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스피드 논란은 이제 그만!

리팝님께서 직접 발굴해서 번역해 주신 기사입니다. 정말 길고 난해한 내용인데 감사드립니다.

배트스피드 논란은 이제 그만!

배트스피드를 측정한 후 이를 타구측정장비와 3차원 동작감응장치에 연결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배트스피드와 타구 특성의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들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기반이 드디어 마련되었다.

사실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배트스피드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타자의 배트스피드가 조금 떨어질 때 오히려 타구속도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은 빠른 배트스피드라는 것이 배팅의 정확도를 조금 포기해야만 얻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 의견은 나름 논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야구공을 치기 위해 손과 손가락을 쓰는 소근육 운동을 직접 해보았거나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스윙동작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타구의 특징 간에 연관성을 찾는 일은 아직까지 야구계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바 없는 새로운 작업이다. 하지만 운좋게도 우리는 배트 센서와 타구측정장비를 가지고 지난 1년간 실내 연습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유한 Blast motion 배트 센서와 HitTrax(타구측정장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금도 모임이나 SNS 상에서 말만 무성한, 스윙 단계에서의 각종 지표들이 결과적으로 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배트스피드와 관련된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 글을 올린다. 특히 더 높은 타구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배트스피드를 늦춰야 된다는 주장에 대해 확실하게 짚어볼 것이며, 아울러 배트스피드와 타격훈련과의 다른 연관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배트스피드에 대한 설명

자, 그러면 이제 야구공이 배트에 맞아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오는 것. 즉, 타격에 관한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먼저 한번 알아보자.

아래의 항목들이 배트에 맞은 공의 타구속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다.

– 배트스피드
– 배트의 질량(무게)
– 투구 스피드
– 공과 배트의 충돌 효율성 (스윗 스팟에 맞추기)

위 항목들 외의 다른 요인들은 타구속도를 만들어내는데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미친다. 타격은 기본적으로 탄도운동(*1)인데, 이는 최대한 신속하게 에너지를 몸의 중심부에서 사지를 통해 몸의 말단부까지 전달시키는 것을 말한다. 타격의 경우 몸의 에너지는 손을 통해 배트로, 배트를 통해 공으로 전달되어 결국 튕겨져 나가는 발사체를 만들게 된다.

아래 항목은 타구속도를 증가시키는 요인들이다.

– 몸에서 가장 먼 곳의 속도를 증가시키기 (배트)
– 타격시 배트 진동 감소시키기 (스윗 스팟 맞추기)
– 투구 스피드를 증가시키기

배트와 공의 종류와 무게, 투구 스피드 등은 사실 타자가 본인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타구속도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더 빨리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타구의 비거리가 아니라 타구속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타격 후 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중력, 대기상태, 그리고 공의 회전이다. 극한 고도에서 경기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들은 타구속도와 연관된 공과 배트의 충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타자는 배트스피드와 스윗 스팟에 수평으로 공을 맞추는 두가지를 제어할 수 있다. 그래서, 만일 두 명의 타자가 동일한 구장에서 동일한 공과 배트로 동일한 투구를 동시에 같은 각도로 타격한다면, 둘 중 더 빨리 배트를 돌려 공을 맞춘 타자가 더 높은 타구속도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배트스피드가 빠를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스윙이 빠를수록 공을 스윗 스팟에 정타로 맞출 확률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투수가 공을 세게 던질수록 커맨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견과 희한하게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어쨌든 좋은 소식은, 이제는 이러한 주장들의 타당성을 측정하고 검증해 볼 수 있는 도구를 우리가 갖췄다는 점이다.

배트스피드, 타구속도, 효과적인 타격에 대한 계량적 분석

자, 이제 본격적으로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 그리고 효과적인 타격 사이의 통계적 관련성에 대해 논의해보자. 우리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배트스피드가 높은 타구속도를 만들어내는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실내 연습장에서 테스트 타자들을 대상으로 상관관계를 추적해 보는 작업을 통해 배트스피드가 어느 정도나 중요한지에 대해 더 확실한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Blast motion 배트 센서와 HitTrax(타구측정장비)의 데이터를 결합하여 분석했던 이전 블로그 게시물의 내용을 참조하여, 우리는 배트스피드와 기본적인 타구의 특성치들 간의 상관계수(*2) 행렬을 다음과 같이 뽑아낼 수 있었다.

