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코칭의 기반이다 (박정권)

나는 지금 2군 선수들의 타격 코치다. 코치는 말 그대로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코치의 모든 언행이 선수들에게는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코치의 눈빛 하나에 선수들은 격려를 받기도 하고 커다란 실망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흔히 코치, 그것도 프로야구단 타격 코치라 하면 늘 배트를 쥐고 2군 선수들의 1군 승격을 위해 타격 자세를 잡아주는 장면이 연상될 것이다.

자, 이렇게 해봐.
타격할 때는 이런 자세가 좋아.
타이밍은 이렇게 잡는 거야.
그렇지, 스윙할 때 타격 포인트를 조금 더 뒤에 두어야지….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큰일 난다. 정말 큰일 난다.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왜일까? 그것은 실제로 2군에 소속된 선수들과 며칠만 함께 뒹굴어보면 단박에 깨닫는다. 잠시만 그들 입장에서 서보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타격코치가 타격을 가르치지 않고 도대체 무슨 역할을 수행한단 말인가?

이 지점에서 역지사지, 코치인 내 입장과 선수들 입장을 정확히 바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치인 나조차도 그들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프로구단 2군에서 뛰는 선수들은 야구에 모든 걸 걸고 뛴다. 그들 앞날에 희망은 오직 1군 승격 하나뿐이다.

코치의 말의 무게

그런 의미에서 섣부른 훈수는 자칫 한 선수의 앞날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는 큰일 날 행동이다. 나의 한 마디가 선수 하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면야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선수의 밸런스가 무너진다거나 장점을 갉아먹는 훈수가 된다면 한 사람의 인생과 꿈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다.

흔히 인생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여러 조언을 건넨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필요한 조언이고 젊은 후배가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생활하다 보면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짧게 훈수를 두었는데 하루아침에 내가 후배들 사이에서 ‘꼰대’로 소문나 있을 때가 있다. 후배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하는 선배이자 책임자로서 참 당황스럽고 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코치는 모름지기 안내자 역할에 충실할 뿐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선을 지킨다는 것에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은 엄연히 존재한다. 공사 구분이나 일명 ‘워라밸’처럼 지켜야 할 선이 분명 있다.

프로야구 2군 선수들에게도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섣부른 훈수가 아닌 코칭을 위해서 나는 우선 그들과의 편안한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고 타석 안에서의 컨디션을 위해 타석 밖에서의 생활과 환경에 더 집중한다. 평소 연습 과정과 경기 중에 선수들이 가급적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려 노력한다. 조금은 막연하고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코치의 본분임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봐준다고 표현한다면 어떨까? 절대로 멀리서 관찰과 평가만 하라는 게 아니다. 거리를 너무 좁혀 어깨너머로 쌍심지를 돋운다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이런 격려다.

“네 뒤에는 내가 있어. 나서서 시시콜콜 훈계할 일은 없겠지만 네가 먼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줄 선배가 여기 있어. 그러니 아무 때라도 콜사인을 보내. 그럼 내가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고 고민을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게.”

타격 코치로서 내가 찾은 방법이 하나 있다. 나는 선수들에게 먼저 장난을 많이 거는 편이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농담도 하고 먼저 다가가 간지럽히기도 한다. 귀찮은 듯 도망가기도 하고 멋쩍게 웃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선수들의 긴장이 풀리는 모습을 확인한다. 코치 역할, 코치의 가치를 나는 그 지점에서 찾았다. 적절한 분위기 메이커. 편안하게 운동에 전념하게 도와주는 철저한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선’을 정확하게 지키는 존재. 그것이 내가 발견한 코칭 요령이다.

멘탈 코칭 역시 같은 지점을 지향한다. 한마디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러 이론이 존재하고 다양한 코칭과 평가 방법이 있고 산술적으로 접근하는 법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코칭은 코칭을 제공하는 이와 코칭을 받는 현역들 사이에 오가는 인간관계에 기반을 둔다. 그 위에서 대화도, 코칭도, 어떤 개선 방안에 관해서도 상의가 이루어지고 시도와 평가도 가능해진다.

사랑하는 2군 선수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소 쑥스럽지만, 한마디 부탁하고 싶다.

“힘내. 내가 늘 너희 뒤에 있어. 1군 승격 그리고 나아가 스타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선배가 뒤에 있으니 아무 때나 손을 내밀어도 좋아. 같이 가자. 그리고 같이 승리하고 같이 성장하자. 너희의 절박함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줄 테니.”

박정권
SSG 랜더스 타격코치

<천하무적 박정권>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우리야구 10호에 소개한 글입니다. 우리야구 구입은 우리야구 스토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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