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이 완전히 주어진 식탁

식구들과 샤브샤브를 먹으며 떠오른 것들을 뉴스레터 11호 ‘코치라운드 생각’에 적어보았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장인장모님 두 분을 모시고 집 근처의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고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습니다. 보통 큰 냄비에 3~4인분을 시켜서 함께 먹는 일반적인 샤브샤브집과는 달리 우리가 간 집은 1인용 샤브샤브집이었습니다. 각자 원하는 메뉴를 시키고 1인용 냄비를 자신의 식탁 앞에서 끓여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한참 맛있게 식사를 하는 도중에 장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빠가 아주 잘 드시네. 혼자 편하게 먹으니까 잘 드시는구나. 내가 자꾸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하니까 더 안드시는 것 같아. 앞으로 여기 자주 오자.”

​대부분 저희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음식을 즐기는 것보다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오랜 시간 가족을 챙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일텐데요. 그러다보니 식사 중에 온전히 음식을 즐기시기 보다는 함께 식사하는 가족들을 살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먹어보라고 하고, 반찬도 가까이 옮겨주시고 하면서요.

​저의 장인어른도 식사 때마다 그렇게 자식들을 챙겨주시는 분입니다. 함께 먹는 국이나 탕, 고기 등을 덜어먹을 때도 늘 조금만 달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다들 비슷한 풍경이실 듯) 하지만 딱히 주변을 챙겨줄 일 없이 앞에 주어진 음식을 맛나게 드시는 모습에 저도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모든 음식을 함께 먹는 문화입니다. 메인 메뉴도 함께. 반찬도 함께 말이죠. 이런 식탁에는 눈치껏 배려하며 챙겨주는 다정함과 정겨움이 묻어있지만 약간의 불편함도 존재합니다. 특히 집에서 차린 밥을 먹을 때 식탁에는 미묘한 욕구들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사를 차린 분은 가족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식탁에서 식구들이 먹는 모습이 자신의 기대와 어긋나게 되면 살짝 섭섭한 감정이 올라오며 ‘맛있는 식사를 보채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오히려 편안한 식사를 방해하곤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들을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야구장의 선수들을 떠올렸습니다. 자기에게 온전히 주어진 음식처럼 연습이든 경기든 오롯이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 선수들에게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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