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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을 위한 편가르기

스포츠문화연구소 이경렬 간사님의 글입니다. 이런 모습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취미반에서 시합을 하기 위해 편을 가를 때 보면 참 속이 상하더군요. 마지막에 남는 아이들을 좀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어떤 친구에게는 ‘선택받지 못했다’는 그 찰나의 경험이 두고두고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라인업 카드를 미리 준비해서 덕아웃에서 적고 발표를 해주면 간단히 해결될 일입니다.

 

 

‘섬세하고 예리하며 정교하게’ 

체육수업 소외학생을 공감하는 방법

 

이경렬(스포츠문화연구소 간사)

 

비록 직업이 체육교사는 아니지만 체육수업을 지도한 경험이 적잖게 있다. 현재도 3년 째 같은 초등학교에서 토요스포츠 ‘티볼’수업 강사를 한다. 티볼은 야구를 변형한 종목으로 투수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거치대에 공을 올려놓고 치고 달리는 방식이라 경기에서 타격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나는 팀 편성을 제일 중요시한다. 아이들의 경기력 향상보다 공정한 선발과정을 거쳐 대등한 팀 편성에 정성을 쏟았다. 왜냐하면 편짤 때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 지도 초기엔 티볼 반장보고 팀을 뽑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 팀을 친한 애들 위주로 뽑아버렸다. 다음번에는 내가 눈여겨 본 아이 두 명에게 가위바위보를 하여 자신의 팀원을 뽑는 방법을 취했다. 그 결과 상당히 대등한 전력으로 팀이 나뉘었으나 선발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잘하는 순서대로 뽑다보니 마지막까지 뽑히지 못한 아이가 홀로 남겨지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그 아이는 손톱과 손톱으로 손톱에 때를 빼듯 만지작거리는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이 호명되자 해당 팀 몇몇 애들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잡거나, 콧구멍이 정면으로 보일 정도로 고개를 뒤로 저치며 “아 재랑 같은 편 됐어, 아 재 있으면 지는데”와 같은 원성을 뱉었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그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다음 수업부터는 반 번호 홀짝으로 나누기, 제비뽑기, 카드 뽑기처럼 실력과는 전혀 무관한 팀 선정 방법을 썼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팀이 편성 될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봤으나 아무리 해도 애들끼리 편 나눈 것보다 대등한 전력의 팀을 구성할 순 없었다. 그나마 불만이 가장 적게 나오는 팀 선정방식은 수업하기 전 내가 노트에 각 팀 명단을 오름차순으로 적은 뒤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거였다.

그런데 최근 다시 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일이 생겼다. 영화 <우리들> 때문이다. <우리들>의 첫 장면은 초등학교 4학년 체육수업 피구 시합을 하기 전 편을 나누는 상황이다. 팀 구성은 각 팀의 팀 주장을 맡은 아이의 몫이다. 각 주장은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명씩 호명을 자신의 팀을 만든다.

이때 화면은 주인공 선이 얼굴로 가득하다. 선이는 자신의 얼굴 사이로 오고가는 반 아이들의 이름을 비눗방울 보듯 따라간다. 선발된 이름이 많아질수록 선이의 얼굴은 굳어진다. 결국 선이는 마지막까지 남겨진다. 선이를 뽑을 수밖에 없는 팀 주장은 상대편 주장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한다. ‘너희 팀이 잘하는 애들을 다 데려갔으니, 선이를 다른 아이와 바꾸자’는 거다. 상대편이 거절하자, 거절당한 주장은 마치 베스킨라벤스31 게임에서 벌칙이 주어지는 마지막 숫자를 부르는 것 마냥 선이의 이름을 부른다. 앞서 소개한 내 사례와 데칼코마니 같지 않은가. 놀라운 건 이 장면 재생시간이 2분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체육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들한테 위 장면을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위와 같은 팀 편성 방식을 많이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방법이 선호되는 이유로 효율성 때문이라 했다. 맞다. 주장끼리 편 뽑으면 아무리 길어도 5분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교사보다 학생들이 자기네 반 아이들의 운동실력 파악이 정확하기에 서로 대등한 전력의 팀을 편성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 효율성은 따돌림과 소외현상에도 적용된다는 게 난점이다. 5분의 상황 때문에 어떤 학생은 30분 또는 3년 넘게 고통 받을 수 있다. 영화에서 2분 남짓한 편 나누는 장면을 보고도 가해자인 나도 고통을 느꼈는데 피해자는 오죽할까 싶다.

이렇듯 체육수업에서 팀 편성은 까다롭게 해야 한다. 자칫하면 학급 내 소외학생과 따돌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급 내 여러 학생들이 특정 학생과 같은 편이 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은 체육수업에서 행해지는 또래집단 따돌림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다. 또한 체육시간에 편을 짤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일수록 학급 내에서 소외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제일 좋은 방법을 묻게 된다. 현재로서 제일 좋은 방법은 영화<우리들> 감상이라 말하고 싶다. 세간에서는 이 영화를 ‘섬세함’ ‘예리함’ ‘정교함’으로 형언한다. 이 영화를 보면 체육수업 팀 편성 때문에 소외학생이 겪는 고통을 섬세하고, 예리하며, 정교하게 느낄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공감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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