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학생야구를 바라며

감사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학생야구를 바라며

(야구친구 2016년 3월 17일)

아들이 처음 야구를 시작한 리틀야구팀에는 야구장이 없었다.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뛰어놀던 공간은 야구장이 아닌 동네 공원이었다. 땅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돌이 굴러다녔다. 그래서 매번 훈련을 하기 전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돌을 골라내곤 했다. 공공시설이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늘 사용하기는 곤란해서 매주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예약을 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했다.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우면 마땅히 연습할 장소가 없어서 인근에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의 하우스를 빌려 사용하곤 했다.

그래서 당시 야구팀의 숙원사업은 우리만의 야구장을 갖는 것이었다. 감독님께서는 틈날 때마다 시청과 구청을 오가며 아이들을 위한 야구장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셨다. 부모님들 역시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서 지역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며 도움을 요청했다. 한두 해의 노력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감독님과 부모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아이들은 4년 만에 전용리틀야구장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은 정작 자신의 자녀가 그곳에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중학교로 진학을 했고, 감독님 또한 고등학교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기 때문이다. 그곳을 지날 때면 높게 솟아있는 야구장의 녹색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마다 자신의 자녀가 아닌, 이름도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스쳐 지나간다.

버지니아 공대 농구팀의 버즈 윌리암스 감독은 선수들이 현재 누리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베트남 참전 군인, 은퇴한 경찰관 등 국가유공자들을 농구 코트로 초대하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선수들은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현재가 그냥 주어졌거나 자신의 능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선수들이 이렇게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우리의 농구를 보기 위해 찾아와 준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사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분명히 깨달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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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학생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다. 모든 학교의 첫 시합만이라도 선수, 지도자, 부모, 협회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시구자를 모셔 보면 어떨까? 그런 풍경을 통해 불신과 적대감이 공기가 되어 버린 아마츄어 야구계에 감사의 에너지가 한줌 바람이 되어 흘렀으면 한다. 미래를 향한 마음은 저마다의 욕망으로 사분오열할 수 있지만 감사의 마음은 온전히 현재에 머물며 주변을 하나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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