(실내연습장의 테스트 타자를 통해 측정한 위의 상관계수 행렬은, 배트스피드가 타구속도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발사각, 좌우 수평각과 배트스피드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실내연습장에서의 9,000번에 걸친 타격 데이터를 표본집단으로 하여 타구속도와 배트스피드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요인인 발사각과 좌우 수평각은 타구속도와 특별한 관련성이 없었다. (블로그의 이전 게시글에서, HitTrax와 Blast motion의 데이터를 연결시켜보면 타구속도와 파워 지표들 간의 상관계수는 0.88로 극도로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의 상관계수는 0.204로 절대치만 놓고 보면 그리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표본집단인 9,000번의 스윙 데이터는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의 관계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계치를 더 낮춰줬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일부 측정오차가 있을 수 있고, 사용된 배트가 조금 달랐을 수도 있고, 테스트용 타자들의 실력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을 통해 배팅 스피드와 타구속도 간에는 통계적으로 확실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스윙 테스트를 실제로 진행해 보면, 피칭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며, 배트의 종류나 타자의 피로도도 그때 그때 다르다. 또 측정장비의 오류도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배트스피드와 타구 속성 지표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스윙 테스트는 그 나름의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테스트 타자(많은 스윙과 그와 연결된 타구속성 데이터를 가진 타자)들의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에 관한 평균치, 최대치, 그리고 표준편차와 같은 기술통계량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해 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우리 자체 지표인 Blast motion의 타격도달시간(Time to Contact) 지표도 추가하였다. 또한 Statcast(*3)의 실타 분류기준( 타구속도 59 mph 미만)을 적용하여 제대로 치지 못한 타격 데이터를 분석에서 제외시켰다. 그에 따라 타자의 배트 컨트롤 능력에 일관성이 있는 데이터만 분석대상이 되었다.

위 데이터를 보면 평균 타구속도와 평균 배트스피드, 그리고 최대 타구속도와 최대 배트스피드 간에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관계수는 각각 0.823, 0.841로 나타났다. 그리고, 평균 배트스피드와 최대 배트스피드의 두 지표 모두 충돌시간(타격도달시간)과 실타비율에 대하여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달리 말해서, 타자의 배트스피드가 빠를수록 충돌시간(타격도달시간)이 짧아지고 실타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 우리는 타자들을 수준별로 분류한 후 타격재능과 배트스피드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살펴보자면, 아래 표는 방대한 양의 쌍대 상관분석에 대한 각각의 통계적 p값(p-value,*4)을 보여주고 있다.

 

(유의성과 관련하여 좀 더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거나, Bonferroni-Holm 다중비교 보정을 채택하더라도, 위에서 설명한 관계는 통계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하다.)

위에서 제시된 배트스피드와 타구속성 지표와의 관계는 배트스피드가 효과적인 타격 전반에 걸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배트스피드가 어떤 결과치를 만들어낼지 직접적으로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Blast motion 평균 데이터에 의거하여 테스트 타자들을 빠른 스윙, 보통 스윙, 느린 스윙 타자들로 분류하였고(표준편차가 +1보다 큰 경우 빠른 스윙 타자, -1 보다 적은 경우 느린 스윙 타자), 그에 따라 그들의 인플레이타구BIP(Ball In Play, 파울이 되지 않은 타격)를 추적하였다. 그 다음에 각각의 BIP에 대한 wOBACON (wOBA on contact, 컨택이 된 타구에 대한 가중평균출루율, *5))을 계산하였고, 그 값들을 평균하여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하였다.

