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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의 눈덩어리와 희망

포근해진 날씨만큼 따뜻한 글이라 퍼왔습니다. (출처 : 야구친구 손윤의 영화 속 야구이야기)
 
 
사람의 기억은 믿을 게 못 된다. 야구도 그렇다. 
 
그 날 있었던 플레이는 우리의 눈을 통과하고 나면, ‘과장의 눈 덩어리’가 되어 실제 이상으로 확대되어 간다. 끝내기 안타나 승리를 지켜내는 호수비는 운동장을 빠져나올 때는 올해 최고의 플레이로 각인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역대 최고의 플레이로, 다음 날에는 인간이 펼칠 수 없는 기술로 둔갑한다.
 
예를 들어, 그 끝내기 안타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이른바 코스가 좋은 안타였다고 해도, 승리의 기쁨은 그것을 ‘미화의 회상’에 젖어들게끔 한다. 데굴데굴 굴러간 타구는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 절묘한 타구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선수는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물론, 이 칭송의 시간은 매우 짧다.
 
그래서 어제의 영웅이 오늘의 역적이 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그런 영웅의 시간을 자주 누린 선수는, 그 통산 성적이 보잘것없더라도 기억에 남는 선수로 팬의 뇌리에 영원히 남는다.
 
이런 야구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장의 눈 덩어리’를 잘 표현한 것이 영화 ‘빅 피쉬’(Big Fish/2003년)다. 젊은 시절 에드워드 블룸(이완 맥그리거 분)은 작은 마을의 영웅이었다. 불타는 집에서 개를 구하는 등 마을의 문제를 척척 해결한다. 
 
여기에 운동 능력도 뛰어나, 야구와 미식축구, 농구 등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다. 특히, 야구에서는 9회 말에 끝내기 홈런을 쳐 낸다. 게다가, 그는 마을의 영웅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나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며 세상의 숨은 영웅이 된다.
 
빅피쉬
 
그 친구들이 마녀, 셤 쌍둥이 자매, 유령, 거인, 늑대인간 등에서 알 수 있듯, 이것은 팀 버튼 감독 특유의 동화의 세계다. 동화의 세계니까 비현실적이다. 그것이 일반의 상식이지만, 팀 버튼 감독은 현실에서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유일한 회의론자인 아들 윌 블룸(빌리 크루덥 분)도 아버지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동화의 세계가 현실을 이긴 것.
 
왜 현실과 비현실의 싸움에서 비현실이 이긴 것일까. 그것은 야구의 기억이 그렇듯,현실과 다르게 이야기에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처럼 현실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쌍문동에서 덕선이를 만나는 것 만큼이나 매우 어렵다. 
 
반면, 비현실적인 동화의 세계는 항상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인생의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일생은 죽기 위해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음을 향한 삶이지만 희망이 있어 삶의 의미는 크다.
 
그렇게 본다면, 야구의 ‘과장의 눈 덩어리’는 ‘희망적 회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영웅적인 승리를 통해 오늘의 패배와 그 뼈아픔을 잊고, 내일 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감춘다. 그렇게 한 해가 끝나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한다. 끝이 있는 인생과 달리 야구의 수레바퀴는 영구히 돌아간다. 그것이 야구다.
 
– 손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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