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이언 1) “FIP가 진리는 아니지만 위안은 된다”

야구친구가 다시 문을 열며 저도 ‘일구이언(一球二言)’이라는 타이틀의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야구 관련해 비판할 내용을 다룰 때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혹시 제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고 있거나 하면 살짝살짝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두 번의 실수나 실패를 확대해석해 스스로를 가혹하게 대하는 것도 문제다. 확률과 운이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작용하는 야구에서 선수는 자칫하면 별거 아닌 한두 타석의 실패에 사로잡혀 과도한 자기비하를 하기 쉽다. 슬럼프에 빠질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운동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실패를 가볍게 겪어내는 문화 속에서 자라오지 않았다. 사소한 실수에도 늘 혼이 나며 지적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는 부족한 것에 관심을 쏟는 것이 조건화된 선수들이 많다. (지나친 일반화가 아니냐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에게 학생야구 경기, 특히 공식경기가 아닌 학교에서 진행되는 초등학교나 리틀야구팀의 연습경기를 한번 직접 관람해 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이런 선수들에게 데이터나 몇 가지 지표를 적절히 활용해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자각하도록 이끌면 선수가 한두 경기의 결과에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일부 선발투수들은 1회에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경우 이닝을 마치고 바로 덕아웃 뒤로 들어가 자신의 투구추적데이터를 살펴본다고 한다. 만약 1회에 관찰된 데이터가 자신이 좋았을 때의 데이타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면 2회에는 다른 전략을 준비해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데이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애써 투구패턴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던질 수 있는 최선의 공을 던졌고, 타자가 잘 친 것일 뿐’ 이렇게 정리를 하고 다음 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부 매니아들이 야구를 보다 폭넓게 즐기기 위해 시작된 데이터야구의 흐름은 경기전략과 스카우팅 분야를 넘어 선수의 육성과 부상관리 쪽으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물론 아직 미국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 “FIP가 진리는 아니지만 위안은 된다”고 한 고영표의 말은 데이터야구가 선수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멘탈게임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힌트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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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P가 진리는 아니지만 위안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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