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야구를 향해!

웃어라! 야구를 향해!

오늘이면 을미년의 마지막 해가 저문다. 야구선수, 야구팬, 감독, 코치 모두 2015년이 선물한 저마다의 추억들을 품고 2016년이라는 새로운 이닝을 맞이하게 된다. 두산 팬이라면 양의지 선수가 마운드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는 장면을 두고두고 떠올릴 것이다. 리틀야구 아시아 예선 결승에서 대만에 통한의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고 쓰러져 울었던 13살 친구들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그때의 분함이 솟아오를 지도 모르겠다. 반면 올해 서울시 대회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은 덕수중학교 야구부 선수들에게 2015년은 ‘자랑스러움’으로 기억될 한 해가 되었다.

“결승에서 제가 끝내기안타를 친 순간이 기억나요. 마지막회 주자가 2루에 있었는데 투수 공이 엄청 빨랐거든요. 바깥쪽 공이 들어왔어요. ‘어?’ 하면서 그냥 맞춘다는 생각으로 툭 쳤는데 1,2루 사이를 갈랐어요. 2루 주자가 들어오면서 우리가 우승했는데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

“제가 마지막 투수로 올라가서 밀어내기로 점수를 주는 바람에 경기를 진 적이 있어요. 중요한 순간에 저를 믿고 올리셨는데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어요. 친구들, 형들한테도 미안하고..” (중학교 2학년)

“겨울 전지훈련을 가서 연습경기를 할 때 안타를 쳤던 순간이 떠올라요. 1학년이라 주로 불펜에서 형들 공을 받았는데 갑자기 제 포지션의 형이 다치는 바람에 대신 타석에 서게 되었거든요. 그때 안타를 쳤는데 정말 기분 좋았어요.” (중학교 1학년)

얼마 전 만난 유소년 선수들은 한 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마치 경기를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살짝 흥분하며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나는 유심히 관찰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수들 모두 밝게 웃으며 그 날을 추억했다는 것이다. 홈런이나 끝내기안타를 친 순간 뿐만 아니라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거나 끝내기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순간도 선수들은 쑥스럽게 웃고 말 뿐이었다.

지난 7월,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대통령배 결승전을 치뤘던 광주일고와 성남고 선수들은 질척거리는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던 스파이크의 감촉과 빗방울이 모자에 쏟아지는 소리를 2015년의 앨범 속에 담았을까? 경기가 끝나고 장대비가 퍼붓는 하늘을 보며 한참을 누워있던 성남고 선수들도 오늘은 웃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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