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
운동선수의 기술습득과 관련해 PGA 명예의 전당 교습가인 마이클 헤브론이 던지는 질문에 눈이 머뭅니다. 이런 내용을 접하면 코치분들이 많이 불편해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가르치는 일체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헤브론 코치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이것은 연습의 초점을 무엇에 맞출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연습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는 코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집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국에서는 연습을 ‘시킨다’거나 ‘가르친다’고 말하기 보다 연습을 ‘조직한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어떤 것들은 배울 수는 있지만 가르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것들은 코치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 때 더 잘 배운다.
운동학습에서 ‘제약주도학습constraints led learning’이라 불리는 개념이 있다. 환경 속의 무언가가 원인이 되어 기술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이 저절로 발현되도록 이끄는 원인으로는 도구나 장비일 수도 있고 과제task 자체일 수도 있다.
이런 학습방식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에 경이롭다. ‘집중해야지’라는 생각도 없이, 때로는 배우는 기술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도 저절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움직임을 익힐 때 의식consciousness을 덜 쓰는 것은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해지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행동패턴’으로 돌아가곤 한다.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종종 최고의 플레이를 한 순간에 일종의 ‘생각없음non-thinking’ 상태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의 학습을 통해 그런 ‘생각없음’ 상태를 보다 자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스윙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스윙을 해야할까? 아니면 어떤 기술을 요구하는 과제를 통해 자동으로 익히도록 해야 할까?
“저는 제가 친 수많은 스윙이나 퍼팅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볼이 어떻게 날아가는지 본 기억만 있을 뿐이죠. 샷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만 기억납니다. 하지만 일단 샷을 하기 위해 걸어가면서부터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타이거 우즈)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까? 이런 경험을 스스로에게 허락한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