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반력을 이용한 전진력보다 회전력에 의존하는 우리 선수들 (박지원, 더블유STC 트레이너)

우리야구 9호 특별판 ‘킬로미터’에 소개된 박지원 더블유STC 트레이너와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 : 손윤, 유효상

Q 미국 뉴올리온스에 있는 탑벨로시티 아카데미를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NC 다이노스에서 트레이너로 있던 2018년 1월에 유망주 투수들, 투수 코치와 함께 탑벨로시티 센터를 찾았습니다. 루이암스트롱 국제공항에서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첫인상은 공간이 넓고 다양한 운동 기구가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목적은 구속 향상이었죠.

Q 첫 날은 선수 몸 상태를 살펴봤을 텐데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보던가요?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처럼 고니어미터를 이용해 어깨 관절이나 중추, 고관절 가동범위 등을 일일이 다 검사하고, 서전트 점프나 10m 스프린트 등을 통해 순발력과 골반 회전 속도 등도 측정했습니다.

이론 교육을 중요하게 

Q 대략적으로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오전 8시 10분 센터에 도착해서 8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했어요. 센터에 들어가서 웜업을 하고 이론 강의를 꽤 많이 했습니다. 먼저 운동역학이나 바이오 메카닉스에 대한 이론 교육을 하고 나서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습해서는 그냥 동작만 흉내 내는 것에 그치니까 선수들이 확실히 이해하게끔 이론 강의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습니다.

Q 탑벨로시티가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요?

투구 동작에서 하체의 지면반력과 하체 힘을 써서 나가는 법, 그리고 상하체 분리에 중점을 뒀어요. 그리고 3X(X는 extension을 의미)라고 해서 발목, 무릎, 엉덩이 관절의 강한 펴짐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고, 상하체 꼬임을 만들어주는 걸 매우 강조했어요. 탑벨로시티에서 제일 처음에 한 말이 “메카닉이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메카닉에 따라 동작을 하더라도 선수에 따라 힘쓰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서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를 많이 했어요.

Q 센터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탑벨로시티가 가장 내세우는 게 구속 향상입니다. 구속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가요?

A 구속을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필요한데, 우선 내 몸을 잘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겠죠. 그러니까 중추신경계의 능력이 중요하고, 그만한 힘을 낼 수 있는 근력 증대 등이 필요합니다. 또 에너지 시스템이라고 해서 밥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던지면 그만큼 힘을 쓸 수는 없다면서 그런 것도 구속에 약간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래서 메카닉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하는 거죠.

뒷발의 3 익스텐션(extension) 강조

Q 탑벨로시티는 투구 단계를 구분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보통 투수의 투구 동작을 와인드업부터 시작해서 스트라이드, 상하체 분리, 코킹, 익스텐션 등으로 나누잖아요. 그런데 탑벨로시티는 스트라이드 구간과 스로잉 구간이라는 두 가지로 나누더라고요. 스트라이드 구간은 와인드업한 상태에서 엉덩이가 나갔을 때부터 앞발이 착지할 때까지의 구간이고, 스로잉 구간은 착지한 후부터 공이 손을 떠난 뒤 팔로스윙까지로 구분했어요. 그 두 구간에서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을 많이 했어요.

Q 아마도 스트라이드 구간에서는 지면반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 같네요.

A 맞습니다. 스트라이드 나가는 구간에서는 지면반력을 써서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그러려면 힘을 강하게 내야 하고, 발목과 무릎, 엉덩이를 강하게 펴준 뒤 상하체 분리가 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거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한 팀 린스컴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샌프란시스코 시절 린스컴이 경기 중에 투구를 하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오른발이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는데, 그만큼 오른발에 강한 힘을 주면서 땅을 딛고 있었던 거죠.

단순히 체중만 이동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 강하게 지면을 밀고 나가려는 준비동작인 거죠. 그러면서 발목과 무릎 등이 쭉 펴진 상태가 됩니다. 린스컴은 강하게 지면을 딛고 나서 발목에 이어 무릎과 엉덩이를 쭉 편 상태에서 지면을 강하게 밀어주면서 앞으로 나갑니다.

빠른 공을 던지려면 지면반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거기에서 탄성 에너지가 생기니까요. 그리고 엉덩이가 나가면서 상하체 분리가 이루어집니다. 골반이 들어갔을 때 상체는 아직 뒤에 남아 있는(어깨 회전의 지연) 꼬
임이 만들어지는 거죠.

SSC(stretch-shortening cycle)을 만들어라

Q 그러면 스로잉 구간에서는 어떤 점을 강조했나요?

