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부터 한 종목에만 매달리면 몸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김병곤)
Q. 의외로 센터에 초등학생, 중학생 어린 친구들이 눈에 띕니다. 이 친구들이 벌써부터 부상치료나 재활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일단 어떤 종목에 필요한 동작만을 반복하는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이 전문적으로 한가지 운동만 하는 것은 신체적인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근육이나 뼈, 건, 인대들의 성장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운동을 접해야 하는데 편식을 하듯 특정 동작만 반복하다보니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죠. 제가 볼 때는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스트레칭도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런닝도 적당히 해나가면서 운동을 이루는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균형있는 발달이 가능할텐데 그런 이해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운동선수의 길을 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인정한다고 볼 때, 부모님이나 지도자분들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예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가급적 신체를 골고루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길게 내다보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작업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게임에서 졌다고 수백 개의 섀도우shadow를 한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종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선수들이 빛을 보는 시기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잖아요?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성장해 나중에 빛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겠지요. 진학이 성적과 무관하지 않은 분위기이다 보니 이렇게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많은 현상들이 보입니다.
제가 프로팀에서 나온 지 3년 정도 되었는데요.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몸이 많이 망가져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께 아이의 몸상태를 보여드리거든요? 아이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동작들을 해보라고 하면 부모님들이 놀라십니다. 어떻게 그런 쉬운 동작이 되지 않냐는 것이죠. 그런 기본적인 동작들이 안되기 때문에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자세들은 더 안되게 됩니다.
Q. 의외로 요즘 선수들이 과거에 비해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훈련은 더 체계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 드리면 제가 11년 정도 프로구단에 있었는데요. 제가 2000년에 입사를 했을 때 지켜본 선수와 나올 때쯤 본 선수의 레벨이 다릅니다. 기술적인 레벨이 아니라 신체적인 단단함의 정도가 다릅니다. 오히려 요즘이 더 안 좋아요. 체격적으로는 분명히 크긴 큰데 안좋습니다. 움직이는 능력, 기술적인 능력을 제외하고 뛰거나 움직이면서 자기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습니다.
어릴 때 저희들은 오징어놀이도 하고 많이 뛰어 놀았잖아요? 제가 운동과학을 공부해보니 그런 운동들이 다 몸을 단련하는데 필요한 동작이었다는 겁니다. 놀이를 하며 우리가 자주 한 동작들에 과학이 다 숨어있어요. 한발로 뛰는 ‘깽깽이’라고 하지요? 뛰어다니면서 서로를 밀치는 동작이나 중심잡고 오래 서 있는 것, 멀리 뛰며 노는 행위들이 모두 기초체력의 토대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얻어지는 체력단련의 과정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요즘 선수들이 약해진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능하면 어렸을 때 많은 스포츠를 접하게 하잖아요 그렇게 서로간에 어울리다가 자연스럽게 돋보이는 아이들을 걸러내는데, 우리는 아이가 야구를 하고 싶어하면 야구부에 보내서 오로지 야구에 올인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아이가 실제로는 야구에 그다지 재능이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팔의 감각은 굉장히 좋은데 다리의 감각이 안 좋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구요. 커다란 숲 속에 들어가 다양한 체험을 한 후 자유롭게 선택을 해야 하는데, 부모나 지도자의 몇 가지 판단만을 믿고 그 속에서 올인하게 되니까 많은 것들을 놓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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