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서는 무엇을 보는 게 좋을까? 소프트 포커스soft focus와 시각적 기준점visual pivot 활용하기 (롭 그레이, 애리조나 주립대학)

투수가 던진 공을 때리기 위해 타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공을 보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수한 타자들은 투구의 궤적과 회전을 눈으로 파악해서 투구와 관련된 세세한 정보들(예컨대, 커브의 변곡점이나 야구공 솔기의 회전방향 등)을 잘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릴리스 된 직후 공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공은 투수의 손에서 떨어진 후 타자를 향해 날아온다. 타자는 그 공을 놓치지 않고 똑바로 쳐다 보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고 손에서 공을 릴리스하기 직전까지의 시간 동안에 타자는 과연 어디를 쳐다보고 있어야 될까? 사실 이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아래에 클레이튼 커쇼와 크리스 세일의 투구 동작 사진이 있다. 딜리버리하는 동안의 세 가지 구분 동작이 사진에 나와 있는데, 결국 공이 손에서 릴리스되는 위치는 작은 동그라미로 표시된 부분이다.

나는 홈플레이트 뒤쪽 보호망이 쳐진 곳에서 투구 로케이션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은 다음 신중하게 이 사진들을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 있는 타자라면 과연 나처럼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릴리스포인트가 투수의 몸에서 너무 멀리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타자가 시선을 둬야 할 릴리스포인트 근처에는 딱히 초점을 맞춰 쳐다볼 것이 없다.

​크리스 세일의 사진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만일 타자가 최종적으로 릴리스가 이루어지는 포인트에 시선을 주려고 한다면 어디를 쳐다봐야 할까? 좀 황당하겠지만, 타자는 투수 뒤쪽으로 보이는 외야펜스의 빨간색 광고판 오른쪽을 쳐다보고 있어야 된다. 투수가 그보다 조금 왼쪽에서 딜리버리를 시작하는 그 시간동안 말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타자는 어떤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사람의 시각과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을 한번 짚고 넘어가자.

사람이 또렷하게 고해상도로 어떤 물체를 바라볼 수 있는 범위는 시야각 중에서 약 1도에 불과한 아주 작은 영역이다. 이 영역을 학자들은 중심와시각이라 부른다. 참고로 시야각1도에 해당되는 영역은 팔을 앞으로 쪽 뻗었을 때 바라다 보이는 손톱 하나 정도의 범위에 불과하다. 야구를 예로 들자면, 타석에 서 있는 타자가 마운드를 쳐다보았을 때, 또렷이 바라볼 수 있는 범위는 야구공 4개 정도의 좁은 영역에 불과하다(*주1).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논의를 시작해 보자.

타자의 전략 #1
딜리버리하는 투수를 바라보다가 릴리스포인트로 시선을 옮기기

​타자에게 있어서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딜리버리 동작 중에는 투수의 몸(예컨대, 처음에는 글러브, 그 다음은 머리, 마지막에는 디딤발)에 시선을 두었다가, 볼이 릴리스 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릴리스포인트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투수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사전적인 신호를 포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단점도 있다. 타자의 중심와시각을 릴리스포인트로 옮기기 위해서는 도약안구운동이라는 것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도약이라고 함은 시각의 중심을 어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신속하게 옮긴다는 뜻이다. 시선의 이동거리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문제는 이런 도약안구운동에 걸리는 시간이 0.03~0.04초 정도인데, 이 정도 시간은 MLB의 패스트볼 기준으로 볼이 날아오는 시간의 약 10%에 해당되는 시간이다. 도약안구운동에 있어서 시간과 정확도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의 시선이 도약하는 짧은 순간 동안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시각상실 상태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릴리스된 볼을 바라보고 그 움직임을 따라가려면 제대로 된 위치 즉, 릴리스포인트 지점을 제때에 바라봐 줘야 하는데, 만일 타자가 지금 이 방법(전략 #1)을 쓰고 있다면 그렇게 될 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주2).

타자의 전략 #2
처음부터 투수의 릴리스포인트에 시선을 두고 있기

​타자가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투수의 딜리버리 동작은 아예 무시하고(즉, 시선을 두지 않고), 릴리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미리 중심와 시각을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크리스 세일의 사진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타자는 딜리버리 동작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그들의 중심와 시각을 동그라미 부분에 두고 있으면 된다. 그리하면 투수의 딜리버리 동작은 주변시각에 묻혀 있게 될 것이다.

