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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으로 쫓겨나 눈물을 흘리는 유소년 선수를 보며 (김병준)

올해 가을,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대회를 다녀왔다. 지난해 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신설된 스포츠윤리센터의 인권감시관을 맡게 되어 운동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유소년 대회인 만큼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한껏 기대했지만, 몇몇 지도자들의 강압적인 지시와 고성, 폭언 등으로 그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당신은 코치입니까, 아니면 깡패입니까?

아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지도자들과 달리, 열심히 공을 던지고 치는 아이들의 기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한 감독을 보며 마음속에서 수없이 외쳤던 말이다.

“니들은 왜 스트라이크는 안치고 다 볼을 치냐? 이 새끼들아?”
“저 XX 새끼 뭐햐냐? 야! 저놈 덕아웃 들어오면 내 눈앞에서 안 보이게 해라.”

공을 하나 칠 때마다 3루 쪽 감독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아이들이 어떤 성장을 할 수 있겠는가? 안타 치면 칭찬을 받고, 헛스윙하며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눈치를 주며 결과론적으로 평가하는 감독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관중석으로 쫓겨난 아이는 한껏 풀 죽어 머리를 숙이고만 있었다.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렸다. 그 과정을 뻔히 지켜본 심판, 대회 관계자 등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는 단순 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과 배움은 절대 함께 춤출 수 없다

다른 종목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야구와 자주 비교되는 축구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지난 2019년 대한축구협회는 유소년 초등축구 경기에 8인제를 시행했다. 또한, 시합 중에 코치의 지시를 전면 금지했다. 혹 경기 중에 감독이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하면 바로 경고가 주어진다. 선수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우고자 유럽 선진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그 결과 전보다 선수들의 볼 터치 비율이 높아지고 골도 자주 나오면서,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까지 경기 중 폭언과 고성이 오가는 강압적인 훈련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선수 개개인의 사고 능력과 빌드업,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육 전문가로 코치를 육성하는 미국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는 “스스로 판단하며 축구 자체에 대한 통찰을 키울 수 있고, 실패의 결과도 스스로 책임지는 이런 과정은 분명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감독님 지시가 없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못해도 뭐라 하지 않으니 눈치 볼 필요도 없고 훨씬 재미를 느낍니다.”

인권감시관을 하면서 전국 여기저기를 다니며 다양한 종목 경기를 감시한다. 대부분 종목에서 폭력적인 훈련환경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처벌수위도 한층 높이며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야구’만 시합 중 지도자의 고성과 욕설이 다른 종목에 비해 현저히 많다. 타격은 스포츠 기술 중에 가장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교육과 권고만을 통한 의식개선이 아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의 사례와 같이 유소년 대회에서 이닝 중 코칭을 금지하거나, 고성이나 욕설을 하는 지도자에겐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선수의 정서를 무너트리는 언행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유소년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뿌리부터 바꿔 나가야 한국 야구의 진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준
EFT스포츠심리센터

우리야구 10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코치의 언어폭력verbal abuse이 선수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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