모든 자세에서의 훈련이 끝났다면 각 무게의 공의 구속을 확인하고 구속이나 근력에 문제점이 있는지 평가하고 이에 맞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전체적인 훈련은 대략 6주에서 8주가 소요된다. 적절한 훈련과 적응을 거치지 않으면 투수의 팔은 아플 수밖에 없다.
또한 참고할 만한 사항으로, 훈련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면 투수가 무릎을 꿇고 최대한의 힘으로 야구공을 네트에 던졌을 때 나오는 구속은 도움닫기를 해서 나오는 구속의 80% 정도다.
자신에게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즌 중에 투수는 무거운 웨이티드볼로 홀드 훈련을 하고 가벼운 공으로는 던지는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투수는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비교적 무거운 공으로 던지는 훈련이 아닌 홀드 훈련을 진행한다면 적어도 시즌 중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 비시즌에는 가벼운 공과 무거운 공 둘 다 사용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웨이티드볼을 언제 그리고 얼마나 자주 사용해야 하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앞서 말한 리베라는 무거운 납공을 사용해서 워밍업을 했으며 놀란 라이언은 미식축구공을 던지기도 했다. 참고로 미식축구공은 16온스 정도다. 따라서 납공과 미식축구공 둘 다 웨이티드볼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투수들은 몸을 푸는 데 1시간이 필요하고 또 다른 투수들은 겨우 20분이 걸린다. 또 어떤 투수들은 경기 전에 몸을 푸는 용도로 웨이티드볼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투수들은 경기 후 회복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홀드 훈련은 어깨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투구 동작을 전체적으로 복습하기 때문에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 다음 날 하기 좋다.
공의 무게는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선수가 평소에 사용하던 공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공으로 훈련을 하면 이는 근력을 기르는 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무거운 공은 주로 5온스 이상의 공이다). 여기서 적용되는 원리가 과부하의 원리다. 반대로 5온스보다 가벼운 공은 신경 회로를 변화시키고 신경계를 자극해 몸을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이 훈련은 주로 민첩성을 기르는 데 주로 쓰인다. 무게에 중점을 맞춰서 진행하는 훈련은 메커니즘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근력과 민첩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12살 이하의 어린아이들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뛰어나거나 혹은 딱히 두각을 안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3주의 훈련 과정을 진행한 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할 것이니 말이다. 또한, 훈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행 능력에 따라 신체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가 선수가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할지를 정한다.
대부분의 코치는 웨이티드볼이 어깨 외회전 운동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훈련 과정을 올바르게 따른다면 견딜만한 정도의 힘만 어깨에 가중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 어깨 외회전은 인체 역학적으로 필연적이다. 어깨를 뒤로 젖히면 자연스럽게 어깨는 외회전하게 된다. 이때 선수가 기능적 근력이 부족해 어깨를 안정적으로 잡아주지 못할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
웨이티드볼로 훈련을 진행하기 전에, 코치는 선수의 기능적 근력을 체크해야 한다. 더불어 각 무게의 웨이티드볼의 구속을 확인하고 기능적 근력과 취약점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진행하는 최대 강도 구속 훈련에서 투수가 웨이티드볼을 버거워한다면 이는 투수의 감속근이 웨이티드볼 훈련을 받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수는 기능적 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이 더 필요하다.
제대로만 따른다면 사춘기 이전의 어린아이들도 웨이티드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야구공보다 1온스 무거운 6온스를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4온스 공은 근력용으로 2온스 공은 민첩성 훈련용으로 사용한다. 2파운드 공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코치는 선수 개인에게 맞는 훈련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진행해야 한다.
글 : 톰하우스 (NPA 대표), 린제이 베라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번역 : 권승환
Mustard 홈페이지에 게재된 ‘Weighted Balls: History, Holds and How-Tos When done properly, even a pre-adolescent can use’ 칼럼을 해당 업체의 허락을 받고 번역소개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