​투수의 릴리스포인트를 예측해야 하는 이 방법이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별로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MLB 투수들은 릴리스포인트를 상당히 일관성 있게 가져가기 때문이다. 오른쪽 표는 Brooks Baseball 에서 분석한 2017 시즌 크리스 세일의 릴리스포인트 점도표이다.

[그래프 해설]

Y축 : 릴리스포인트의 수평적 위치 (세일이 좌투수이므로 타자가 바라보는 릴리스포인트는 투수의 몸에서 약간 오른쪽에 형성됨, 위 그래프에서는 투수의 몸의 위치를 0이라고 할때, 릴리스포인트는 이보다 2~4 피트(60~120 cm) 오른쪽에 형성된다는 의미임)

X축 : 릴리스포인트의 수직적 위치 (지상에서 약 5피트(150cm) 전후로 형성되고 있음)

반면, 실제 릴리스포인트는 홈플레이트에서 약 16.7m 떨어져 있고, 지상에서 1.5m, 좌우로 약 0.9m의 폭을 가진 지점인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공이 릴리스 되기 전까지 이 위치는 허공이기 때문에 딱히 쳐다볼 것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과연 이 상황에서 타자는 어디를 바라봐야 하며, 어디에 중심와 시각의 초점을 맞춰야 할까?

​한 가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릴리스포인트 뒤로 보이는 외야 펜스의 뭔가를 쳐다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타자가 원거리(외야펜스)에 초점을 맞추려면 눈의 원근 조절 메카니즘이 작동되어야 한다. 이 메카니즘은 안구 속 수정체의 형태를 바꾸고(카메라의 망원 렌즈를 갈아 끼우 듯), 양안구가 각기 다른 위치로 움직여 줘야 하는 아주 복잡한 메카니즘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100m 거리의 외야펜스를 바라보고 있다가 공이 릴리스될 때 다시 15m 거리의 릴리스포인트에 또렷이 촛점을 맞추려면 이 메카니즘이 또 한번 작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러다보면 타자가 오히려 공을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타자의 전략 #3
‘소프트 포커스 soft focus’ 활용하기

​지금까지 시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나의 설명은 소위 ‘스포트라이트 모형’이라고 하는 아주 탁월한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눈이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집중해서 바라보는 부분은 또렷한 고해상도이지만 좁은 범위에 불과하다. 반면에 집중해서 보는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부는 (물론 그 주변부도 사람의 전체적인 시야에 들어오긴 하지만) 흐릿한 저해상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어두컴컴한 무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과 비슷하다. 이 모형에 따르면, 또렷이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부분, 즉 스포트라이트의 크기는 항상 동일하다고 한다.

반면 또 다른 이론인 ‘줌 렌즈 모형(Eriksen & St James, 1986)’에 따르면,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는 부분의 크기는 일정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줌렌즈처럼 늘였다 줄였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좁은 범위를 고해상도로 볼 수도 있고, 넓은 범위를 조금은 해상도가 떨어지더라도 어느정도는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래 사진은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소프트 포커스를 설명할 때, 두 가지를 얘기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 소프트 포커스는 좁은 범위를 확대해서 보는 것(줌 인, zoom in)이 아니라, 넓은 범위를 축소시켜 보는 방식(줌 아웃, zoom out)이다.

​그리고 또 다른 표현으로는 ‘1000야드(914미터) 응시하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방법에서는 어떤 한 지점에 초점을 맞춰두고 또렷이 쳐다보지 않는다. 당신은 특별히 뭔가를 바라볼 필요 없이 그냥 앞쪽을 쭉 응시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다가 공이 릴리스 되는 순간 신속하게 공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해서 바라보면 된다. 이는 앞서 설명 했던 두 가지 전략과 달리 도약안구운동이나 원근조절 메커니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방법은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위치에 변화를 주는 방법일 뿐 어떤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만 따지자면 이 방법에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전략이 가지는 단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인지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눈으로 확대(줌 인)와 축소(줌 아웃)를 자유자재로 하란 말인지? 그렇게 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효과적으로 이 방법을 구사하는 것에 관련된 연구는 현재까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찾아낸 한 가지 연구 결과(*주3)를 보면 두 개의 상이한 공간적 범위를 처리하는 것과 관련한 고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연구의 핵심적인 결과를 소개하자면, 실험참가자에게 먼저 1번 그림에서 줌 아웃 상태로 글자를 말한 다음, (즉, 참가자는 1번 그림을 크게 보고 T라고 답한다.) 줌 인 상태 즉, 시각을 확대하여 1번 그림의 작은 글자를 말하는(즉, 참가자는 H라고 답한다.) 실험을 시행한 결과, 비교대상 실험보다 오답 확률이 훨씬 더 높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 실험은 줌 아웃 상태에서 줌 인 상태로 들어가라는 조건이 없이 그냥 보이는대로(소프트 포커스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소프트 포커스’든 ‘릴리스포인트에서의 고정 초점’(전략 #2)이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타자들이 투수의 투구동작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는 점이다. 타자들의 주변시각 (중심와 시각의 반대) 안에서 투수는 팔과 다리를 움직일 텐데, 사람의 눈에 어떤 ‘움직임’이라는 것이 감지될 때,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신경을 쓰게 되고 눈동자를 움직이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을 흔들어주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이 부분은 어떤 투수의 익숙한 투구 동작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자의 전략 #4
‘시각적 기준점 visual pivot point’ 활용하기

