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로서의 위상을 일본의 DNA를 바꾸는데 쓰고 싶다 (마키타 가즈히사)
일본야구 칼럼을 쓰시는 서영원씨가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마키타 선수와 지난 여름 나눈 이야기입니다. (출처 : 서영원씨 페이스북)
때는 작년 여름. 직장은 직장이고 번외로 풋살장을 하고 싶었는데, 세이부 라이온스 구단에서 연수의 기회를 받았다. 휴가기간 4일간 아카데미, 구단운영, 사회공헌 등을 봤다.
선수단과 마주칠 일이 잦았다. 프런트직원과 휴게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도중 지나가던 한 선수가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왔냐고, 자신의 가족들도 한국음식이나 여러가지를 좋아한다 했었다.
마키타 가즈히사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언더투수로 WBC, 프리미어12에서 롱릴리버로 등판하던 선수다. 마키타씨는 내가 여기 왜 와있는지 물었고 자신도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대단한 녀석들을 상대해보고 싶고, 그들이 왜 대단한지 TV 중계에 비춰지지 않는 부분을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1983년생. 세이부에서 레전드로 남는 것도 좋지만 다른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게 그의 마음이었다. 그는 학생야구 때부터 좋은지도자를 만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은사들의 장점에 더 선진적인 무언가를 장착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선수가 던지는 것이 어쩌면 일본야구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가 배우고 싶은 것은 대단한 선수를 배출하는 노하우같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어린시절부터 교육받는 환경, 토론, 더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이 던지고 치는 행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마키타는 일본국가대표팀인 사무라이 재팬의 분위기도 뜬금없이 설명해줬는데,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WBC 대회기간 동안 선수들끼리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사회에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토론이 많았다고 했다. 단지 사인을 하고 사진촬영에 나서는 것 보다. 어린 친구들이 일본이라는 섬나라특성에서 탈출해 더 많은 식견과 다양성을 알아가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마키타씨는 일본사회에서는 격렬한 집회 같은 걸로 현상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최상단의 사람들이 새로운 행동을 조금씩 보여주며 그 행동과 생각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쓰쓰고 요시토모)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소년야구팀을 만들어 일본식에서 벗어난 운영을 하기도 한다고 전해줬다.
“대부분의 아이는 야구를 떠날테고 여러 의사결정의 순간에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마키타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현역선수로서의 위상을 일본의 DNA를 바꾸는데 쓰고 싶어했다. 난 사실 야구에 미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야구 따위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비중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마키타씨도 공감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뭐라도 바꿔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접근은 어떨까?’ 생각을 가진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했다. 그들이 커서 또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 분야가 어떤 것이라도..
마키타씨가 내게 해준 말들이 인상 깊었다. 그는 야구에 대한 글도 다른 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다양하다면서 내가 쓰는 글에 누가 잘하고 못하고 이야기만 있으면 안된다며 자기 에이전트의 번호를 툭 던져주고 쿨하게 사인해주고 갔다. 이 사람과 뭘 해야할지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