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피칭능력을 키우는 애슬래틱 캐치볼
토론토 블루제이스 맷 부시먼 코치의 2021 월드 베이스볼 코치 컨벤션 강연을 번역해서 풀어쓴 글입니다. 긴 강연 영상을 옮겨주신 필라델피아 필리스 최윤석 스카우트님 감사드립니다.
저는 맷 부시먼Matt Buschmann입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불펜코치이면서 투수육성 디렉터입니다.
저는 10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투수로 뛰었고 1주일 동안 메이저리그에 있었습니다. 밴더빌트대학에서 4년 동안 팀 코빈 감독님과 데릭 존슨 코치님께 배웠습니다. 오늘 저는 애슬래틱 캐치볼athletic catch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것은 제가 선수로서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마음 한구석에 있던 내용입니다. 캐치볼은 야구선수들에게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운동입니다. 저는 캐치볼을 나쁜 방식으로 하면 잠재적으로 운동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캐치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질문을 해보죠. 저는 우리 코치님들이나 마이너리그 투수들에게 종종 이 질문을 했습니다. 캐치볼은 일상적으로 하는 연습이지만 그 이유에 대해 물으면 생각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다양한 답이 나오죠.
‘피칭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
‘투구폼을 개선하기 위해서’
‘패스트볼의 커맨드를 위해서’
‘변화구를 연습하기 위해서’
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치볼을 하면서 나는 피칭을 하는가? 쓰로잉을 하는가?
이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절입니다. 이 말은 제가 애슬래틱 캐치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최적화하는 작업에 매우 능하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어떻게 하면 최대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우리에게 내장된 시스템은 과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는데 능하다. 각각의 부분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인풋이 있어야 최고의 아웃풋(결과)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낸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복잡계complex system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부를 최적화할수록 시스템 전체의 탄력성resilience은 잃게 된다. 효율적인 최적의 상태라는 결과를 추구하면 오히려 전체 시스템이 충격과 방해에 더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저는 특히 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칭과 연관 지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투수가 만나게 되는 ‘충격’이나 방해’는 사실 대단히 복잡한 개념은 아닙니다. 투수는 같은 마운드에 두 번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 바로 이겁니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제대로 정비가 안된, 여기저기 구멍이 파져있는 마운드에서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내야의 상태도 다르고 날씨도 다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투수의 경기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압니다. 투수들을 훈련시킬 때 바로 이런 점을 반영해야 합니다. 피칭 기술이 탄력성을 가지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충격과 방해를 만나도, 즉 마운드의 상태가 별로일 때도, 날씨가 좋지 못할 때도, 심판이 계속 스트라이크를 잡지 않아서 감정이 요동쳐도, 투수는 탄력성을 가지고 경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애슬래틱 캐치볼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체적인 것입니다. 애슬래틱 캐치볼을 통해 선수는 피칭과 관련한 기본적인 운동량을 충족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투수는 매일 피칭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중이든 오프시즌이든 피칭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캐치볼을 합니다. 저는 웨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캐치볼을 하라고 말합니다. 마치 중량을 드는 것처럼 어깨를 단련하는 시간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웨이트 프로그램에는 변화가 있습니다. 하체 운동을 하는 날, 상체를 단련하는 날, 무거운 무게를 드는 날, 가볍게 움직이는 날, 회복하는 날 등으로 나뉘죠. 캐치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매일 무거운 무게를 들고 빡쎄게 스쿼트를 하지 않는 것처럼 공도 매번 세게 던질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롤러코스터 같은 루틴을 짜서 스스로 몸이 단련하고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캐치볼의 두 번째 목적은 기술적인 측면입니다. 캐치볼을 하며 선수는 기술의 느낌, 몸이 움직이는 느낌, 공이 손에서 빠져 나가는 느낌, 타겟에 공을 던지는 느낌 등을 익힙니다. 저는 캐치볼이 투수든 야수든 하나의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게 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치볼을 할 때 코치들이 많이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상대방에게 정확히 던지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죠. 하지만 선수는 이 단순한 과제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타겟에 정확히 던지기 위해 항상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캐치볼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공을 던지는 과제를 얼마나 다양한 움직임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 저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캐치볼을 할수록 투수에게 충격과 방해가 있을 때 스스로 좋은 움직임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충격과 방해는 피칭하는 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마운드가 좋지 않거나, 갑자기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거나 하는 일들 입니다. 우리의 바램과 달리 이런 일들은 늘 일어납니다. 만약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여러 개가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쿼터백들은 무너진 자세로도 공을 강하고 정확하게 잘 던집니다. 프로 레벨의 투수가 되고 싶다면 먼저 최고의 쓰로어Thrower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항상 투수들에게 묻습니다.
