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은 낙관적으로, 계획은 비관적으로
일본의 존경받는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께서 며칠 전 돌아가셨습니다. 몇 년 전에 이 분의 책에서 읽은 구절을 테마로 ‘야구친구’에 짧은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추모의 뜻을 담아 일부 문장을 다듬어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사업의 구상단계에서는 최대한 낙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재밌겠네요. 한번 해보시죠”라며 도전의욕을 북돋워주는 사람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일류 대학을 나오고 머리가 똑똑한 사람일 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는 경향이 컸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이나모리 회장은 그런 구상을 현실화할 때는 철저하게 비관적인 관점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합니다.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위험요소와 장애물들을 최대한 많이 떠올리며 구체적인 대처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이나모리 회장의 비즈니스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나모리 회장의 책 <카르마 경영>에는 “눈은 제아무리 높은 하늘을 보고 있어도, 발은 지면을 딛고 서있을 수 밖에 없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낙관적 구상’과 ‘비관적 계획’이라는 그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나모리 회장의 이런 관점은 코치와 선수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할 수 있어. 잘 되겠지.” 많은 선수들이 이렇게 낙관적인 관점만을 붙들고 있다가 경기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런 셀프 토크나 자신감 만이 멘탈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고 실제 경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은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정탄다고(^^) 하면서 말이죠.
스포츠 심리학자인 하비 도프먼 박사는 선수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연습catastrophization’을 주문합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벌어질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들, 최악의 장면들을 미리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도프만 박사는 이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긴장감과 당혹감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 실제 경기에서의 긴장감을 낮춰준다고 말합니다.
이런 접근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올림픽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 선수입니다. 펠프스 선수는 경기 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옆라인의 선수가 자신을 앞질러 간다든지, 마지막 힘을 다해 스퍼트를 할 때의 고통을 미리 그려보는 식입니다.
낙관과 비관, 긍정과 부정을 모두 품는 태도! 특히나 온갖 실수와 실패로 가득차 있는 야구의 세계를 살아가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마인드셋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