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에 대한 다른 생각 (양윤희, 서석초등학교)

감독님과 말씀을 나누며 ‘화이부동’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환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상 중간에는 선수들의 훈련모습도 조금씩 담아 보았습니다. 소도구들을 활용한 활동들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기본기 훈련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야구선수의 기본기라는 것이 어떤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야구와 관련된 무엇에 부딪혀도 헤쳐나갈 수 있는 마인드나 운동능력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수영에 비유하면 자유형이든 접영이든 팔동작을 어떻게 하는게 기본기가 아니라 물에 뜨는게 기본이라는거죠. 물에서 놀 수 있고 뜰 수 있는 것. 어린 친구들은 그냥 야구장에서 공과 방망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것이 기본이라고 봅니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보면 기본기든 기술이든 스텝이든 경직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쉬운 캐치볼이라도 강박관념에 시달리면 안되거든요. 시합이 아닐 때,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할 때는 되는데 어떤 상황이 되면 안되는 거죠. 자기 내면의 것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상태가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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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본기라는 것은 동작이나 기술이라기 보다는 두려움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마인드셋mindset에 더 가깝다는 건가요?

얼마전에 서핑을 하러 갔어요. 보면 강사들이 ‘일단 기본기는 이겁니다’ 라면서 맨땅에서 교육을 하잖아요. 이때 어른들은 집중해서 듣습니다. 그런데 어린 애들은 잘 안들어요. 저도 ‘잘 들어. 이게 기본이라잖아.’ 이렇게 아들한테 말하지만 전혀 안듣거든요. 재미가 없으니까. 그런데 물에 들어가서 놀고 넘어지고 하면 기본기가 나오거든요. 요즘 부모님들은 야구부에 들어오기 전에 레슨장에 가서 기본을 만들어 오신다더라고요. 전 무슨 기본을 배우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와서 놀다가 야구를 시작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거든요.

서핑 갔을 때 또 생각나는 것이 한 외국인 남자가 웃으면서 그냥 아이랑 보드를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즐기더라구요. 그 모습 보면서 애들 가르치는 생각이 났습니다. ‘괜찮아.’ 하면서 한번 더 탈 수 있게 응원을 해주면 되거든요. 그렇지 못하니 아이들이 감독, 코치 눈치만 봅니다. 어떨 때는 잘했는데도 눈치를 봐요. 그러니 자기 감각이 떨어지는 거죠. ‘기본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영상) 유소년 때는 잘하던 그 선수들, 크면 어디로 사라지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감독,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감각이 떨어지는 거네요. 그럼 처음 오는 애들은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자세같은 건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운동은 어느정도 인위적인 질서가 있는데서 해야 재밌거든요. 너무 자유롭게 놔두면 오히려 재미없고 지루합니다. “모여봐. 오늘은 000를 하자. 스텝은 이렇게 해봐도 좋아. 왼발을 먼저 하든지 오른발을 먼저 하든지. 나는 이렇게 잡는게 편한데. 너희들은 어떤 게 편한지 한번 해봐라.” 그럼 따라하는 애도 있고, 자기 나름대로 맞춰 보는 애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훈련환경만 만들어 줍니다. ‘자세는 이렇게 하고, 몸은 이렇게 높이고’ 이런 식으로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4학년 중반 정도까지는 그냥 데리고 논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선수에게 말하는 것을 지도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양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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