​타자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전략 #1과 #2의 절충안이다. 딜리버리 동작 중 투수의 몸에 중심와 시각을 두는 방법(#1)이나 릴리스포인트 예상지점에 미리 중심와 시각을 맞춰 두는 방법(#2, hard focus) 대신, 타자는 릴리스포인트와 가장 가까이 근접해 있는 무엇인가에 미리 초점을 맞춰 두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이 방법은 초점을 고정시키기가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시각적 기준점’이다. 타자는 릴리스 포인트에 가장 가까운 무엇인가를 주변 시각을 통해 바라봐야 된다. 정확히 초점을 맞춰서 보고 싶어하는 위치는 릴리스 포인트이기 때문에, 바로 그 옆에 있는 어떤 것을 볼 때는 중심와 시각을 쓰면 안 되고 주변시각을 써야 한다. 하지만 타자는 주변시각을 활용하여 그 부분을 중간다리 삼아 쳐다봄으로써 몇 가지 중요한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위치는 바로 투수가 공을 던지는 팔꿈치이다. 크리스 세일의 사례를 다시 보자면,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 대부분의 투수들의 경우 딜리버리 동작 때 팔꿈치가 상대적으로 먼저 앞으로 드러나 보이고, 어느 정도 고정된 위치에 놓여 있을 뿐 팔꿈치 자체의 위치에 큰 변동은 없다. 그리고 이 팔꿈치의 위치는 최종적인 릴리스 포인트와 아주 가깝다.

성인들의 평균적인 팔 길이가 대략 50cm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투수들의 릴리스 포인트는 팔꿈치로부터 약 2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어떤 물체를 바라볼 때 초점에서 2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면 정확성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된다. 하지만 그 정도(대략 30% 남짓)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손실은 아니다.

[그래프 해설 / 역자 주]
– 가로축 : 망막 편심률 (초점에서 떨어진 거리)
– 세로축 : 선예도 (시각이 예리한 정도)
– 위 사례에서는 초점에서 2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물체는 선예도가 70% 선에서 형성되므로 약 30%의 정확도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음.

그래서 요약하자면, ‘시각적 기준점’을 활용하는 방법은 나름 괜찮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급격한 시각적인 조절활동(도약안구운동이나 원근조절 메카니즘, 줌인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자가 쳐다봐야 할 지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조금 해상도가 떨어진 상태이긴 해도 어쨌건 릴리스 포인트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현역 선수들은 실전에서 어떤 방법을 쓰고 있을까?

카토&후쿠다(2002)는 9명의 전문 야구선수들과 9명의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투수의 투구동작을 비디오로 보여주면서 그들의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들이 발견한 사실 중 첫 번째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초보자들의 눈동자가 움직였던 영역은 전문 야구선수들보다 훨씬 넓은 범위였다는 점이다.

초보자들은 전략 #1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딜리버리 동작 중 투수의 몸에 시선을 두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 야구선수들의 눈동자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볼이 릴리스 되기 직전, 딜리버리 동작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를 무렵 많은 선수들이 시각적으로 집중한 곳은 릴리스 포인트가 아닌 바로 투수들의 팔꿈치 부분이었다. 즉, 전략 #4(시각적 기준점)를 사용한 것이다.

시각적 기준점을 활용하는 방법은 야구 외 다른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Ryu(2013)와 복수의 연구자들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탁월한 시선추적 디스플레이를 통해 농구에서의 패스 의사결정 과제와 관련한 실험을 실시하였다. 기본적으로 3가지의 비디오 시청 유형이 있다.

​제일 왼쪽 유형은 참가자가 전체 화면을 다 볼 수 있고, 중간의 유형에서는 참가자가 시선을 두는 곳 중앙의 좁은 부분만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유형은 참가자가 주변시각만을 활용할 수 있다.