“축제에서 연습 한번 없이 공을 던져 병을 쓰러뜨려야 한다면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코치들을 만나면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지도하고 있는 투수들은 몸 풀기 없이 공을 건내도 타겟을 정확히 맞출 수 있나요? 다리를 들고 와인드업 하는 동작 없이도 정확하고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습니까?”
가끔 어떤 투수는 번트 타구를 잡아 1루로 공을 던지는 것을 어려워 합니다. 그 선수는 와인드업을 하고, 팔을 크게 휘두르는 투구폼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이죠. 많은 프로선수들도 30분 정도 몸을 풀 시간 없이 공을 던지게 한다면, 어려워할 선수가 많을 겁니다. 스스로에게 ‘나는 좋은 쓰로어thrower인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패트릭 마홈스는 쓰로잉이라는 예술에 통달한 선수입니다. 아주 다양한 팔각도에서도 정확하고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죠. 우리는 그가 다양한 팔각도로, 심지어는 달리면서도 공을 정확하게 던지는 모습을 봅니다.
(패트릭 마홈스 선수의 경기 영상)
쓰로잉의 달인이 된 매트릭 마홈스를 보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캐치볼을 할 때는 쓰로잉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피칭은 마운드에서 하면 됩니다. 마운드 위에서, 투구판이 있고, 타자와 포수가 있는 조건이 우리가 피칭을 하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캐치볼은 캐치볼일 뿐입니다. 캐치볼을 할 때는 피칭보다 쓰로잉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저는 쓰로잉이 좋은 선수가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훌륭한 투수들은 훌륭한 쓰로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입니다.
쓰로잉을 마스터하기 전에 좋은 투수가 되려고 하는 것은 복싱 밖에 할 수 없는 선수가 MMA 시합에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MMA 선수를 상대로 단순한 복싱 기술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슬래틱 캐치볼은 하나 이상의 기술을 마스터할 기회를 줍니다. 평소 던지는 투구폼에서 벗어나 다양한 동작으로 타겟을 맞추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치볼을 하면서 피칭연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투구폼을 반복하려면, 매번 던질 때마다 투구동작으로 연습을 해서 익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매번 다르게 던지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실제 많은 투수들이 캐치볼을 할 때 매번 다리를 들고 투구폼을 만들어 던집니다. 실제 피칭을 하는 것처럼 던지라고 말하는 코치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과학에 근거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완벽한 반복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복은 어느 정도 상대적인 것입니다. 투구폼을 반복한다는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수는 매 피칭마다 똑같이 반복하지 못합니다. 환경, 발을 내딛는 위치, 타이밍 등이 매번 다릅니다. 완벽하게 똑같이 투구폼을 반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변동성(변화)이 존재합니다. 완벽한 반복보다는 일정 범위 안에서의 반복이라는 개념이 더 맞습니다. 같은 폼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보다 변동성이 있는 투구동작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정말 좋은 것입니다. 변동성이야말로 선수에게 좋은 것입니다.
대퇴슬개통증을 가진 달리기 선수들을 테스트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통증을 가진 선수들의 움직임을 측정한 결과 그들의 부상 원인은 똑같은 방식으로 뛰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뛰는 리듬에 거의 변화가 없어서 움직임에 탄력성이 부족했습니다. 연구팀은 선수들을 러닝머신에서 훈련을 시키며 메트로놈의 리듬에 맞추어 다리의 움직임에 다양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다양한 동작과 다양한 리듬으로 뛰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선수들은 스피드의 수준에 맞게 몸을 더 탄력적으로 적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무릎의 통증도 줄어들었습니다.
캐치볼을 할 때마다 늘 다리를 들고 피칭동작과 똑같이 공을 던지면 환경이 변할 때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근육을 과도하게 쓰게 됩니다. 팔스윙을 늘 똑같게 해서 공을 던지면 그만큼 근육도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같은 관절과 근육을 계속 사용하게 되어 과사용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커집니다.
피칭동작에서 벗어나 이따금씩 다른 팔각도로도 공을 던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근육을 쉬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몸이 새로운 스트레스 인자에 적응할 기회도 생깁니다. 몸이 적응하는 스트레스 인자가 많아질 수록 스트렝스의 수준은 올라갑니다. 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습니다. 개치볼을 할 때마다 던지는 강도나 양을 다르게 하는 것은 선수의 적응능력을 키워줍니다.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질 때마다 몸에서 조금씩 차이를 느끼곤 합니다. 그럴 때 애슬래틱 캐치볼로 여러 움직임을 연습한 투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투수의 몸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