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방해하는 10가지 장애물

아이들이 운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물리적 안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전’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심리적 안전이라는 표현이 왠지 어렵게 다가오나요? 그냥 ‘마음이 다칠까봐 두려워하지 않는 상태’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풀어 놓고 보니 더 어려운듯 하네요.^^)

최근 슈틸리케 감독님도 유소년 지도자들을 만나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시더군요. 어릴 때는 즐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승부에 집착하게 되면 정작 성인이 되어서 축구에 필요한 창의적인 기술들을 발휘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겨야 한다는 정신적인 부담이 먼저 작용해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고 자연스럽게 실수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활약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승우선수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슛을 할 타이밍에 슛을 안쏘면 지적을 받았는데, 스페인에서는 슛을 안쏘고 드리블을 더 해도 뭐라고 하는 코치가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플레이가 지적당하지 않는다는 ‘안전함’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창의적인 플레이로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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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리틀야구연맹에서 제시하고 있는 코칭모델에서도 아이들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실수를 했을 때 폭력적인 말과 행동으로 수치심이나 죄책감, 두려움을 심어주면 그로 인한 상처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해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그런 말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지도자분들이 아이들의 실수 뿐만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를 가만 놔두지를 않거든요. 엊그제는 담장 맞는 2루타를 치고도 타격 자세가 형편없다고 욕을 한바가지 먹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지도자 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도 경기가 끝나고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야! 지금 너 때문에 지게 생겼잖아!” (죄책감)
“다음에도 그렇게 툭 치고 아웃되면 오늘 하루종일 런닝만 뛸테니 알아서해!” (두려움)
“니가 그따위 밖에 못하니까 유급한거 아니야?” (수치심)

우리의 오랜 교육관행은 잘못된 것은 즉시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수를 저지르거나 경기에 진 아이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아들놈이 수업을 빼먹고 PC방에 갔다가 재수없게(^^) 발각되어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어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묻지를 않으시더군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학교생활의 어떤 점이 힘든지, 그렇다면 지금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지’ 등을 물어보며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려고 하기 보다는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 훈계하시는 모습에 씁쓸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유일한 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돌아가면서 말해봐.” 였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곳이 학교인지 법원인지 헷갈리더군요.

뇌과학에서 발견한 이론에 따르면 배움은 주로 대뇌 ‘신피질’에서 일어나는데, 신피질은 아이가 위협을 느끼면 기능을 멈추게 된다고 합니다.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는 것이죠. 불안을 느끼지 않을 때만 신피질이 활발히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가르침 이전에 공감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수해도 혼나지 않는다. 내가 못해도 부모가 실망하지 않는다. 경기에서 져도 창피하지 않다’와 같은 안심이 바탕이 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에서는 <공감을 방해하는 10가지 장애물>을 말합니다. 운동선수 부모버젼으로 사례들을 살짝 바꿔서 적어보았습니다. 반 이상은 제 입으로 내뱉은 부끄러운 말들이고, 나머지는 경기장에서 들은 것들입니다. 정리를 하면서도 쪽팔려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저에게 1년 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신 비폭력대화센터 기린부모학교 이윤정  교장선생님(^^)께서 몇 군데 오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손봐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언듯 보면 “저런 말도 하면 안돼?”라고 느낄 수 있는 표현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는데 혼자 조용히 생각해보면 방해하는 말임이 분명해 졌습니다. 다 읽고 나면 “뭐야? 할 얘기 아무 것도 없네.” 하는 당혹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할 이야기가 없다”는 그 말이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 충고하기

“프로선수가 되려면 그 정도 훈련은 다 이겨내야 해.”
“추신수 런닝한 이야기 들어봤지? 토하면서 뛰었다잖아? 그 정도는 해야 성공하는거라구.”

(2) 분석하기

“허리가 제대로 돌지 않으니 땅볼 타구만 나오지.”
“자세가 높으니까 공을 자꾸 놓치는거라구.”

(3) 생각을 바꾸려 하기

“네 공이 얼마나 빠른데. 약한 소리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대충 맞춰서 살아나갈 생각만 하니까 스윙이 그 모양이지.”

(4) 위로하기

“괜찮아. 다음에 이기면 돼.”
“애들이 에러를 많이 해서 그래. 넌 잘했어.”

(5) 자신의 경험 들려주기

“아빠도 하기 싫은 일 많아. 그냥 참으면서 하는거지.”
“안타 못쳤다고 기죽지마. 아빠가 살아보니 뻔뻔한 애들이 성공하더라.”

(6) 감정의 흐름을 중지시키기

“뭘 그렇게 풀죽어있어? 투수가 점수 좀 줬다고 그러면 어떡해?”
“다른 부모님들도 네 폼 좋다고 그러더라. 삼진 먹은거는 신경쓰지마.”

(7) 동정하기

“도대체 몇 게임째 안타를 못치는거야. 너도 참 속상하겠다. 에휴~”
“정말 큰 일이다. 레슨이라도 받아야 하는거 아니야?”

(8) 꼬치꼬치 캐묻기

“도대체 자세가 왜 그런거야? 어디 아파? 코치님은 뭐라셔? 병원 가봐야 하는거 아니니?”
“거기서 왜 2루로 안던지고 1루로 던진거야? 주자 1루에 있는 거 까먹었어?”

(9) 빈정대거나 탓하기

“그렇게 약해 빠져서 쓰겠니? 고등학교 가면 장난 아니래.”
“네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줬는데 이제 와서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10) 한방에 딱 자르기

“괜찮아. 그냥 게임이나 하면서 오늘 게임은 잊어.”
“이번 주말에 야구 쉬고 여행이나 갈까?”

<적절한 공감의 예>

아이 : 나 야구 그만둘까봐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공감 : 성적이 잘 안나와서 실망스러워?
아이 : 네. 훈련을 한다고 하는데도 자꾸 삼진 먹고 그러니까..
공감 : 그래서 재미없고 지치는구나
아이 : 그래요. 흥이 안나요. 훈련도 지겹기만 하고
공감 : 노력하는 만큼 안타도 치고 그러면 훈련도 재밌을텐데.. 그렇지?
아이 : 그럼요. 훈련방법을 바꿔볼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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