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생명은 000이다? (정영일)

코치라운드 뉴스레터 9호에 소개된 굿아이베이스볼 정영일 코치님의 글입니다.

얼마 전에 정말 흥미로운 초등학생 야구선수를 만났습니다. 저희 센터의 타격코치님께서 야구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공을 정말 잘던지는 아이라고 하시며 한번만 봐달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3개월 정도 된 아이가 던지면 얼마나 던질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던 저를 비웃듯 너무 잘 던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야구 시작한 지 3개월 된 것이 맞냐고 10번은 넘게 물어볼 정도로 정말 공을 잘 던지는 아이였습니다.

던지는 동작이 아주 훌륭했지만 팔이 너무 낮은 쪽에서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팔을 조금더 올려서 위에서 아래로 던져보라고 했는데요. 이 아이의 대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컨트롤이 없으니 사이드로 던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수가 하고 싶으면 사이드로 던지고, 그렇게 하지 아니면 투수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제 야구를 시작한 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가 들은 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컨트롤이 없다? 그러니까 사이드를 해라? 그렇지 않으면 투수는 할 수 없다?

당연히 투수에게 컨트롤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컨트롤이 좋은 프로야구 선수들도 볼을 던지고 볼넷을 내주기도 합니다. 가끔은 최고의 컨트롤 투수들도 엉망진창으로 던지기도 합니다.

컨트롤만을 생각하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도 마운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투수가 컨트롤에 집착하게 되면 몸의 가동범위도 줄어들게 됩니다. 제대로 힘을 쓸 확률도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에 공을 강하게 던지면 몸의 가동범위가 자연스럽게 커지면서 온몸을 다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다음 선수에 맞는 적절한 트레이닝을 통해 투구밸런스 등을 잡아나가면서 컨트롤과 커맨드를 발달시키면 됩니다.

이제는 투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투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일단 스피드를 높이는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투수에게는 스피드가 생명입니다. 컨트롤이 우선시 되면 곤란합니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몸을 통해 컨트롤은 얼마든지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몸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어느 순간 자신에게 맞는 밸런스와 감각을 느끼게 되면 충분히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스피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는 부모님들과 지도자분들 모두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대부분 선수들과 부모님들의 목표는 프로야구팀에 입단하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스카우트의 관심을 끄는 투수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유형입니다. 스피드가 빠른 선수,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커보이는 선수입니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프로에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의 드래프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프로야구도 구속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프로에 있는 투수들도 어떻게든 스피드를 높이려고 매일 노력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야구장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고 야단을 맞고, 마운드에서 눈치를 보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작아지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제 야구를 시작한지 3개월 밖에 안된 아이가 컨트롤이 없어서 사이드로 던지라는 말을 듣는 현실이 야구선배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정영일 굿아이베이스볼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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