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아이와 어떤 식으로 대화해야 할까요?” (김병준)

“도대체 아이와 어떤 식으로 대화해야 할까요?”
“도통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상담하며 선수 부모님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보통 자녀와의 대화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이 공감인데요, 아이의 마음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님 의지대로 통제하려고 할 때 많은 갈등이 일어납니다.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에게 가장 화나는 순간(혹 스스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을 때라곤 합니다.

​청소년기 학생야구 선수들의 일반적인 특징

​이때는 청소년들의 특성을 알면 자녀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상담하면서 많이 볼 수 있는 학생야구 선수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청소년 기본법은 9~24세 연령을 청소년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시키는 것만 하고 주변 눈치를 보며 운동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평소 자기 마음 상태가 어떤지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뭐가 문제야?’
‘왜 그러니?’
‘네 속마음을 시원하게 말해!’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신체의 급격한 발달과 정서의 미숙함 사이에 불균형이 생깁니다. 체구가 급격히 성장하지만, 그에 반면 마음은 초등학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압적인 운동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상황적, 기술적인 요구는 높아지는데 심리적인 부분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해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선수가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공감해 주지 않으면

​또한, 이성보단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고 아무리 말해도 두려움, 수치심에 지배되어 무의식적으로 실수를 숨기려고만 합니다. 또한, 진로나 전학의 문제에서 이성적인 선택보단 지금 순간의 감정을 더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과의 대화는 감정 공감이 우선입니다. 감정이 편해지면 정보 전달이 한결 쉬워집니다.

​한편으론, 청소년들은 자의식이 심하고 자기 중심적인 ‘상상적 관중(imaginary audience)’의 특성도 보입니다. 마치 자신이 무대 위에서 연극하는 배우처럼 모든 사람이 자기를 쳐다본다고 느끼며 행동합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잘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하고,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어떻게 보이는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씁니다.

​또한, 대중매체에 자주 보이는 유명인들과 비교하며 자신만의 우화(fable)를 만드는데, 과하면 현실과의 괴리감에 실망과 우울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무작정 이런 모습을 부정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게 좋습니다.

​불안은 부모님으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아

​자기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너무 특별해서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성향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죠.

“야구 해보지도 않은 엄마 아빠가 뭘 알아!?”

부모님의 물질적 지원 아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독립하고픈 욕구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코치나 멘토를 통해 부모님의 의견을 전달해주세요. 힘들게 뒷바라지하시며 키워온 자녀의 이런 모습이 서운하실 수도 있지만,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니 인정하고 지켜봐 주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안타까워 매번 부모님이 그 짐을 대신 들어주려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는 시련을 이겨낼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운동선수에게 좌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 도와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추스를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세요. 불안은 아이가 아닌 부모님으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들어 보일 때는 의견 제시 차원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역할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야구하는 모든 학생이 이런 특성을 가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혹 아이가 위와 같은 모습들을 보일 때는 어른이 되어 가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라고 이해해주면 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 : 김병준
EFT스포츠심리센터 멘탈코치. 책 <스포츠 멘탈코칭 EFT> 저자. 최고 기량을 낼 수 있는 힘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철학으로 야구선수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야구 5호(2021년 1/2월호)에 소개된 김병준 코치님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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