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하는 선수에게 이겨내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양윤희)
지도자분들이 ‘선수를 키우는 것’을 삶의 최우선 목적으로 가져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때로는 배우고, 때로는 비우며 성찰하는 삶을 살아갈 때 선수는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보며 성장해 나갈겁니다.
“지도자가 삶을 즐겨야 선수도 즐겁게 운동한다”
오히려 일상적인 반복훈련보다 놀이형 훈련을 하는게 지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주로 얻으시나요?
제가 좀 선수시절부터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이를테면 제가 지금 관상용 새우를 기르고 있습니다. 피규어나 프라모델을 만들기도 하고요. 여러가지 취미가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야구에만 연연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행도 많이 가고요. 여행을 가면 ‘왜 아이를 그렇게 나무랐을까? 돌아서니 아무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면 돌아와서 다시 아이들하고 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더라고요. 아이들한테는 즐기면서 운동하라고 하지만 막상 감독님들은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에 즐기지를 못하잖아요. 우선 지도자인 저부터 즐거워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따라하며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저희는 배팅연습할 때 테니스도 치는데요. 테니스를 치다보면 인아웃이 잘되거든요. 치는 지점이 면이니까 엎어버리면 안맞기도 하고요. 꺽거나 퍼져 나오는 애들한테 좋더라고요. 뛰어와서 치는 것도 합니다. 원바운드로 던져주고요. 이게 팔로만 치려고 하면 안맞거든요. 반대로 좌타로 때리기도 하고요.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여러가지를 시켜야 제가 덜 피곤합니다. 어릴 수록 잘 안되면 짜증이 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놀이나 다른 걸 하다보면 오히려 잘 됩니다.
이번에 전국대회 가셔서 쉬는 날 놀러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들도 가끔 시합 전날인데 운동을 해야 하지 않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럼 말씀드립니다. “어머니. 지금 오래 차타고 오셔서 피곤하시죠? 애들도 피곤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코치들도 “오늘 야간 몇시에 할까요?” 하고 물어요. 그럼 똑같이 말합니다. “너 피곤하지? 그럼 아이들도 피곤하다.” 피곤해도 내일 시합이니까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는 이해가 잘 안갑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연습을 하면 막상 다음날 시합 때 제기량이 안나올거 아니에요? 감독도 다음날 경기를 생각하면 긴장되거든요. 그런데 나가서 연습하고 있는 애들 스윙을 보고 있으면 자꾸 단점만 보이고 머리가 아파요.
대부분은 운동선수라면 그런 피곤함은 이겨내야 하는 거라고 여기지 않나요?
저는 선수 생활 할 때도 이해가 안가는게 많았습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기억이 나더라고요. ‘왜 이런 걸 해야하지?’ 하는 의문이 많았어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추석연휴 5일을 쉬다가 나오니 운동하기 싫잖아요. 어머니가 오셔서 아이가 차에서 안내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방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애들한테 “무엇이든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 운동선수니까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펑고 받을 생각하면 힘들지? 쉬었다가 다시 런닝 뛰려면 힘들텐데 못뛰어서 혼날까봐 무섭지? 감독님도 그래. 너한테 그런 것들을 이겨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무서움이나 두려움이 있다면 감독님한테 말을 해도 되지 않겠니? 앞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말을 좀 해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파라솔에 앉아서 애들 훈련하는 거를 같이 보자고 했어요. “나 심심하다. 나랑 말동무하면서 놀자. 재미없으면 집에 가라. 그런데 쟤는 배팅이 왜 저러냐?” 그러니까 말을 막 하더라고요. 그래서 치고 싶으면 치라고 하니까 주섬주섬 하다가 또 나가서 운동하더라고요. 그날 하루종일 운동 다 했어요. 그리고는 다음날도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