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감독의 화이부동 야구 (4) “긴장하지 말라는 말 대신 구체적인 미션을!”

양윤희 감독의 화이부동 야구 (4) “긴장하지 말라는 말 대신 구체적인 미션을!”

Q 요즘 ‘경기 중 코칭’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주로 어떤 말씀을 하시나요?

일단 져도 된다고 하고요(웃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재밌게 하라고 하는데 저같은 경우에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약간의 팁은 줍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상대 투수의 공을 보고 몸쪽이냐 아웃코스냐를 빨리 판단해서 스윙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자고 합니다. 몸쪽이면 빨리 배트를 내고, 아웃코스면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을 하라는 거죠. 결과에 상관없이 그것만 제대로 되면 설령 아웃이 돼도 만족감을 느낄거라고 말해줍니다. 그럼 경기를 이기고 지는 건 상관없잖아요. 실제 경기에서도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제가 볼 때는 제일 필요없는 게 “자신있게 해. 긴장하지 마. 차분하게 해.” 이런 말들이에요. 그런 것보다는 선수가 집중할 수 있는 세부적인 것을 말해주는 것이 훨씬 좋다고 봅니다.

Q 마음이 긴장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둘 곳을 제시해 주는 거네요.

애들한테는 미션이라고 합니다. “자. 오늘 져도 되는데 미션은 이거다. 몸쪽이랑 아웃코스 빨리 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휘두르기.” 이런 미션에 맞게 경기를 하다보면 긴장감도 떨어지고 재밌어요.

Q 게임 안에서 자기 만의 게임을 하는거군요.

그렇죠. 또 예를 들면, 보통 경기할 때 보면 번트타구가 3루 라인쪽으로 굴러갈 때 충분히 천천히 잡아서 아웃시킬 수 있는 타구도 벤치에서 “차분히! 차분히!” 그러잖아요. 만약 상대가 번트를 잘 대는 팀이라고 하면 이런 미션을 줍니다. “선수가 1루를 지나가고 나서 공을 던져도 되니까 차분하게 스텝을 밟고 던지는게 오늘의 미션이다.” 그럼 애들이 더 잘 던져요. 그런데 “번트 대비해. 긴장하지 말고.” 그럼 더 긴장하죠.”

Q 갑자기 흔들리고 있는 투수는 어떻습니까?

보통은 “차분하게 해. 자신있게 해.”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합니다. “다음 타자가 이전 타석에서 치는 거 보니 배트가 조금 밀려나오더라. 네 직구로 승부해도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직구를 믿고 던져봐라. 아니면 감독님이 내려가서 사인을 줄까? 아니면 네가 해볼래?” 그럴 때 선수가 “사인주세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줍니다. “그래 내가 사인을 줄께. 내 사인대로 던져서 안타를 맞으면 그건 내 책임이다. 오케이?”

일단은 물어봅니다. “감독님이 봤을 때 타자가 잘치는 녀석인데 너는 뭐 던지고 싶니? 오늘 잘 먹는게 변화구야? 그거 던지고 싶어? 그래. 그걸로 가자. 네가 변화구를 던질 거라는 거 알고 들어갈께.” 그런데 만약 변화구를 던졌는데 홈런을 맞았어요. 그랬어도 변화구를 던지겠다는 이야기를 먼저 나눴으니 “왜 변화구를 던져. 이 바보야.”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없죠.

또, 밸런스가 무너져서 바꾸려고 올라가요. “어때?” 하고 물어보는데 괜찮다고 하는 애가 있어요. “던질 수 있어? 밸런스 안좋은데?” 그래도 할 수 있다고 하는 애들이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무조건 할 수 있다. 이겨내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애들이죠. 그런 애들은 공 달라고 하고 바꿔줍니다. 밸런스가 분명 안좋은데 자기는 괜찮다고 하는건 지금 정신이 없다고 봐야하거든요. 반대로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아서 올라갔는데 자기 입으로 밸런스가 안좋다고 말하는 선수는 조금 더 던져보라고 합니다. 한타자만 더 해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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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톡넷
2 years ago

안녕하세요. trainertalk.net 운영자입니다.

저는 축구 전술과 훈련을 주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고, 여러 종목 지도자님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여러 인터뷰들을 봤었는데요. 양윤희 감독님의 접근 방식은 정말 남다르시네요. 농구의 전규삼 감독님 일화 이후로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감독님의 여유로운 성품과 전문적 지식을 전적으로 신뢰할 듯 합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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