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키는 대로 해. 나중에 고마워 할테니”
프로그램 개발자이자 비즈니스 코치인 애자일컨설팅 김창준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이 분의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전에도 몇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IT분야에서의 프로그램 개발이나 스포츠에서의 훈련프로그램 개발에는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고 느낍니다.
“넌 잘 모르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라. 나중에 되면 고맙다고 느끼게 될테니까.”
아이키도에 “수파리”(우선 규칙을 지키고, 나중에 그 규칙을 깨트리고, 다음에는 규칙을 넘어선다)라는 아포리즘이 있다. 이 “수파리”는 특히 제1단계(일단 규칙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단계)를 강조하기 위해 쓰이는데, 그 미명 하에서 얼마나 많은 교육적 폭력이 자행되어 왔나.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유하는 판타지 중에 하나가 이런 거다. 고산에 올라갔더니 꼭대기에 도인이 있다. 일단 도인이 물 길어오는 것만 몇 년 시킨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더니 공력이 쌓이고, 나중에는 비급을 알려주어 득도해서 하산하게 된다.
이 메타포는 여러가지 점에서 교육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0) 숨겨진 곳에, 1) “도인”이 존재하며, 2) 몇 년 간 고립된 곳에서 별 생각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며, 3) 그것이 지금은 납득되지 않지만 결국에는 나에게 좋을 것이라는 무조건적 믿음을 갖고 따르다보면, 4) 종국에는 “비급”을 사사 받고 “득도”해서, 5) “마지막”에 하산한다는 것.
우리나라의 학생과 선생들이 이 메타포를 따르는 이상 학계의 발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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