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P가 진리는 아니지만 위안은 된다.”

자녀가 투수라면 카톡으로 보낼 문장들이 드글드글한 고영표 선수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확률과 운이 (특히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작용하는 야구에서 몇몇 지표는 선수가 몇 경기의 부진을 가지고 쓸데없는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도록 활용될 수 있습니다. 고영표 선수 인터뷰는 참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네요. 울 아들도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욕심) (출처 : 스포티비뉴스)

FIP가 진리는 아니지만 위안을 삼는다. 물론 내가 득점권 피안타율이 높고, BABIP도 높고 하니 5점대 평균자책점이 나왔다. 하지만 FIP를 보면 더 좋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난 볼넷을 적게 주고 삼진을 많이 잡았다. 규정 이닝을 못 채웠지만 25경기 이상 뛰었던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에선 FIP가 1위다. 다음 시즌엔 더 낮출 수 있다. 수비가 도와주지 않을까(웃음).

친다고 해서 다 안타가 아니다. 내 BABIP가 높긴 해도 0.370이다. 다시 말해 0.630은 아웃이 됐다 뜻이다. 내가 가운데로 계속 던져서 맞더라도 아웃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볼넷을 줄이다 보면 연속 3안타를 줘도 이후엔 아웃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계산을 했다. 차라리 3볼까지 가지도 말고 맞자. 맞으면서 자신 있게 던지자. 그러다 보니까 ‘여기에 던져야지’ 이런 생각을 안 하게 됐다. 특정한 위치에 던질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여기에 던지자’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나서 볼넷이 줄었다. ‘여기에 던져야 하지’ 하면 저기로 간다. 몰린다. 마음에 손끝까지 전달된다. 난 그래서 편안하게 하다 보니까 볼넷이 줄었다. BABIP는 높지만, FIP는 낮게 나왔다. 아, 또 피어밴드가 많이 알려 줬다. 코너로 던지지 말고 가운데로 낮게 보고 던져라. 가운데로 던지다 보면 꽉 찬 공이 들어가기도 한다.

난 미국 야구를 관심 있게 본다. 미국 야구 보면서 느낀 점은 탈삼진 300개, 200이닝 이상을 기록하는 투수를 보면 제구력 대신 힘을 신경 쓰는 것 같았다. ‘가운데로 던져도 맞아 나가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카운트가 몰렸을 때에만 커맨드를 신경 쓴다. 그래서 제구보단 공의 구위가 투수에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이 느리든 빠르든 힘이 있다면 빗맞는 타구가 나오고, BABIP가 떨어진다고 개인적으로 정의를 내렸다. 재미있다. 세부적인 지표를 배우면서 야구를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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