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휴식 vs 최악의 휴식 (문요한)

우리는 왜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신적인 피로를 풀 수 있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하나의 에너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스테판 카플란Stephen Kaplan 등이 주장한 ‘주의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은 정신적 피로의 원인과 이의 회복과정을 설명합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일이나 과제를 할 때 여러 잡념이나 유혹, 그리고 부적절한 감정을 통제하고 과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뇌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져 점점 산만해지고, 짜증이 납니다. 우리의 주의집중력은 마음 먹은대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그 용량이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통제된 주의directed attention’는 일정 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정신적 피로(뇌 피로)’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꼭 휴식이 필요합니다.

만약 쉬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고 계속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애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주의력이 고갈되어 정신적 소진에 빠지게 됩니다. 즉,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뇌를 쉬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뇌가 충분히 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 생각과 달리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뇌를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하면 우리는 뇌의 시동을 끌 수 없습니다. 멍 때리고 있는 동안에도 여러 공상, 기억, 잡념에 빠져 있는 상태라서 마치 자동차의 공회전처럼 뇌는 계속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멍때릴 때 작동하는 뇌의 신경망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주의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모하게 되는 것이지요.

주의 회복이론에 따르면 주의력을 회복하는 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쓰지 않는 주의effortless attention’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유유자적한 주의를 말합니다. 무엇이 있을까요?

주의 회복이론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 녹색환경 속에서의 휴식입니다. 파란 하늘과 산을 바라보고, 싱그런 꽃과 나무와 가까이 하는 등 자연과 연결될수록 주의력은 잘 회복됩니다. 휴식의 한자어인 ‘쉴 휴 休’ 역시 사람이 나무와 함께 있을 때 쉼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물론 이상적으로는 ‘나는 자연인이다’가 되는 것이 좋을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집과 사무공간을 보다 녹색환경으로 꾸미는 게 필요합니다. 홈 가드닝, 오피스 가드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두번째는 내적동기에 기반한 휴식활동입니다. 즉, 무언가를 통제할 필요 없이 마음이 어떤 활동에 끌릴 때 우리의 주의는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어 과정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여가활동을 보내는 것입니다. 즉, 좋아서 하는 여가활동(오티움Otium)이야말로 정신적 회복의 특효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안 좋은 휴식은 무엇일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은 자신에게 맞지도 않고 과정의 기쁨도 없는 여가활동을 억지로 하는 것입니다. 즉, ‘애쓰는 휴식’이야말로 가장 나쁜 휴식이며 그 끝은 정신적 소진입니다.

당신의 휴식은 어떻습니까?

글 : 문요한 정신과 의사, 문요한 마음연구소 소장

우리야구 8호에도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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