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유전자를 가진 선수들

“세상은 참 공평합니다. 운동능력은 좋은데 센스가 부족한 친구가 있고, 순발력은 좋은데 유연성이 떨어지는 친구가 있어요. 어떤 선수는 운동은 참 열심히 하고 착한데 악착같은 근성이 부족해요. 그런데 가끔은 이 모든걸 다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기도 합니다. 바로 스타가 될 선수들이죠.”

가끔 스카우트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선수들은 저마다 조금씩 부족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인격적으로도 흠잡을 곳이 없는 선수가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지도자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이따금씩은 모든 것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탁월한 선수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신경도 좋고, 감각도 뛰어나고, 순발력과 유연성 또한 남다르다. 거기에 더불어 멘탈까지 강하다. 실수를 해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자기플레이를 해낸다. 그런 선수는 심지어 위기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이런 선수들을 보면 지도자인 나 조차도 ‘천재다’, ‘타고났다’, ‘완벽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첫 머리에 언급했듯이 세상은 참 ‘공평하다.’ 이런 선수들은 대개 개성이 강하다. 지도자로서는 매우 다루기가 까다로운 측면을 많이 갖고 있다. 자아가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기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이 지나쳐 일부 선수들은 다소 과격한 성격을 보이기도 한다. 그 결과 야구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도퇴되는 일도 종종 보아왔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선수가 그렇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지도자로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운동을 가르치는 지도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그런 선수들을 보아왔을 것이다.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던 인재들이다. 나 역시 의구심을 가져본다. 왜 훌륭한 능력을 타고난 선수들을 우리는 성장시키지 못한 것일까?

여기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몇 년전 미국에서 방영되었던 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다가 그 내용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떤 학자가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강력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폭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다큐멘터리였다. 연구를 진행한 학자는 감옥에 있는 강력범죄자들 다수에게 일반인에게는 없는 독특한 유전자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것을 전사의 유전자warrior’s gene라고 불렀다. 왜 ‘폭력의 유전자’가 아니라 ‘전사의 유전자’라고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의 말미에 이유가 나온다.

연구를 시작한 학자는 ‘범죄자들은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그 유전자가 강력범죄와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렇게 강력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그는 인류의 1~2% 만이 전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그 유전자는 범죄자만 갖고 있는게 아니라 유명한 모험가, 탐험가, 스포츠 선수들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연구를 진행했던 학자 자신도 전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큐멘터리에는 그 학자의 부모님이 그를 어떻게 양육했는지도 소개하고 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강한 개성을 갖고 있던 자신을 억누르지 않고 사랑으로 지지해 주셨다고 말하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이 잘 발휘될 수 있는 활동, 특히 운동을 많이 시켜주셨기에 삶에 안정감을 갖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 학자는 설명했다.

그 다큐멘터리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인류는 원시시대에 소규모 집단을 이루어 살았다. 그 집단에는 리더가 있어야 했는데, 힘이 좋아야 했고, 사냥을 잘해야 했으며, 맹수와 같은 야생의 적들로부터 무리를 지켜야 했다. 그것이 원시시대의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한 시대에 리더의 특성은 나소나마 폭력적이고, 저돌적이며, 독단적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조그만 집단들이 마을이 되고 사람들은 보다 큰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자 강하고 거친 전사형 리더의 존재는 그 쓸모가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 사회의 리더에게 중요한 요소는 공감능력, 배려심 등으로 변하게 되었다. 오히려 강한 성격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의 악으로 간주되었고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 전사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대략 1~2% 정도라고 한다. 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극소수의 사람들은 환경과 양육방식에 따라서 범죄자가 되기도 하고, 유명한 탐험가나 운동선수가 되기도 한다. 전사의 유전자는 탐험이나 운동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다큐멘터리는 말하고 있다.

다시 아이들을 지도하는 문제로 돌아와보자. 지도를 하다 보면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대체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친구들이다. 좋게 말하면 자기주도적이고, 안좋게 표현하면 적대적이다. 이는 지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는 어쩌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른들의 말을 잘 믿지 않아서 생긴 현상인 것 같다.) 그런데 지도하기는 어려운 성격적인 특성이 운동선수로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한 개성으로 어느 순간에도 주눅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자기 기량을 펼친다. 이는 운동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필요한 태도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끌고 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하다. 지도자의 말을 잘 듣는 선수, 즉 순종적인 선수들을 가르치는게 팀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데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일부 선수들은 지도자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가 되기 쉽다. 그래서 이런 선수들은 지도자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도퇴되곤 한다.

내가 지도했던 학생들 중에도 지금은 프로야구에서 없어서는 안될 훌륭한 선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학창 시절에는 꽤나 다루기 힘들었던 몇몇 선수가 있다. 이 선수들이 가끔 학교에 찾아오곤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기죽지 않고 운동을 해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고마운 고백을 들려주곤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지도자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그런 아이들의 다소 거칠고 강한 성격을 그대로 인정하고 믿어주는 지도자의 마음을 말하고 싶다.

선수는 지도자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는 자신의 잠재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껏 펼치게 된다. 더 나아가 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어 더욱 단단한 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다루기 힘들다고 억눌러 버리면 그런 선수들의 강한 개성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억누르기 보다는 소통을 통해 믿음을 계속 보내주며 강한 개성이 한 개인으로서의 성장과 경기력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비바람이 치면 옆에서 막아주고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좋은 양분을 제공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알아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올바른 육성이라고 믿는다. 나도 가끔은 이런 신념을 잃어버리고 행동할 때가 종종 있다. 말 안듣는 선수, 거칠게 행동하는 선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넉넉한 현명함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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