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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가르쳐주지 말라’는 감독의 말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는 감독의 말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64

야구기사를 보는 와중에 kt 위즈에 새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의 한마디가 눈에 들어온다. 마무리캠프를 진행하며 김진욱 감독은 코치들에게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고 주문을 했다고 한다. 훈련을 통한 기술향상이 아니라 코치와 선수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캠프의 주된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코치가 선수에게 억지로 주입해서 가르치는 것은 그다지 소용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와야 비로소 자기만의 동작과 기술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정서적인 교감이 없이 ‘가르치려고만 하는’ 코치의 태도가 선수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김진욱감독의 메시지는 이제 더이상 낯선 관점이 아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데이브 조스 코치 역시 시즌이 시작되기 전 진행하는 미니캠프의 목적을 ‘reconnect(다시 연결하기)’라고 분명히 밝힌다. 선수와 선수, 코치와 선수 간에 다시 감정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본격적인 훈련 전에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니캠프의 훈련프로그램도 무척 단순하다. 짧은 워밍업과 롱토스, 수비훈련과 BP가 전부다. 기술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들은 ‘reconnect’ 작업 뒤로 미뤄놓는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기름을 채우는 과정과도 같다. 선수의 ‘감정탱크emotional tank’를 채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탱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정신과의사이며 양육전문가인 로스 켐벨 박사로 알려져 있다. 켐벨 박사는 ‘감정탱크’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심리적 구조물이라고 말한다.

‘감정탱크’의 수준에 따라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특히 어려움이나 도전에 직면해서 이를 기꺼이 부딪히려고 하는지, 뒤로 물러서거나 피하려고 하는지가 ‘감정탱크’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캠벨 박사는 말한다. ‘감정탱크’가 충분히 채워졌을 때 코치의 이야기도 잘 스며들게 된다. 공부든 운동이든 학습의 과정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필수조건이기에 지도자는 선수의 감정탱크가 어느 수준인지 수시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기름이 떨어진 채로는 아무리 차의 성능이 좋아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수의 ‘감정탱크’가 바닥이 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자동차는 계기판을 통해 기름이 떨어져 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총동원해서 신호를 읽을 수 밖에 없다. 선수가 하는 훈련 못지 않게 지도자에게도 오랜 시간의 훈련과 시행착오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KBO 육성위원인 이종열 위원은 우선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착각에서 벗어나자고 동료 지도자들에게 말한다. ‘코치의 가르침 = 선수의 배움’ 이런 단순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선수생활을 하다가 내일 바로 코치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꾸 가르치려고 하게 됩니다. 그래야 자신이 코치라는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거죠. 선수가 받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계속 주는 거에요. 그래서 코치가 해야 할 것은 첫째로 선수와 교감을 나누는 겁니다. 코치를 찾아갔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코칭이든 조언이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이 점을 많이 간과하는 것 같아요. 내가 코치니까 당연히 가르쳐 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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