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눈을 준비시켜 주는 깊이지각트레이너Depth Perception Trainer

원문 번역에 더해서 해당 제품을 다루는 홈페이지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덧붙여 옮겨주신 리팝님 감사드립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유망주 대릭 홀은 올해 한 가지 큰 목표를 세우고 프로무대에서의 다섯 번 째 시즌을 시작했다.

“훌륭한 plate discipline 지표(*1), 이걸 제 주특기 목록에 올려두고 싶어요.”

올해 24세의 공격형 1루수 대릭 홀은 이렇게 말문을 뗐다. 홀의 얘기는 그냥 말로만 떠드는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눈으로 보여주는, 말 그대로 아이서비스였다.

홀은 지난달에 난생 처음으로 메이져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이후 그는 ‘Slow The Game Down'(이하 ‘STGD’)이라고 하는 회사의 시각훈련 도구를 가지고 계속 훈련을 해 왔다. 홀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

“이게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훈련을 하게 되면 내 눈이 정상적인 타이밍보다 조금 더 일찍 공을 보도록 해 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두어 발짝 앞으로 나가서 공을 친다는 얘긴 절대 아닙니다.”

홀이 사용하는 이 시각훈련 도구는 웨이트 트레이닝장 한쪽 구석에서 놓여있는 거대한 기계장비 같은 것이 아니다. 또한, 그 옛날 ‘맨발의 조(*2)’가 눈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해 한쪽 눈으로 촛불을 응시한다거나 하는 훈련방식과도 전혀 다르다. 이건 그냥 단순한 흰색 사각형 스티커인데, 배팅 연습할 때 쓰는 배트 손잡이 부분에 붙여서 사용한다. 이 스티커에는 두개의 검은 점이 마치 두 눈동자처럼 그려져 있고, 눈동자 바깥에는 검고 붉은 선들이 마치 화살 과녁처럼 동심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난 2월 22일부터 스프링캠프에서 펼쳐지는 시범경기인 그레이프 프루트 리그가 시작되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캠프가 있는 레이크랜드로 원정을 가서 첫 번째 연습경기를 펼쳤다. 홀은 6회에 주전 1루수 ‘리스 호스킨스’의 교체멤버로 출전했다. 8회에 홀은 3타점짜리 깊숙한 안타를 때렸는데, 만일 레이크랜드가 아닌 플로리다의 다른 경기장이었더라면 이는 분명 홈런이 되고도 남았을 타구였다. 이날 경기가 있었던 조커 마르샹 스타디움은 중앙 외야펜스까지의 길이가 128미터나 되는데다, 그날은 마침 바람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사실 마이너리그에서 기대주 대접을 받았더라도, 홀처럼 이제 갓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올라온 신참들은 경기 후반은 되어야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다. 덕아웃에서 출전을 기다리는 동안, 홀은 그의 연습배트를 스티커가 잘 보이도록 손에 쥔 다음 일종의 시력훈련 같은 것을 반복한다. 바로 이 연습이 홀로 하여금 그날 레이크랜드 경기장에서 자신의 시력을 아주 날카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비결이 되었다. 홀은 낮에 하는 훈련도 모자라는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비슷한 연습을 한다.

심지어 홀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에도 딱히 다른 할 일이 없다면 이 연습을 합니다.”고 얘기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자의 두 눈은 자연스럽게 그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주시하게 되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을 바라보면서 초점을 맞춰 나간다. 이러한 투구궤적의 수렴과정을 눈으로 잘 따라가는데 있어서 홀의 훈련은 큰 도움이 된다. 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다른 타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가끔 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어떤 날은 유달리 보통 때보다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훈련은 제 눈이 어떤 경우에라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예행연습을 해 주는 개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각 훈련법이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캠프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또 다른 유망주 닉 메이튼은 대릭 홀의 바로 옆 라커를 쓰고 있다. 그는 홀의 배트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한번 쳐다보더니, 자기도 몇 번 그 스티커 연습을 해 봤지만, 결국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STGD는 야구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갖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의 도움을 받은 대표적인 선수로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조지 브렛이 있다.

