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자발적 책임을 인식하도록 돕는 ‘회복적 성찰문’

선수에게 자발적 책임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관계와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도자분들이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접근이 바로 질문을 바꾸어 보는 겁니다. 질문이 달라질 때 답도 달라지고 사고의 틀도 확장되며, 그에 따라 행동도 달라질 테니까요.

죄와 벌의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는 죄와 벌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누가 그랬어?”
“어떤 규칙을 위반한 거지?”
“몇 대 맞을래?”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저희가 하나의 예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양식이 있는데요. 회복적 반성문, 회복적 성찰문이라고 불리는 양식입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에서 회복적 정의 개념을 공부하고 돌아가신 한 선생님께서 만드신 건데요. 운동부 지도자분들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말썽을 일으킨 아이에게 반성문을 써오라고 하면 장황하게 많이 써옵니다. 어떤 때는 길게 100장을 써오기도 하죠. 그런데 다 읽어보면 결국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아이들이 반성문을 쓰며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반성문 안에는 잘못한 자신과 처벌권자인 감독님만 존재합니다. 본인의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빠져 있죠.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회복적 성찰문입니다.

 

회복적 성찰문이 던지는 5가지 질문

회복적 성찰문의 첫 번째 질문은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입니다. 문제행동을 한 선수도 그 나름대로의 동기와 욕구가 있었을 겁니다. 물론 이것은 선수의 문제행동에 대해 동의한다는 메시지는 아닙니다. 행동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맥락과 공감받고 싶은 욕구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중립적 질문으로 ‘일단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귀를 기울여주는 것입니다. 문제아의 낙인을 찍고 ‘또 너냐?’ 하는 것이 아니고요.

두 번째 질문은 ‘자신의 행동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누구(들)라고 생각하나요?’ 입니다. 자신을 변호하는 데에서 벗어나 피해와 영향 중심으로 생각해 보도록 관점을 전환시켜 주는 겁니다. ‘내가 한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주었겠구나’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 피해는 한 개인일 수도 있고, 팀 전체일 수도 있고, 또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입니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았거나 힘들어 하는데 자신은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러닝을 하는 걸로 책임을 진다? 이상하잖아요. 책임은 반드시 피해의 회복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겁니다.

네 번째 질문은 ‘감독, 코치님이나 주변(학부모 등)에서 본인에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입니다. 이건 선수가 지겠다고 하는 자발적 책임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돕고 응원한다는 것이죠. ‘잘못을 했지만 여전히 너는 우리 팀의 소중한 일원이고 네가 자발적인 책임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우리도 응원해 준다’는 뜻을 품고 있는 질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습니다. 결국은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공동체 속에서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고요. 우리 모두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나 문제행동이 벌어졌을 때 교육적인 메시지를 잘 전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회복적 성찰문을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서 저희에게 공유를 해주셨을 때 굉장히 반갑고 기뻤습니다. ‘아! 이렇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회복적 교육을 실천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선생님께 ‘아이들이 바뀌었나요?’ 라고 여쭈어 보았더니 말씀하시더라고요.

“안 바뀌었습니다.” (^^)

이런 방향으로 접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신 지도자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당부 말씀이 있는데요. ‘안 바뀐다’라고 고백해 주신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통해 기존에 아이들이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을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의 역할은 아이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기보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지점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정용진 소장, 박윤서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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