즉, 시선의 중심부분은 검게 처리되어 보이지 않고 주변부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중간 유형과는 반대의 상황이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플레이를 지켜보다가 누구에게 패스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실험결과를 보면, 전문선수 그룹의 참가자들은 중심시각을 활용했든 주변시각을 활용했든 별상관없이 전체적인 시각정보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충분히 뽑아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 사실은 전문적인 농구선수들이 시각적 기준점 전략을 잘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야구계에서도 이렇게 타자들을 대상으로 시각추적장비를 활용한 실험을 해본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타자들의 전략과 ‘정지 응시(Quiet Eye)’ 사이의 관계는?

일단 표면적으로만 보면, 조안 비커스가 처음 주창한 이론인 ‘정지 응시 효과’와 오늘 논의하고 있는 우리 타자들의 전략에는 비슷한 면이 상당히 많다. 정지 응시 이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깐 소개하자면, 여러 가지 스포츠 분야에서 전문선수들은 최초의 동작을 스타트하기 전에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타겟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숙련된 농구선수가 자유투를 하기 직전에 농구골대의 링을 응시하는 시간은 비숙련 선수에 비해 좀 더 길다고 한다. 만약 야구선수의 배팅처럼 상호작용이 있는 스포츠의 경우라면 아이스하키의 사례를 참고해 보자. 아이스하키의 골텐더(축구로 따지면 골키퍼)의 정지 응시 시간은 골 세이브 성적과 양의 상관 관계를 보인다는 통계가 있다. 즉, 다시 말해서, 운동선수가 어떤 동작을 취하기 전에 타겟에 시선을 정지시키고 한동안 주시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근거있는 얘기란 뜻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어떤 운동의 동작을 준비하는 단계와 그에 대한 피드백 과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을 쓰는 것을 통해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연구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위에서 제시한 전략 #2부터 #4까지의 방법들은 투수의 딜리버리 동작 중에 타자의 시선이 어느 정도 멈춰 있게 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정지 응시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시간 동안 직접적으로 타겟(야구공)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도 있다.

만일 투수의 딜리버리 동작 중 타자의 시각운동에 있어서 QE 요소와 타자의 배팅성과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해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까 싶다.

요약과 결론

● 투수의 딜리버리 동작 중, 타자가 또렷한 시각을 확보하고 릴리스 된 후 날아오는 공을 잘 쳐다보기 위해서는 과연 어디를 쳐다보고 있어야 되는지에 관한 문제는 현재도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도전적인 과제이다.

​● 마지막 단계에서 급격한 초점이동 즉, 안구도약운동을 필요로 하는 전략(#1)이나, 원근조절 메카니즘 및 두 안구가 따로 움직여야 하는 양안전도 운동을 필요로 하는 전략(#2)의 경우, 타자가 날아오는 투구에 시선을 두는데 있어서 오히려 시간을 더 지체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 ‘소프트 포커스’ 전략은 상당한 장점이 있지만, 이 전략을 실제로 잘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다.

● ‘시각적 기준점’ 전략이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전문 야구선수들이 이 방법을 쓰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필자는 향후 다른 포스팅을 통해 딜리버리 동작 중 ‘볼 숨기기’ 전략이 오늘 이 문제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 볼 예정이다.

(*주1) 사방이 360도이니까 시각적으로 1도의 길이는, 바로 눈 앞에서는 손톱 하나의 길이에 불과하며, 타석에서 18.44 미터 떨어진 마운드를 쳐다 볼 경우 야구공 4개의 길이 즉, 7.23 cm * 4 = 28.9 cm 정도 된다는 의미이다.

(*주2) 도약 안구 운동(saccadic eye movement)을 실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볼 체공시간의 10% 씩이나 되므로, 1) 공을 쳐다봤을때 공이 이미 약 1~2미터 움직이고 난 뒤가 된다는 문제가 있고, 2) 그만큼 시간을 썼으므로 타격 준비시간이 짧아진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주3) Shifting attention between global features and small details: an event-related potential study
(Biological Psychology Volume 46, Issue 1, 20 June 1997, Pages 25-50)

글 : 롭 그레이 Rob Gray (애리조나 주립대학 Human Systems Engineering 교수, 스포츠를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The Perception & Action 팟캐스트와 블로그를 운영중)

번역 : 리팝

타자의 투구인식 전략 (제리 와인스타인)

우리야구 3호에 실린 글입니다. 격월간 우리야구 구입은 우리야구 스토어에서

나만의 투구인식방법 (송지만, 최원준, 홍창기, 류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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