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 쪼개서 진행하는 기본기 연습의 문제

대체로 많은 코치들은 초보자가 기술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동작을 쪼개서 연습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하나의 기술을 여러 기본적인 동작들로 나누어 고립 연습을 반복시키는 방식이다. 그런 단순한 동작들에 선수가 익숙해 지면 그것들을 통합해서 다음 연습으로 나아간다. 콘을 놓고 하는 드리블 연습, 야구의 배팅티 연습, 풋볼에서 사다리나 타이어를 통과해서 달리는 연습, 테니스에서 코치가 던져준 공을 때리는 연습, 배구의 토스 연습, 농구에서 일렬로 서서 하는 패스 연습 등이 바로 그런 고립 연습들이다.

이러한 연습에는 동작의 목적이 빠져 있다. 이런 연습을 할 때 선수는 환경으로부터의 정보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함께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과의 상호작용도 할 필요가 없다. 지각과 동작의 커플링이 끊어진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농구에서 드리블을 하거나, 공이 없이 달리거나, 누구에게 패스를 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대팀과 우리팀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야구에서 타자가 투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어 스윙을 하려면 날아오는 공에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테니스 선수가 스트로크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도 날아오는 공의 궤적과 속도에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고립 연습들은 그러한 정보지각과 의사결정 과정을 없애 버린다. 선수는 코치가 알려주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가라고 하는 곳으로 뛰어가면 되고, 주라는 곳으로 패스를 하면 된다. 타자는 칠까 말까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그냥 모든 공에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코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렇게 기술을 여러 동작으로 나누어 기본기를 익힌 다음에야 경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볼 때 문제가 있다. 여러 이유로 유소년 스포츠를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각과 동작의 커플링이 끊어진 고립 연습은 대체로 지루하다. 아이들에게 그런 연습이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선수가 개성과 창의성을 발달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새로운 움직임에 도전하는 탐구심을 앗아간다.

어린 아이들도 저마다의 고유한 움직임 패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립 연습은 그런 아이들에게 ‘하나의 올바른 동작’ 내지는 ‘이상적인 동작’을 강요한다. 아이들은 코치가 주문하는 ‘기본기’를 마스터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다가 흥미를 잃고 스포츠로부터 멀어진다. 운동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 일인지를 경험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으로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본기’로 강조되는 고립 연습들은 그런 기회를 앗아간다. 기본기 연습에 지친 아이들은 운동신경이 없다고 느끼거나, 스포츠의 진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스포츠의 세계를 떠나게 된다.

(중략)

기술을 여러 동작으로 나눠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새로운 운동기술을 배우는 더 나은 방법이다. 기술을 나눠서 연습하는 것이 아니기에 처음 기술을 익힐 때부터 기술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온전히 연습하게 된다. 초보자가 움직임을 보다 쉽게 익혀나갈 수 있도록 과제는 단순화시켜 주지만 기술과 관련한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11장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