위의 결과를 살펴보면 배트스피드가 ‘FAST(빠른)’로 분류된 타자들의 타격성적은 ‘SLOW(느린)’로 분류된 타자들 보다, 모든 인플레이타구BIP에 대한 wOBACON 지표가 0.139 높으며, 정타(*6)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BIP에 대한 wOBACON 지표는 0.213 만큼 더 좋았다. 따라서 우리는 배트스피드를 끌어 올리는 것이 타자의 성적 향상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정타, 즉 제대로 맞춘 타격 데이터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배트스피드가 빠를수록 타격성적(wOBACON)이 극대화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선수들이 배트스피드를 조금 낮춘 상태에서 더 높은 타구속도를 일관성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리의 실내연습장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타자들이 배트스피드를 낮추고서는 더 빠른 타구속도와 더 나은 타격성적을 기록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연히 밝혀졌다. 실제로 두 변수들은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것도 직접 비례하여 증가하는 거의 선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추가적인 분석을 위해 우리는 수천건에 달하는 타자들의 매 회차별 배트스피드 데이터를 그들 각각의 최대 배트스피드(해당 타자의 배트스피드 상위 10% 평균에 해당되는 속도)와 비교하여 스윙의 강도에 따라 분류하였다. 타격 성적을 평가하는 지표로 wOBACON을 사용하였는데, 우리는 타자들이 본인 최대 배트스피드의 90~95% 정도일 때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얻었으며, 85% 이하의 스피드로 타격했을 때에는 저조한 타격 성적을 보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최대 배트스피드를 끌어올리게 되면 최대 배트스피드에 따른 비율 또한 따라서 올라가기 때문에, 이는 배트스피드를 올려야 된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한건 한건씩 볼 때, 타자가 배트스피드를 낮추는 경우 오히려 타구 속도가 증가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현상에 일관성이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 다만, 이런 드문 사례들의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몇가지 요인은 있다. 선수와 지도자들의 확신 편향(confirmation bias), 테스트 투구의 차이, 그리고 측정 센서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배팅 스피드가 강력한 타격, 즉 타구속도와 별로 상관없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수 있다.

자, 고교선수나 좀 실력이 떨어지는 성인 아마선수들의 경우와 수준급의 기량을 가진 프로나 대학선수들의 경우를 비교해 볼 때 지금까지의 확인한 내용들은 분명한 사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탁월한 배팅 스피드를 가진 정규 메이져 리거들을 대상으로 이 내용을 적용해 본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과연 우리는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배트스피드를 기준으로 삼아 좋은 타자와 그렇지 않은 타자를 구별해 낼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에 적합한 답을 주기는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그동안 많은 분석가들이 Statcast 데이터를 통해 메이져 리거들의 배트스피드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충돌 효율성(스위 스팟 맞추기)이라는 변수 때문에 배트스피드와 관련하여 공개된 추정치 데이터들을 타구속도와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대부분의 공개된 배트스피드 추정치들과 타격 성적 사이에는 지나치게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때문에 우리는 이 데이터들을 분석에 사용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에 따라, 우리는 HitTrax/Blast motion 데이터와 Statcast 데이터를 활용하여 제대로 맞은 정타(Barreled up)의 BIP만을 대상으로 하여 메이져 리거들의 배트스피드에 대한 대용치로 쓸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 빗맞은 타구나 범타를 제외시킨다면 남은 데이터는 모두 충돌 효율성이 극대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건건의 타격별로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충돌 효율성의 변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 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의 순수한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HitTrax와 Blast motion 데이터를 통해 각 타자들의 평균적인 ‘최고 타구속도’를 산출하였고, 각 타자들의 평균적인 배팅 스피드로 인해 만들어지는 평균적인 ‘최고 타구속도’를 추정하기 위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0.6125라는 의미있는 결정계수(*7) 값을 얻었고, 이를 2018 Statcast 상위타자들에게 적용시켜 메이져리그 야수들의 평균 배트스피드(Blast 기준)를 추정하였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가 만들어낸, 배트스피드가 빠른 타자들과 느린 타자들의 추정 리스트는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납득이 될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정이 배트스피드와 선수들의 평균 타구속도를 그다지 왜곡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의 이 배트스피드 방정식이 MLB 레벨에서도 상당히 정확한 추정치를 제공한다는 확신 하에, 우리는 Steamer에서 추정한 각 타자들의 2018년 예상 wOBA(타격재능 평가지표의 역할)와 그들의 평균 배트스피드를 비교하는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두 지표들 간의 결정계수는 0.15 수준이었다. 이 분석을 통해 우리는 배트스피드와 타격재능과의 관계가 마치 투수에게 있어서 패스트볼의 구속과 다양한 투구재능 지표들 간의 관계와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었다.

빠른 패스트볼 구속을 만들어 내는 것이 투수의 성공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인 것과 마찬가지로, 빠른 배트스피드 역시 타자의 성공에 있어서 아주 핵심적인 요소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배트스피드와 타격지도

지금까지 우리는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 그리고 우수한 타격성적과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냈다. 자, 이제 이러한 결과가 훌륭한 타자를 육성시키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

실내 연습장에서 테스트 타자들을 동원하여 얻어 낸 결론은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 간에 명확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타구속도라는 것은 잘 맞춘 타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이므로, 타자를 지도하는데 있어서 배트스피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항목이다.

