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과 셀프 토크, 그리고 웃고 떠들기 (제레미 쉬팅거, 감성지능을 선수육성에 적용하기 2편)

2021년 1월 <I-70 Baseball Coaches Clinic>에 소개된 조지아 그위넷 대학 Georgia Gwinnett College 제레미 쉬팅거(Jeremy Sheetinger) 감독의 강연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눠서 소개합니다. 긴 강연영상을 보기 쉽게 옮겨주신 리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야구 7호와 8호에도 강연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전글에서 이어집니다.)

야구코칭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일 (제레미 쉬팅거, 감성지능을 선수육성에 적용하기 1편)

이제는 여러분들 차례입니다. 지도자로서 나는 어떤 부분을 좀 더 개선시켜야 될까? 사실 이 질문은 매일 아침 ‘오늘은 무엇을 할까?’ 하는 질문과 함께 스스로에게 던져야 되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하루 일과를 준비하면서 ‘오늘은 어떤 목표를 한번 달성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일이 끝날 무렵이 되면 하루를 돌아보면서 ‘그래. 오늘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조금 나아졌어’라고 스스로 피드백을 합니다.

EQ는 어디서 드러나는가?

  • 의사결정                         ● 인간관계
  • 시간관리                         ● 표현능력
  • 변화에 대한 인내심        ● 분노조절
  • 단호함                             ● 신뢰
  • 공감능력                         ● 책임감
  • 스트레스 인내                ● 고객서비스
  • 소통능력                         ● 유연함

이제 감성지능을 야구훈련에 적용하는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 봅시다. 아까 언급되었던 냉철한 경기운영, 선수들이 잘 이해하도록 말하기, 선수들의 자아(ego)를 관리하기 등이 감성지능 훈련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기술들입니다.

냉철한 경기운영은 의사결정으로부터 나옵니다. 시간관리는 조직 차원에의 이야기구요. 단호함은 언제 어떤 상황을 만들고 그것을 팀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되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인데 이건 정말 감각적인 부분입니다.

공감은 지도자로서 정말 너무도 중요한 항목입니다. 과연 우리는 선수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물론 우리가 직접 그들의 삶을 살아본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그게 공감이라는 감정입니다.

공감을 방해하는 10가지 장애물

그리고 신뢰와 책임감, 이런 것들은 항상 유연함과 함께 따라옵니다. 마지막 항목은 고객서비스입니다. 특히 고교 레벨에서는 꼭 필요한 접근입니다. 선수들이 코치가 하는 행동을 싫어한다면 어떨까요? 코치가 선수들을 어떤 형태로는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코치를 싫어하는 선수들은 항상 맨 끝에 앉아서 다른 선수들을 코치가 이끄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쪽으로 유도할 겁니다.

명장의 공통점

사진은 미국 대학야구에서 제일 유명한 두 감독님입니다. 밴더빌트 대학의 팀 코빈 감독과 플로리다 주립대의 마이크 마틴 감독입니다. 최고의 팀의 최고의 감독님들이죠.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다면 두 분 모두 아주 강한 자제력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양손을 편 채 어깨를 으쓱하면서 지금 상황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모습을 두 분에게서 볼 수는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 알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능숙합니다. 스스로의 성품에 대한 이런 기반 위에 인간관계를 단단히 쌓아 올립니다.

