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선수들과 목표정하기 코칭

저는 지난주에 초등학교 6학년 야구부 학생 7명과 ‘목표정하기 코칭’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들을 몇토막 남겨봅니다. 

1. 한 아이당 20~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고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세 명째를 넘어가니 에너지가 딸려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애들아 미안하다ㅠ)

2.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비폭력대화센터에서 만든 ‘느낌카드’를 준비한 것은 적절했습니다. “요즘 야구를 하며 어떤 생각이 드니?”라는 질문에 얼굴이 굳으며 머뭇거리던 아이도 자신이 선택한 카드를 가지고 그 이유를 말할 때는 비교적 편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어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는 적절한 도구가 준비되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한 친구는 “반가운”이라 쓰여진 카드를 골랐습니다. 그 카드를 고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말해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하니 “매일 야구부 친구들을 만나는게 반가워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매일 만나는데도 반갑다고 쑥스러워하며 말하던 아이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3.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구체적인 표현보다는 상투적인 다짐들을 많이 드러냈습니다. (“최선을”, “열심히” 등) 이후의 질문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반성반성–;)

4. 동기motivation와 관련한 질문들, 즉 ‘왜why’로 시작하는 질문을 힘들어했습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5. 아이들과 작업한 내용을 가지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이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것에 대해 신기해 하셨습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저에게 스며든 여러 느낌들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이해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감독님도 간혹 아이가 한 말에 대해 곰곰히 이유를 살펴보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6. 작업을 마치고 부모님들께 아이가 직접 작성한 목표차트를 코팅해서 안내 편지와 함께 보내드렸습니다. 몇 분이 감사의 인사와 함께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해 말씀하시는 내용은 제가 1년 가까이 아이들을 지켜보며 느낀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도자와 부모가 적절한 기간을 두고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7. 작업 후 아이들이 남긴 소감입니다.

“직접 써보니까 말하는 거랑 또 다르고, 고칠 거랑 실천할 것들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좀 어려웠지만 재미있어요.”
“목표를 올해 아직 생각을 못했었는데 지금 정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요.”
“힘들었어요.”
“내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모르겠어요.”

8. 목표정하기 작업을 한 이후 다시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이전과는 다른 유대감이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다가와 그날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순간 질문에 답을 하지는 못했지만 질문은 계속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운동기술을 익히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데도 때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코치나 부모가 자주 물어봐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2 3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