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다 보면 특별한 일이 생긴다

이번 주 야구친구 칼럼입니다. 관련해서 아이들 훈련노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몇몇 코치분들의 피드백을 받고 조금 수정을 해서 노트 형태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조금씩 작업을 했는데 다음달 정도면 완성이 될 듯 합니다. 
 
 

“적다 보면 특별한 일이 생긴다”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43)

우리나라 2군 팀들과 교류전을 하는 소프트뱅크 3군의 덕아웃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경기 중에 코치와 선수가 부지런히 메모를 하는 모습이었다. 코치들은 하나의 플레이가 끝날 때마다 저마다 들고 있는 다이어리를 펼쳐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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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적는 지 궁금해 덕아웃 위에 자리를 잡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 보았다. 기록원이 경기의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듯 코치들도 방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저 담담히 적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따금씩 특별히 떠오르는 내용들을 적곤 했다. 코치들은 자신이 노트에 기록한 내용들을 경기가 끝나고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선수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딱히 지적을 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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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내 눈을 잡아 끈 장면은 선수들 역시 경기를 보며 계속 메모를 하는 모습이었다. 단지 한 선수만이 경기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적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선수들이 동시에 노트를 해나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카메라를 줌인해서 들여다보니 선수들 역시 그저 경기 상황을 차곡차곡 적어나갈 뿐이었다. 공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며 스트라이크존 어디에 들어오는지까지도 꼼꼼히 기록해 나갔다. 여러 선수가 같은 내용을 적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상의 다른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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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 특히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된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손을 움직이며 적어나가는 행동을 통해 체험이 보다 다차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냥 보는 것과는 달리 적는 것을 염두에 둔 경기 관람은 주의의 깊이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집중해서 보라’는 주문 없이도 선수는 집중력을 유지한 채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최근 박석민 선수의 노트하는 습관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매 타석이 끝날 때마다 상대한 투수의 볼배합과 투구습관 등을 기록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박석민 선수는 몇 년째 반복하고 있는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한다. 어떤 투수를 다시 상대할 때 과거에 기록한 노트 내용을 살펴보며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 당시 타석에서의 느낌과 공의 궤적 등이 다시 재현되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 효과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특히 어린 선수들부터 경기 중에 메모를 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지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 두산베어스 감독이자 SPOTV에서 해설을 하고 계신 김진욱 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메모를 하다보면 자신이 모르고 있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알 수도 있다”고 말하며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적는 것이 아니라 적어 나가다 보면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관련기사)
일간스포츠 “박석민의 부활을 만든 비밀노트의 힘” http://goo.gl/OL73Ho
스포츠경향 “김진욱감독, “메모광이 돼라”” http://goo.gl/sgdr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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