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미국야구코치협회ABCA 방문기
지난 달에 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에 있는 미국야구코치협회ABCA를 다녀왔습니다. 3년 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요. 이번에도 ABCA의 짐 리차드슨 디렉터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리차드슨씨는 협회에서 코치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분으로 지난 우리 컨벤션에서 <우리가 매년 모이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축하강연을 해주기도 하셨습니다.
리차드슨 디렉터는 만나자마자 ABCA의 홈페이지 접속자수 통계를 먼저 보여주셨습니다. 한국으로부터의 접속자수가 미국, 캐나다 다음으로 세 번째라면서 한국의 코치분들께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2위와 큰 차이가 나는 3등(!!)이지만 그래도 그간의 작은 노력들이 다소나마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번역프로젝트에 후원을 해주셨던 분들, 그리고 번역과 자막편집 작업을 도와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드립니다. ABCA에 회원가입을 하시면 한글자막이 제공된 강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로서 세 번째 행사가 되는 우리야구 컨벤션의 운영과 관련한 자문을 리차드슨 디렉터에서 요청했습니다. 프로그램의 구성, 강사 선정, 후원사 모집과 상호협력, 참가자들을 위한 혜택 제공 등 컨벤션의 여러 측면에 대해 리차드슨 디렉터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긴 시간에 걸쳐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를 불러 자신이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움이 될거라며 몇몇 지역 코치들의 연락처를 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온라인 세션을 진행하고 싶은 코치들이 있다면 기꺼이 연결해 주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리차드슨 코치는 ‘올해의 코치상’을 프로그램의 일부로 운영할 계획은 없는지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저는 ‘당연히 관심이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실제 그런 이벤트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민해 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상이벤트가 열렸을 때 우리 야구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몇 가지 논란들을 생각하면 선듯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른 시점 안에 꼭 다뤄보고 싶은 일이기는 합니다.
리차드슨 코치는 강연이나 박람회를 구성하는 것 만큼이나 ‘올해의 코치상’ 행사도 컨벤션을 치르는 중요한 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코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상을 받는 코치들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보는 젊은 코치들에게는 경기에서의 승리나 우승 만큼이나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가 좋은 에너지로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리틀야구부터 대학야구까지 각 연령대와 리그 수준별로 수상자들을 선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타격지표나 수비지표 등 객관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리더십 등의 주관적인 평가를 더해 선정한다는 다소 일반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실적도 없고 언행도 불순한 코치가 수상자가 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수상자 선정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설령 팀이 리그에서 꼴등을 했어도 출루율을 지난 몇 년간 획기적으로 높인 코치가 있다면 올해의 코치 후보가 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수상 시스템 역시 코치의 전문성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저에게도 꼭 ‘올해의 코치상’ 이벤트를 시작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리차드슨 디렉터는 기회가 된다면 정기적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열고 있는 오프라인 클리닉을 한국에서도 열고 싶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그 이야기가 어쩌면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리차드슨 디렉터는 저에게 ABCA 모자를 선물로 주었고, 저는 한국에서 준비해 간 삼성 라이온즈 에코백과 롯데 자이언츠 머그컵을 답례로 전달했습니다. 우리 야구는 사고의 확장을 위해 미국이든, 유럽이든, 가까운 일본, 대만이든 바다 건너 세계와의 만남이 조금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끼리’가 지배하는 야구는 야구 자체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사고방식도 편협하게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