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수사와 에이스투수의 혹사

지난 한국야구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CM충무병원의 이상훈 원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입단한 신인투수 164명을 진단한 결과를 소개하였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어깨와 팔꿈치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프로에 입단한다는 것이다. 토미존 수술을 이미 받은 선수도 19%나 되고, 수술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내측측부인대 손상 비율도 73%나 되었다. 팔꿈치보다 더욱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는 어깨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회전근개파열에 해당하는 경우가 30%, 관절단순파열 상태가 73%에 이르렀다.

(이상훈 원장 강연 영상 보기 : 프로야구 선수 부상의 통계학적 접근)

이와 관련해 동신대학교 임승길 교수는 지난 주 KBO 윈터미팅에서 투수의 부상을 높이는 요인을 소개했다. 예상대로 많은 투구수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임승길 교수가 전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시즌 중 100이닝 이상 투구를 하면 부상확률은 3.5배 증가한다고 한다. 또 이틀 연속 연투를 하게 되면 팔의 통증은 2.5배 증가하며 이렇게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투구를 하면 부상위험이 36배 증가한다고 한다.

이 문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입시비리수사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 초부터 진행된 수사로 인해 올해 고3 선수들의 대학진학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지도자간의 인맥에 의존하던 기존의 뿌리깊은 관행이 무너질 조짐을 보인 것이다. 대학들은 사정기준을 객관적인 자료, 즉 참가기록과 성적 위주로 엄격히 적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지원기준

향후의 야구특기생 입시제도는 객관적인 자료의 비중이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위의 사진은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의 지원기준이다. 이 대학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팀의 주말리그 전체 경기 중 40% 이상을 출전해야 하거나 팀이 8강 이상을 진출해야 한다. 몇 년전부터 리틀야구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서울에는 한 학년 인원이 15~20명 가까이 되는 학교가 많다. 이 많은 선수들을 번갈아 출전시키며 40% 이상의 출전기록을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제자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팀의 성적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위에 언급한 부상 통계는 사실 한 학교에 한 명 내지는 두 명 있을까 말까한 에이스투수에 해당하는 문제다. 나머지 대부분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간절한 것은 대학진학에 필요한 기록이다. 모든 대회에서 한 경기라도 더 뛰는 것, 그래서 출전기록을 늘리고 성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팀의 최고 투수가 보다 자주 시합에 나와 주길 바랄 수 밖에 없고, 지도자도 학부모들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기존의 관행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입시비리수사가 뜻하지 않게 에이스 투수의 혹사를 강화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를 방지할 장치를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통해 준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얼마 전 학생선수와 부모님들을 상대로 재능기부를 해준 한 프로야구팀의 재활군 코치가 강의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남긴 당부가 생생하다.

“제발 다치지 말고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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