마틴 감독과 저는 가끔 농담도 하며 지내는 사이인데요. 덕아웃에서 노인네 스타일로 다리를 딱 꼬고 앉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경기가 시작하면 하루종일이라도 야구를 볼 수 있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합니다. 사실 그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팀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마틴 감독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참 재미가 있습니다. 언제 심판에게 뛰쳐나가 어필을 해야 되는지, 언제 쯤에는 되돌아 와야만 하는지, 덕아웃을 들었다 놨다 해야 될 때는 언제인지, 경기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자질을 연습을 통해 키워나가지 않으면 이 사진에 나오는 꼬마 코치처럼 됩니다. 트위터에서 유명해진 영상이죠. 물론 재미로 연출한 장면입니다. 다섯 살짜리 코치가 주심의 판정에 항의한 후 퇴장명령을 받자, 덕아웃에 있던 배트를 내야로 집어 던지고, 볼박스의 연습공을 필드 안에다 쏟아 부어 버리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도 가끔 저렇게 하지 않습니까? 저 정도는 아닐지라도 가끔 우리는 감정적으로 격분할 때가 있습니다. 판정시비 또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그 정보가 우리 머리 속 대뇌 변연계로 들어옵니다. 그 정보는 머리 속에서 감정의 형태로 돌아다닙니다.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평온한 상태에서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모습이나 노트를 집어던지는 행동 모두 감정적인 것입니다. 이성의 통제없이 감정이 가는 그대로 움직인거죠.

제가 노트를 땅바닥에 집어던져 버리거나, 찢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그런 행동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감독이 크게 소리 지르고 있으면, 덕아웃으로 들어와야 될 타자가 그냥 바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아마 그 선수도 자기 헬멧이나 배트를 내동댕이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짜증 섞인 소리는 덕아웃의 다른 사람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줍니다.

“선수들은 항상 감독을 지켜보고 있다.” (찰리 몬토요)

우리는 선수들끼리 서로 보듬어 주면서 파이팅을 다질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어야 됩니다. 그 과정에 감성지능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 선수들과 함께 갈 수 있고, 심판들과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감성지능을 활용하여 코칭하는 얘길 하다보니 제가 아는 심판 한 분이 생각나네요. 그 분은 저희 팀 시합 때 심판을 보게 되면 마음이 편하다더군요. 왜냐하면 제가 덕아웃에서 뛰쳐 나와 말도 안되는 어필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로서 그러면 안되겠죠. 꼭 뛰쳐나가야 된다면 오히려 대화를 시도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심판들 또한 제가 감정적으로 뛰쳐 나온게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심판에게 소리를 지르면

우리는 심판이 오심을 하더라도 그것을 뒤집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봐요. 심판 양반. 제대로 좀 보세요.’ 하면서 적당히 지적하는 정도입니다. 절대 소리를 지르거나 난리를 치지 않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좀 나아지겠지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그냥 넘어가야 됩니다. 허세를 부릴 문제가 아닙니다. ‘원래 시합은 다 그런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키우자

다시 앞의 뇌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가 봅니다. 척수에서 변연계로, 그 다음에 이성적인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사례를 한번 들어봅시다. 심판의 오심과 관련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선수는 다 때려치우겠다고 하고, 학부모도 득달같이 달려와 불평불만을 쏟아냅니다. 그 상황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당신의 척수를 타고 올라옵니다. 그리고 바로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감정적으로 말을 내뱉고 팀을 이끌게 됩니다.

부부 사이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내가 쓰레기통을 좀 비우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비워. 뭔 소리야. 자기가 비워야지.” 정보가 우리 몸에 들어오고 감정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그 말은 100% 죄책감이 되어 다시 돌아옵니다. 이성을 한번 발휘해 볼까요? “알았어. 여보. 지금 당장 내가 처리할게” 하면서 바로 쓰레기통을 비웁니다.

우리가 감정을 담아 얘기할 때는 종종 불만스러운 마음이 포함됩니다. 우리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변연계의 감정이 이성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오도록 뇌에서 정보를 순환시켜야 됩니다. 지도자가 이런 부분에 능숙해야 비로소 팀의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게 되는거죠.

