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묻고 이종열 위원이 답한다 (3) “레슨을 해도 늘지가 않습니다”
“레슨을 해도 늘지가 않습니다”
레슨을 통해 아이를 가르치면 폼이 바뀐다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사실상 폼은 바뀌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이 해왔던 폼에서 벗어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종의 착각이에요. 아이를 어떤 틀에 자꾸 넣으려고 하지 않으면 오히려 좋아집니다. 배트는 어떻게 들고, 자세는 어떻게 잡고 하는 등의 틀에 자꾸 넣으려고 하는게 오히려 위험합니다.
저는 레슨을 요청받으면 일단 선수의 말을 들어봅니다. 선수가 원하는게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자녀의 변화된 모습을 원하거든요. 자세가 바뀌든가 하여튼 뭔가 바뀌어야 돈들인 보람이 있다고 여기세요. 우리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동작을 구분지어서 분석하는 형태의 교습을 많이 합니다. 먼저 똑바로 서고, 그 다음은 다리를 어떻게 하고, 허리를 돌리고 등등 하면서요. 하지만 야구 잘하는 선수치고 그런 식으로 배워서 잘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습니다.
아들을 상대할 때도 가르치려고 하기 보다 들여주려고 할 때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가 있더라고요. ‘아. 내가 착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가르쳐주고 끌고 가야 한다는 착각을 했던 거죠. 제가 한 친구를 레슨을 해준 적이 있는데 자세는 이렇게 하고 동작은 저렇게 하라는 식으로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레슨 마치고 전국대회를 나갔는데 7할을 쳤다는 거에요. 그냥 한 시간 동안 제가 한 일이라고는 ‘너 지금 괜찮다. 잘 하고 있다.’ 이렇게 격려해준게 전부에요. 그런데도 선수는 스스로 변화를 일으킨 겁니다.
얼마전 학부모 아카데미에서도 다루어졌던 주제인데요. 과연 무엇이 기본기인가? 저는 아이들의 재능을 막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기본기일지도 몰라요. 어떤 아이는 힘이 쎄고 어떤 아이는 힘이 약합니다. 팔다리도 생긴게 다 달라요. 그런데 하나로 만드려고 하니 문제가 생깁니다. 저도 프로시절 코치님께서 계속 주문하는 스윙방식이 있었어요. 코치님 말씀대로 해야 시합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타석에서 일부러 코치님께서 가르쳐준 동작대로 스윙을 하고 타석에 서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하던 대로 타격을 했어요. 저한테는 출전이 절박했거든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기 어려우니까요.
레슨은 효과가 없으면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먼저 아이한테 물어보는게 첫번째에요. 선생님은 어떤지도 물어보시구요. 그래도 3개월 정도는 꾸준히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세나 동작이 변하는 걸 보시지 말고 시합에 나가 안타를 쳤는지 등 실질적인 면을 통해 레슨의 효과를 판단해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