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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을 허용하고 받아들이자 (김병준 코치)

우리야구 3호 (2020년 9/10월호)에 소개된 김병준 코치님의 칼럼입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긴장과 압박감을 느낀다. 그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과 발이 떨릴 수 있고, 식은땀이 나면서 입술이 바짝 마르고 소화가 안 되기도 한다. 상담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다.

​“긴장을 많이 해서 경기를 망쳤어요. 긴장 푸는 법 좀 알려주세요, 제발!”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니까 또 시합을 망치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요.”
“나, 또 긴장했네. 긴장 풀자! 긴장하면 될 것도 안돼! 편안하게 마음먹자!”

​긴장감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또 다른 동력

​하지만 과연 이러한 긴장으로 인한 몸의 변화들이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것일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안 좋은 것일까?

오히려 선수들이 긴장으로 인해 몸에서 느껴지는 반응들을 거부하고 저항할수록, 그 느낌을 더욱 떨쳐내기 어렵고, 시합을 망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는 시합에서 선수들이 겪는 이러한 신체 반응들은 우리가 중대한 일에 당면했을 때, 몸이 그 상황에 맞게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는 동맥이 더 많은 혈액을 뇌와 근육으로 보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또한 더 선명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동공이 확장되고, 신체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땀이 배출된다. 팔다리가 떨리는 이유는 대뇌피질로부터 운동뉴런을 통해 말단부로 더 빠른 운동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몸은 시합과 같은 압박감의 상황에 처했을 때 더욱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스스로를 준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긴장하면서 겪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만 해도 우리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를 한번 살펴보자.

​연구의 참가자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수학 문제를 내준 후, 심장박동수와 심혈관 상태를 측정했다. 첫 측정에서 참가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졌고, 그 결과 혈관이 수축되어 보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 그런 몸의 반응들이 문제를 더 잘 해결 할 수 있게끔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일어난다고 믿게 했더니, 심혈관의 상태가 이완되면서 훨씬 건강한 상태로 측정되었다.

​즉, 압박감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몸의 느낌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마주한 상황을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책 《거만한 놈들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존 엘리엇은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낸 수천 명을 연구한 결과 ‘메스껍고 심장이 떨리는 그 순간이 바로, 무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이자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자신이 시합에서 긴장하지 않는 날은 골프를 그만두는 날이다”라고 말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8년간 이끌면서 수많은 우승을 일궈낸 알렉스 퍼거슨 감독 또한 매 경기마다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또한 중요한 경기일수록 몸에서 일어나는 흥분과 긴장의 느낌을 자신의 기량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연료로 잘 활용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을 자극시킬 수 있는 외부적 요인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처럼 선수건 감독이건 압박감의 상황에서 생기는 몸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훌륭한 선수들은 이것을 이용해 더 나은 성취를 이뤄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시합 전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오는 몸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그런 반응들을 더욱 뛰어 난 성과를 내기 위한 연료로 쓰자.

가슴 두근거림, 호흡 가빠지는 건 자연스런 현상

​아래는 시합만 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고등학교 선수와 함께 만든 확언일지이다. 그는 매일 밤마다 이 확언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시합의 압박감이 주는 느낌을 환영하기로 했다.

그러자 더 이상은 시합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반응을 불안으로 연결시키지 않았고, 그로 인해 폭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연습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나는 시합 때마다 절대 긴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긴장을 없애려고 안간힘을 썼다. 시합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냈을 때, 나는 항상 그 원인이 과도한 긴장과 압박감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큰일 날 것 같다고 걱정했고, 호흡이 가빠질 때마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손발이 떨릴 때마다 마치 시합을 망친 것처럼 좌절했다.

하지만 이런 나를 이제는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나는 이러한 몸의 반응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는 신호라는 것을 안다. 내 몸이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상황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이 느낌을 온전히 허용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것을 최고의기량을 낼 수 있는 좋은 연료로 쓰자. 나는 이 속에서 더욱 성장하고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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