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세훈, LG 트윈스 데이터분석팀)
경기를 기록하는 방식에 조금 변화를 주면 비싼 측정장비 없이도 훈련과 경기준비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야구 3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퓨처스팀은 대학팀과 간혹 연습경기를 갖곤한다. 얼마 전에도 어느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했다. 포수 뒤 백네트에서 경기에 나가지 않는 저학년 선수 2명이 자리를 잡고 스피드건을 설치해 기록을 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기록지를 들여다보니 투수의 투구별 구종과 구속, 그리고 타격 결과를 기록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 고생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너무나 간단한 정보만을 적고 있다는 생각에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항목과 기록 방법을 알려 주었다. 기록하는 선수들은 아마 선배들이 늘 하던 대로 기록지를 복사해 포맷에 맞춰 적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의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해서 기록해 놓는다면 차후에 훈련이나 경기에서 각각의 선수에 맞는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크게 투수와 타자로 나누어 포맷과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매 타석의 타격 결과는 땅볼, 직선타, 뜬공으로 구분해 기록한다.
상대 투수와 오른손/왼손 여부를 표시한다.
볼카운트를 기록한다.
투수의 구종을 적고 만약 스피드건이 있다면 구속도 함께 적어 놓는다.
코스는 좌우 코스(바/가/몸)와 상하 코스(높/가/낮) 순으로 기록한다. 스트라이크는 S존, 볼은 B존으로 표시한다.
타격 타이밍, 노림수, 투구 패턴, 볼의 움직임 등을 상세내용 칸에 되도록 상세하게 기록한다. 향후에 상황을 복기하고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포맷으로 기록하는 과정이 데이터로 쌓이게 되면 여러 분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안타를 기록한 타석만을 뽑아 상대한 투수의 유형, 볼카운트에 따른 구종, 코스를 정리하면 어떤 특징 내지는 그 타자만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야구는 빠른 타구속도가 점점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직선타로 기록된 타석만 골라내서 어떤 구종과 코스를 상대했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이런 분석을 통해 만약 어떤 타자가 몸쪽과 높은 코스에 타이밍이 늦어서 범타가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면 그 타자에 맞는 연습을 준비할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맞추어 그 선수에게 특화된 훈련시간을 배분할 수도 있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드릴을 집중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
또한 타구의 성질(뜬공, 땅볼, 직선타)에 따라 안타와 범타를 나누어 보면 타자가 어떤 스윙 매카니즘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스타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경기 상황을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해 놓으면 위에 언급한 훈련이나 선수육성 측면뿐만 아니라 경기를 위한 전력분석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상대팀 투수의 유형에 따른 구종과 코스의 비율 등을 파악해 경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상대한 경험이 있는 투수의 경우에는 이전 기록을 통해 좀더 수월한 공략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투수는 투구별 구종과 코스를 기록하는 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위에 영문 기호는 다음과 같다.
T : 스탠딩 스트라이크 / S : 헛스윙 / F : 파울 / B : 볼 / H : 타격
투수 역시 데이터가 쌓이면 구종, 코스, 타격의결과 등을 서로 연결해서 그 선수만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수비나 주루도 마찬가지다. 내야수의 경우 처리한 타구를 우선 아웃과 실책으로 구분하고, 조금 더 세분화해서 기록해 놓을 수 있다. 타구의 방향(정면, 앞, 좌, 우), 타구의 강도(강, 중, 약), 송구의 방향(정확, 낮음, 높음, 좌, 우)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 역시 데이터가 쌓이면 실책이 일어난 내용을 분석해 훈련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경기에서의 시프트, 즉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전략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포수의 경우도 블로킹과 도루 관련한 상세 내용을 기록하면 훈련과 경기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마추어 때부터 이렇게 경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훈련과 경기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연습한다면 프로에 입단해서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산출한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