이런 능력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 사람의 ‘성향’이 나타납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일단 하나 있구요. 또 하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인식해야 됩니다. 물론 이런 감정 컨트롤은 쉽지 않습니다. 연습을 통해 머리에서 감정을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경기력을 높여주는 마음챙김법

연습이나 경기 전에 어떤 일이 있어서 강한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감정들은 그라운드 위에까지 따라가면 안됩니다. 지도자는 경기장 위에서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설사 그것이 ‘좋은’ 감정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도 아직 잘 하지 못합니다. 감정이 일어났을 때 달라지는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자동반응하지 않고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 다음 생각해 볼 문제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그 어떤 경우라도 감독이 우리 팀 덕아웃 안에서 가장 쿨하고 냉철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감독의 쿨한 태도는 리더십으로 연결됩니다. 시합 중 아쉽게도 실책이 하나 나왔습니다. 감독은 일부러라도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힐끔힐끔 감독을 쳐다보면서 눈치를 봅니다. 선수가 덕아웃을 쳐다 봤는데 감독이 실수에 개의치 않는다? ‘어라. 감독님이 별로 야단치지 않는 분위기네, 그러면 나도 실수한 것은 툴툴 털어버리고 맘 편하게 하면 되겠다. 친구들아. 우리 지금부터는 실수없이 잘 해 보자.’ 이런 팀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저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머리 속에서 그 말을 먼저 소화시켜 봅니다. 선수들은 감독이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경우가 썩 많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답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감독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하면서 선수가 물으면, “그래. 내가 생각 좀 해 보고 있다가 얘기해 줄게.”하고 대답하면 됩니다. 감정이 앞서서 급하게 결정한 일을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상 뭔가를 바로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감정에 휘둘린 경우라면 더 그렇죠

심호흡과 셀프 토크, 그리고 웃고 떠들기

스트레스 받을 때, 시합이 꼬여만 갈 때, 주자가 가득찬 상황에서 타자가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될 때, 그런 순간에 지도자로서 덕아웃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 바로 그것이 감성지능입니다. 쓸데없는 감정을 떼어내는 겁니다.

우리팀은 명상을 많이 합니다. 명상을 통해 ‘제대로 호흡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숨을 쉬는 것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심호흡’은 의외의 도움을 줍니다. 천천히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심장박동을 떨어뜨립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도 조금 더 맑아집니다. 강연이나 경기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상을 하며 호흡연습을 합니다.

심호흡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그 정보가 변연계를 지나 이성의 영역으로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심호흡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관찰하면 좋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심호흡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이야기를 해준다면 분명 한 단계 더 발전한 겁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선수들에게 덕아웃에서 많이 웃고 떠들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 보세요. 저는 마치 덕아웃 제일 앞 줄에 있는 관객처럼 있습니다. 두 팀의 경기를 즐겁게 지켜봅니다. 그 순간을 즐기면서 크게 웃고 떠듭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나서야 할 것 같은 때가 찾아옵니다. 경기를 보며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패닉이 찾아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선수들도 느낍니다. 덕아웃 분위기가 심상치 않겠죠. 그때 저는 감정적인 부분에서 한발짝 물러나 선수들에게 뭔가 웃긴 얘기를 하나 던집니다. 팀 모두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단칼에 베어 버리려고 합니다. 그 친구가 웃으면 성공한 겁니다. 절대 심각하게 얘기하면 안됩니다.

셀프 토크(혼잣말)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셀프 토크가 멘탈에 미치는 영향을 지도자는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혼잣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하는 혼잣말을 대본으로 만들어서 읽어 본다면, 과연 몇 명이나 그 내용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난 바보야.’ 이런 식으로 자아비판적인 셀프 토크도 많고, ‘역시 난 안돼’와 같이 부정적인 동기부여를 하는 셀프 토크도 많습니다. 하지만 셀프 토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자신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긍정적인 셀프 토크를 건내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셀프토크가 도움이 되려면 (벤 프리클리)

저는 오지 가리도 감독님이 항상 써먹던 방법을 좋아합니다. 야구시합을 하다보면 많은 두려움이 일어납니다. 두려움은 경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두려움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감’입니다. 자신감은 긍정적인 생각에서 나오고 셀프 토크를 통해 우리는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심호흡과 셀프 토크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한번 해 보세요. 라이벌팀과 경기 막판에 1대1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정말 재미있는 야구시합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부담감을 떨쳐내고 경기를 즐기는 겁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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