배트스피드를 끌어올리는 훈련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잘 정리되어있다. Driveline에서는 일반 배트가 아닌 좀 더 무겁거나 좀 더 가벼운 배트를 사용하기도 하고, 속도에 근거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쎄게 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내용이지만, 배트를 빨리 휘두르고, 타격시 배트의 진동을 최소화시키는 것(스윗 스팟에 맞추는 것)은 타구속도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볼을 가능한 한 쎄게 치려고 노력하는데 있어서, 배트를 빨리 휘두르는 것과 공을 스윗 스팟에 수평으로 맞추는 두가지 모두가 아주 중요한 훈련요소가 된다.

둘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윙을 더 빨리 하는 것이 스윗 스팟에 제대로 맞추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더 빠른 타구속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히려 배팅 스피드를 줄이라고 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떠들듯이, 메이져리거들이 공을 더 쎄게 칠 때 자신의 스윙이 조금 느리다고 느끼는 것 또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ALTIS(프로 운동선수 훈련기관)는 프로선수들의 경우 가속을 할 때 오히려 자신이 스윙이 조금 느려졌다고 느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실내연습장 테스트와 MLB 데이터를 보면, 느려졌다는 느낌과 달리 실제로 배트의 스피드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타자들이 어떻게 느꼈냐는 것은 실제와는 전혀 다르며, 이러한 차이에 대해 지도자들이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충분히 알려줘야 될 것이다. 우리가 가능한 한 배트 센서와 타구 측정장비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다. 이 장비들을 사용함으로써 타자들의 느낌과 실제 상황이 정확히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투수들이 새로운 구종을 익힐 때 볼 추적장비와 카메라를 사용해서 그들이 느낀 것과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작업과 대동소이하다. 만일 타자가 스윙이 느리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제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는 상승한 것으로 측정되었다면, 그제서야 타자는 좋은 타격을 위해 본인이 어떤 감을 갖고 있어야 되는지를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와의 관계, 그리고 이를 위한 훈련방법에 대해 심도있게 알아보았다. 자, 이제 배트스피드와, 훈련을 통해 꼭 익혀 볼 만한 우수한 타격 방법과의 몇가지 다른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Blast motion과 HitTrax 데이터를 연결하여 분석한 이전 게시물에서 보였듯이, 배트스피드와 충돌시간 간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의 테스트 타자들이 일반 아마츄어 타자들과 비교해 볼 때, 배팅 스피드가 좀 더 빠르고, 충돌시간이 좀 더 짧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프로 선수들은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충분히 들어온 이후 타격하는 경향이 있다. 홈플레이트 끝에서부터 공이 배트에 맞는 위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본 결과, 프로 선수들은 23.52 인치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교 선수들의 26.13 인치에 비해 3인치나 짧았고, 대학 선수들의 24.22 인치에 비해서도 거의 1인치 정도나 차이가 났다. 이 사실들은 우리가 프로 선수들의 투구 충돌시간이 짧다는 것을 잘 설명해 준다. 왜냐하면 이 지표값은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해서 공이 배트와 충돌하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타자가 공이 최대한 깊숙이 들어왔을 때 배팅을 한다면, 충돌시간은 더 짧아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공이 좀 더 앞쪽에 있을 때 배팅을 할 경우 당연히 충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Blast는 충돌 직전의 방망이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충돌시간은 배트스피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공이 더 깊숙이 들어온 이후 타격(deep contact)을 한다면 배트를 휘두르는 시간 자체가 짧아지기 때문에 충돌 직전의 배팅 스피드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공을 좀 더 앞에 두고 타격하는 경우(out-front contact) 배트가 회전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므로 충돌 직전 배팅 스피드는 좀 더 올라가게 된다. 우리의 프로 선수들은 빠른 배팅 스피드를 갖고 있고 좀 더 깊은 공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배트스피드는 낮추는 것이 충돌시간을 줄여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배트스피드와 충돌시간 간의 이러한 음의 상관관계 때문에 공이 배트에 맞는 임팩트 지점을 좀 더 뒤로 물리는 것이 충돌시간을 더 짧게 만든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빠른 배트스피드로 홈플레이트 깊숙한 곳에서 제대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말 그대로 초고난도의 타격기술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난이도 높은 기술을 훈련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좋은 훈련법 중에 ‘심도 사다리 훈련'(depth ladder)이 있다. 이 훈련은 홈플레이트 중앙과 홈플레이트 앞쪽 끝에서 8~10인치 정도 간격을 두고 공 3개를 놓은 다음, 타자에게 지금 셋팅한 각기 다른 3군데의 공 위치에서 번갈아가며 스윗 스팟에 타격을 하도록 하는 연습이다. 이 훈련을 좀 더 확장하면, 더 무겁고 더 가벼운 배트를 사용해 보거나, 플리오(plyo, *7)로 배팅을 하는 연습을 추가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이 추가적인 훈련들 역시 배팅 스피드를 강화하고 스윗 스팟에 정타로 맞추는 능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만일 연습상황이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도 이러한 훈련의 효과를 보고 싶다면, 혼합타격훈련이나 기계볼을 칠 때 무작위로 공이 날아오도록 셋팅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결론

