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코칭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일 (제레미 쉬팅거, 감성지능을 선수육성에 적용하기 1편)
2021년 1월 <I-70 Baseball Coaches Clinic>에 소개된 조지아 그위넷 대학 Georgia Gwinnett College 제레미 쉬팅거(Jeremy Sheetinger) 감독의 강연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눠서 소개합니다. 긴 강연영상을 보기 쉽게 옮겨주신 리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야구 7호와 8호에도 강연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야구 훈련에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활용한다?
이번 컨벤션에서 야구와 관련된 많은 얘기들이 나오겠지만 감성지능과 같은 주제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사실 우리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아주 새로운 주제일 수 있습니다만, 야구를 떠나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은 저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는 켄터키 대학교 석사 과정에서 앤드류 와이너 교수의 감성지능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겨우 24살 밖에 되지 않은 신참 코치였습니다.
평상시에 전혀 생각해 보질 않았던 내용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법,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듣는 법,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법,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좀 더 조화롭게 소통하는 법, 뭐 이런 것들이었죠.
같이 공부했던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저 같은 초보 코치들이었는데요. 영국의 농구코치 부부도 있었고, 축구, 테니스, 소프트볼과 야구 코치까지, 다양한 종목의 예비 지도자들과 같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내용 중 중요한 원칙과 구체적인 사례를 오늘 프리젠테이션에 최대한 많이 담아봤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주제는 제 맘대로 만들어 낸 뭔가 추상적인 그런 이론이 아닙니다.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입니다. 선수가 어떤 정보를 들었을 때, 혹은 직접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 정보나 경험은 먼저 우리 몸에 닿은 다음 척수(spinal cord)를 지나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 인체의 기본적인 감정·욕구 등을 관장하는 신경계. 역자주)에 도달하게 됩니다. 변연계는 감정적인 부분을 관장하는 뇌의 한 부분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은 정보가 변연계를 지난 다음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만, 오늘 주제는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지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옵니다. 그냥 서로 지나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주먹으로 내 얼굴을 빡 때립니다. 얼굴을 두들겨 맞은 나의 경험과 정보는 즉시 등골의 척수를 지나 변연계로 전달됩니다. 일단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를 때린 놈에게 바로 반격의 주먹을 날려야겠죠. 그 다음 단계로 가면 그제서야 여러가지 이성적인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갑자기 나를 왜 때렸을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시시비비를 따져야 되었나? 아니면 그냥 지나쳐 버리는게 맞았을까?’
① SPINAL CORD : 정보는 척수를 통해 뇌로 진입한다
② LIMBIC SYSTEM : 대뇌의 변연계는 그 정보를 통해 감정을 만들어낸다
③ I THINK RATIONALLY : 그런 다음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이런 일은 야구장에서도 자주 벌어집니다. 타자의 발이 분명 배터박스 안에 있었는데도 심판이 어처구니 없이 부정타격으로 아웃을 선언하는 오심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일을 겪으면 그 경험은 일단 감정으로 전달됩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말입니다.
심판이 오른팔을 들어 아웃 판정을 선언한 바로 그때, 타자의 마음은 아직 변연계의 감정적 판단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직 아닙니다. 선수들은 불쾌한 감정을 바디랭귀지로 표출합니다. 발을 걷어 차거나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그냥 넘어가 준다면 심판이 화가 난 내 마음을 절대 몰라줄 거라 생각하면서, 이성적인 판단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거죠.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이성이 작동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감성지능 (EQ)
당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이런 인식능력을 통해 자신의 행동과 주변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능력
지능지수(IQ)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 몸이 반응한다는 얘기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시겠죠? 이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 대해 좀 더 알아봅시다.
감성지능이란 우리 마음 속에 어떤 감정들이 있는지를 알고,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상시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러한 감성 인지능력을 잘 연습해서 자신의 행동이나 남들과의 관계를 보다 원만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감성지능은 스포츠 지도자 입장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번 컨벤션을 준비하면서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이 주제를 골랐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능력을 응용하여 개인적인 또는 팀 레벨에서 훈련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다 매끄럽게 만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감성지능은 IQ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지능지수, 흔히들 머리좋다고 얘기하는 그 지능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것은 뇌의 전혀 다른 영역에서 감성적인 머리가 좋은 것입니다.
좀 어설프지만 파워포인트 클립아트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일 왼쪽에 제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감성지능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이곳에 모였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누군지를 정의해야 우리를 잘 이해할 수 있겠죠. 남들을 이해하기 앞서, 우리는 다양한 지식이나 정보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역경, 좋았던 순간, 나쁜 기억들과 같이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은 내 마음의 밸란스 조절, 즉 이성과 감성 두가지 측면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다음에 가서야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계가 됩니다. 우리에게 감성지능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이 지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이것은 문을 여는 것과 같습니다. 나 자신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 팀을 바라보면, 우리팀 선수들의 행동이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상태가 우리 팀 분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어떤 팀이든 다양한 형태의 선수들이 있습니다.
코치들을 한번 볼까요? 개중에는 말로만 떠드는 사람도 있고, 아주 모범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기준없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선수들은 어떨까요?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르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이 제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꼭 보면 3~4명 정도의 선수들은 벤치를 지킵니다. 당신이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 갈 생각이 거의 없는 친구들이죠.
팀 분위기라는 것은 정말 만들기 나름입니다. 여기서 감성지능이란 것을 써 먹을 일이 생깁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이 능력(감성지능)을 우리 팀에 적용시켜 봅시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봅시다. 당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조절하면서 행동할 수 있게 된다면, 선수와 코치 사이의 관계를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최고의 코치는 어떤 사람인가? 최고의 코치는 무엇을 보여주나?
훌륭한 야구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TV에서 본 사람이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든. 그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 모습을 보여줬나요? 그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들의 경기를 상상해 봅시다. 그들은 덕아웃 안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 훌륭한 소통
● 앞을 내다보는 경기운영
● 인내심
●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을 컨트롤
● 냉철한 경기운영
● 선수들에 대한 이해
● 감정조절
● 자아(ego) 관리
● 뛰어난 프레젠테이션 능력
● 평생 학습자
● 디테일을 지향
● 조직화
그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입니다. 인내심이 강하고, 경기 중에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감정조절에도 능숙합니다. 디테일을 지향하며 차근차근 설명을 잘 합니다. 경기흐름을 한발 앞서 예측할 줄 압니다. 이건 유소년 코치 시절부터 제 오랜 숙제이기도 했는데요. 서너 타석 앞을 미리 생각합니다. 두세 이닝 앞의 상황을 염두에 둡니다. 그들은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이런 작업을 합니다.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에 신경을 쓰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도자들은 사람을 잘 이해합니다.
야구도 결국 사람 장사입니다. 야구코칭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일입니다. 따라서 코치들은 사람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야 됩니다. 그리고,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속마음 또는 자아(ego)를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진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또한, 훌륭한 지도자는 공부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항상 더 좋은 방법을 찾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훈련에 대해 수시로 점검하면서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들은 잘 정리된 프로세스(organized)를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췄다면 정말 최고 중의 최고라고 할 수 있겠죠.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