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지 마 vs 유쾌한 긴장을 즐겨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모두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한 순간의 플레이에 따라 한 해의 성과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선수들은 평소와는 다른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긴장하지 마. 편하게 해!”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코치는 이런 주문을 전달한다. 우리는 보통 긴장감을 떨쳐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 왠지 최고의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초연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FC바르셀로나의 주전 골키퍼였던 빅토르 발데스는 최근 발간한 자서전 <중압감을 극복하라>에서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동료 선수가 손을 떠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어쩔 수 없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간판타자 앤드류 맥커친 선수도 처음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던 날,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긴장되고 흥분되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3년 연속 뉴욕마라톤을 제패하였고 현재는 나이키에서 러닝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알베르토 살라자르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의심이나 불안과 싸워야 한다거나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의심과 불안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며 그러한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들도 떤다

전 세계인의 학습장으로 사랑받고 있는 TED에서 925만명이 시청한 <스트레스를 친구로 만드는 법>이라는 강연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강사인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은 중요한 경기나 긴박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긴장감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은지 힌트를 던져준다.

그녀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몸에 어떤 반응을 만들어낸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호흡은 빨라진다. 이러한 현상을 ‘몸이 주어진 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인식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보다 건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포옹할 때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는, 공감능력을 강화시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스트레스 반응의 하나로 방출되며 자신을 지지해 줄 대상을 찾도록 자극한다고 말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타인에게 다가가 도우려고 할 때 옥시토신은 더 많이 방출되며 스트레스로부터 빠르게 회복된다는 실험결과를 소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이러한 견해를 선수가 받아들인다면 다음과 같이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써 일어나는 긴장감을 없애려고 하지 않기! 심장이 떨리고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경기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이러한 긴박한 상황을 마주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기! 그리고 실수를 하거나 경기가 잘 안풀리는 동료를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스트레스 회복력도 높여준다는 것!

어쩌면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긴장하지 마’가 아니라 ‘유쾌한 긴장을 즐겨’ 일지도 모른다.

유쾌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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