이제 우리는 빠른 타구속도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우수한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배트스피드를 잘 활용해야 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지도자들은 의도적으로 배트를 더 빨리 휘두르고 좀 더 정확히 스윗 스팟에 맞추게끔 타자들을 훈련시켜야 된다. 또한 실제로 측정된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에 대하여 타자들이 느끼는 감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새로 개발되는 기술들을 활용해야 되며 훈련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를 줘야 된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배트스피드의 중요성에 관한 물리적 통계적 요소들을 제시함으로써 낮은 배트스피드가 효과적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반박할 뿐만 아니라, 배트스피드와 관련된 변수들의 관계를 잘 살펴 이를 타자들을 훈련시키는 데 적극 활용해야 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배트스피드의 중요성은 기초 물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명백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시한 통계적 분석의 결과를 참고하여, 타자를 훈련시키는데 있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명확히 인정되는 요소들과 그들간의 선형(linear)의 상관관계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타자는 무조건 배트를 빨리 휘둘러야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느낌을 받든 어떤 액션이 필요하든 어쨌건 타자는 빠른 스윙을 해야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다양한 훈련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배트스피드가 빨라야 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글쓴이 : 타격코치 맥스 듀토, 계량분석가 알렉스 카라반, 세이버메트리션 댄 오코인

* 역자 註

1. 탄도운동 : ballistic movement, 최단시간에 가속시켜 최고속도를 만들어내는 근육수축운동

2. 상관계수 :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수치화한 지표로서 -1에서 +1 사이의 수치로 표현한다. 상관계수가 1인 경우 ‘양(+)의 상관 – 하나가 오르면 다른 하나도 같이 오른다’, 상관계수가 -1인 경우 ‘음(-)의 상관’ – 하나가 오르면 다른 하나는 오히려 내린다’, 상관계수가 0이면 ‘무상관 – 하나가 오르든 말든 다른 하나는 무관하게 움직인다’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Statcast : 메이져리그에서 선수의 운동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자계측장비

4. p-value : 상관관계 분석에서 가설의 유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 일반적으로 p값이 0.05 보다 적으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본다.

5. OBA : 출루율 / OBACON : OBA on contact, 타격에 의한 출루율 / wOBACON :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과 같은 타격별 득점 기여도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여 산출한 OBACON, 간단히 말해서 아주 정교하게 산출한 타자의 성적지표.

6. 정타 : Squared-up – 스윗 스팟에 제대로 맞춘 공, Barrel – Statcast 기준으로 타구의 속도(EV, exit velocity), 발사각(laugh angle)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타격, 쉽게 말해서 제대로 잘 맞춘 타격을 의미함, 본문에서는 Squared-up에 해당되는 타격만을 대상으로 wOBACON을 산출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정작 도표에서는 Barreled Up이라고 표현되어 있어 혼선이 있지만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7. 결정계수 : R square, 회귀분석의 설명력 지표, 결정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설명력이 높다.

8. plyo : 경식 야구공이 아닌 말랑말랑한 PVC 소재의 연습용 야구공, 속에 공기가 들어 있는 제품으로 공이 배트에 맞은 후 스윗 스팟에 제대로 맞았는지, 빗 맞았는지 즉석에서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음. (유튜브 검색 ‘hitting plyos’)

번역 : 리팝님

(원문기사 읽기)

Debunking Bat Speed Myths

(관련글)

오버로드/언더로드 배트의 훈련효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