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

U-18 야구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고교 대표팀이 예선라운드를 벌이는 마이시마 야구장에 다녀왔었습니다. 1만명 규모의 아담한 경기장이었습니다.

오사카 시내에 이런 구장이 몇 개는 되는 듯 합니다. 서울에서 아마추어 경기를 하는 곳은 구의와 신월야구장입니다. 두 곳 모두 관중석이 400석이 채 안됩니다. 1루와 3루 덕아웃 옆 쪽에 간이 좌석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응원온 학부모들이 자리를 차지하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사실상 없습니다.

두 야구장 모두 한가한 시선으로 즐기고자 하는 야구팬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꼬마들 야구가 보고 싶어 들러도 부모님들 눈치 때문에 편하게 있기가 어렵습니다. 상대 팀의 좋은 플레이에 “나이스!”라고 외치다가 눈총을 맞는 사례를 여러번 봤습니다.

공간의 구조가 미치는 영향

관람의 불편함은 그렇다치고 (사실상) 관중석이 없는 경기장이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헤아려 봅니다. 공간의 구조가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간 소통을 극대화하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건물의 구조·사무실 배치에 신경을 씁니다.

관중석이 없는 야구장, 즉 오로지 경기의 진행만이 목적인 야구장이 그곳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습니다. 선수들 주변에는 긴장된 상태로 플레이의 좋고 나쁨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사람들(지도자와 부모)만 있게 됩니다.

평가받는 마음은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얼마전 경기장 구석의 담장 너머로 까치발을 하며 친구의 경기를 응원온 두 명의 여학생을 보았습니다. 이 여학생들이 과자와 음료수를 까먹으면서 마음껏 친구를 응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여자친구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기대감이 감독님께 혼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보다 선수를 성장시키는데 더 큰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

구의야구장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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