A 생체역학에서 SSC(stretch-shortening cycle)라는 게 있습니다. 근육의 길이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고무줄이 있으면 강하게 당겼다가 놓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잖아요. 근육이나 힘줄에도 그런 성질이 있어서 이런 꼬임을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죠. 탑벨로시티에서는 고무줄을 당긴 상태에서 한 번 더 강하게 당겨주는 걸 강조했어요. 그러면 능동적으로 긴장된 근육이 수축 직전에 늘어나면서 더 큰 수축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하체에서 지면반력을 이용해 앞으로 스트라이드 했을 때 상하체 분리가 이루어집니다. 스트라이드 할 때 강한 엉덩이 회전을 만들어주면 순간적으로 한 번 더 SSC가 만들어집니다. 즉, 한 번 더 추진력을 얻는 겁니다. 그냥 단순히 몸을 꼬아서 던지는 게 아니라 하체의 지면반력을 쓰면 그만큼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어깨 회전의 지연이 길면 길수록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중추도 더 자극받고 어깨도 외회전(어깨 관절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회전시키는 것)을 해야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어요. 탑벨로시티는 탄성에너지를 더 많이 생기도록 투구하는 걸 많이 강조했어요. 지면반력을 이용하면서 자유족을 앞으로 강하게 나가면 그만큼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강하게 밀고 나갔으면 이번에는 앞다리가 그걸 버텨줘야 힘을 상체로 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앞다리로 버티면서 어깨 회전의 지연이 이루어지면 한 번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엉덩이가 나간 거리로 추진력을 파악

Q 선수들의 동작 분석도 이루어졌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이었나요?

A 투구 동작 분석이라며 투구 동작을 영상으로 다 찍어서 측정했습니다. 지면반력기 위에서 던지는 데, 카메라를 정면과 측면에 설치하고 촬영했어요. 다만 여기에서 아쉬웠던 게 측정 장비가 좀 그랬습니다. 몸에 센서를 일일이 붙이는 장비를 쓰면 컴퓨터로 데이터가 다 나오잖아요. 그런데 탑벨로시티에서는 센서를 붙이지 않고 사람이 손으로 포인트를 다 찍어서 하더라고요.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세밀함은 아쉬웠죠.

어쨌든 이 측정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투구 동작에서 엉덩이가 나간 거리로 그 선수의 추진력을 파악하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지도자분들은 주로 하체가 얼마나 나갔는가로 판단하는데, 그 점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엉덩이가 최대로 나갔을 때 상하체 분리가 얼마큼 이루어졌는지, 그게 잘 될수록 강한 힘을 낼 수 있으니까 그걸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하게끔 하더라고요. 그 가운데 최대치가 나온 것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그렇게 하도록 반복시켰어요. 수치를 일단 측정하고 나서 다른 선수와 비교했어요. 좀 흥미로웠던 것이 투구폼이 비슷한 선수를 임의로 정해서 그 선수의 데이터를 보여주더라고요. “이 선수는 이만큼 나갔는데, 너는 이 정도밖에 못 나갔다”는 식으로요.

Q 아무래도 탑벨로시티는 동양 선수의 데이터가 없으니까 미국 선수와 비교했을 텐데 신체적 특성 등이 달라서 어려움이 다소 있었을 듯 합니다.

A 맞습니다. 참조 이상의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동양 선수의 데이터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도 분석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앞으로 동양 선수의 데이터가 쌓인다면 더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선수의 생체역학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KBO나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진력과 회전력 모두 잘 이끌어내야

Q 탑벨로시티에서 강조하는 점과 우리나라 투수의 특성을 비교해서 보면 어느 부분이 차이가 났나요?

A 전진력과 회전력에서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 투수는 지면반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니까 하체를 쓰지 않고 골반 회전력으로 공을 던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리를 올리면서 몸을 돌려서 회전력을 이용하려고 하는 거죠. 회전을 강하게 주려고 하니까 공이 빠질 수도 있고 팔이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거나 들쭉날쭉하게 됩니다. 그래서는 빠른 공도 던지기 어렵고 제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최근에 과학 장비를 이용해 데이터와 코칭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그런 변화가 있을 듯한데 그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최근의 장비를 보면 한 가지로 귀결되는 느낌입니다. 즉각적인 ‘피드백’입니다. 탑벨로시티에서 ‘King of the Hill’ 이라고 하는 지면반력을 끌어내기 위한 훈련도구를 파는데 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

발에 제대로 힘이 가해지면, 즉 지면반력을 제대로 쓰면 탁탁 걸리는 소리가 나요. 그 소리를 듣고 선수가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지면반력을 쓰는데 적합한 힘 이상을 가하면 소리가 나니까 그 소리로 본인이 힘을 충분히 줬는지 안 줬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거죠.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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