어떤 훈련도구 하나가 운동선수의 성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야구와 같은 종목에서, 그리고 배팅과 같은 기술에 있어서, 만일 어떤 선수가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 도구를 활용한 훈련에 몰입할 것이라는 점은 당연한 것이다. 스포츠에 있어서 심리적인 부분, 그 중에서도 ‘확신’이라는 것, 그리고 그 확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구체적인 것이다. 때로는 마음(mind)이 몸(body)을 이끌고 나간다. 배트 손잡이에 붙어 있는 황소 눈 같이 생긴 스티커 하나가 그 선수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홀은 달라스 침례교 대학 야구부 시절의 감독인 댄 히프너의 권유로 이 스티커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훈련은 제 마음과 눈을 최상의 준비상태로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과 눈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홀은 애리조나 남동부 출신으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는 야구계에 특이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인 보 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팜 소속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후에 애리조나 야구 지도자협회(AZBC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의 삼촌인 쉐인 홀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또 다른 삼촌 래드 홀은 아리조나 주립대 야구부 시절 시애틀, 몬트리올 그리고 휴스턴의 지명을 받았으나 입단하지는 않았다.

대릭 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뛰어난 타격 능력에 있다. 그는 키 192cm, 몸무게 112kg의 좌타자이다. 필리스 마이너리그 팜에서 보낸 지난 3년간 그는 홈런을 75개나 때렸다. 2017년에는 사우스 아틀랜틱 리그 MVP를 차지했으며, 작년에는 이스턴 리그 소속 더블A 팀인 리딩에서 리그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2루타 38개를 포함하여 장타 59개를 기록했으며, 홈런은 20개로 리그 2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홀은 올 시즌에 트리플 A 팀으로 가게 될 예정이지만, 그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그의 방망이에 달려있다. 그가 원하는 곳, 즉 빅리그로 올라가려면 수비, 주루, 타격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뛰어난 전천후 타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선구안과 플레이트 디시플린 지표를 끌어올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된다. 2019 시즌 홀의 타율은 2할 3푼 5리. 삼진아웃은 134개였지만, 볼넷을 64개나 얻어냈다. 이는 전년도 대비 거의 두 배 – 2018 시즌 볼넷 36개 – 에 가까운 수치이다.

“리그 톱타자들의 스윙 동작은 정말로 훌륭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그들은 좋은 공이 왔을 때 배트를 돌린다는 점입니다.”

홀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을 잘 인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타자는 스윙 동작의 중간쯤에서 공을 맞추게 되죠. 그런데 일단 스윙은 시작되었는데 투수가 던진 공이 좋은 코스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단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날아오는 안 좋은 공에 어쩔 수 없이 배트가 나간겁니다. 그 상황에서는 좋은 타격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또 볼넷을 얻기도 힘들어졌죠. 즉,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저는 이 부분을 깨우친 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더욱 잘 다듬어나가야겠죠. 제가 지금 몰입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훈련입니다.”

홀의 배트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바로 그 몰입의 증거일 것이다.

[주석]

1) 플레이트 디시플린(plate discipline) : 이 용어는 세이버 메트릭스 지표이다. 하부지표로 여러 가지 스윙비율, 컨택비율 등 복잡한 지표들이 등장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타자가 투수의 공 중에서 안 좋은 공은 얼마나 걸러냈는지, 그리고 제대로 들어온 공은 얼마나 잘 쳐 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즉, 잘 참아야 되는 경우와 제대로 쳐내야만 되는 경우를 수치화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2) 맨발의 조 잭슨 : Joseph Jefferson Jackson (1887 – 1951), 20세기 초반 MLB의 전설적인 외야수로 활동했으나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승부조작 스캔들(Black Sox Scandal)에 연루되어 불명예 은퇴하게 된다.

[추가적인 읽을거리 : Slow The Game Down社 블로그에서 부분 발췌 인용]

선수들은 항상 두 눈으로 뭔가를 본다. 만일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에 있다면, 사물은 천천히 움직인다. 뭔가를 결정할, 예컨대 스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 반면에 컨디션이 나쁜 경우라면 반대가 된다. 볼이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미사일처럼 빠른 것 같기도 하다. 스윙을 결정하기에 고민이 많아지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타자들은 심판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기도 한다. 감독이나 코치의 눈치를 보거나, 관중석의 부모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타석에서 해야 할 일은 볼을 쳐다보고 그 볼이 좀 더 천천히 다가오도록 타겟에 집중하는 일인데, 다른 것들에 신경을 쓰느라 그것들을 놓치곤 한다.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익히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날아오는 타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타자가 스윙을 하는데 있어서 조화롭게 움직여야 될 수많은 근육들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근육도 타자의 눈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사실 눈과 관련되어 있는 근육들은 다른 근육들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벌크업 되지는 않는다. 타자가 홈플레이트에서 타구를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은 따로 있다.

우리는 눈과 근육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눈과 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람의 뇌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여 시각을 활용한다. 타자가 타구를 많이 보면 볼수록 타자의 뇌는 타구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 지에 대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낸다.

번역 : 리팝

(원문기사 읽기)

Phillies prospect Darick Hall uses interesting tool to improve plate discip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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