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을 잘못 이해하게 될 때 벌어지는 일들

저는 줄기차게 우리나라 특유의 ‘정신력’에 대해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 사고가 여러 분야에서(특히, 우리 아들이 속한 스포츠계) 과학적 탐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경기에 지거나 실수를 했을 때 ‘빠져서 그래’, ‘애들이 정신력이 없어’ 이렇게 쉽게 결론을 내버리면 진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랬을까? 뭐가 문제일까?’ 이런 질문을 차단해 버립니다. 물론 정말 애들이 빠지거나 나태해져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요소들을 다 살펴보고 나중에 그런 결론을 내려도 상관이 없지 않겠습니까?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 체육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정신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정신력을 이렇게 투혼과 투지, 인내심, 극기심 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저는 영 못마땅합니다. 은연중에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물론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재앙들 역시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벌어집니다.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위해 허락없이 타인의 삶 속으로 쳐들어가는 스토커. 정신력만능주의에 사로잡혀 투수를 혹사시키는 야구감독. 자신의 야망을 위해 국경을 넘어 전쟁을 일으키는 정치인. 모두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사진 : 성공회대 정윤수 교수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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