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만능주의의 위험

투수의 정체성을 다룬 이용균 기자님의 기사(http://goo.gl/36VQaj)를 접하고 피츠버그 시어리지 투수코치의 코칭방식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관련 기사(http://goo.gl/rLwZxp)를 보다가 찰리 모튼 선수의 흥미로운 멘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감능력이 뛰어나 늘 선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으며, 선수의 말 뿐만 아니라 대답을 하는 사소한 태도의 차이를 통해서도 달라진 점을 발견하곤 했던 시어리지 코치를 만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찰리 모튼은 ‘멘탈만능주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저의 멘탈을 문제삼았습니다. 머리의 문제라면서요. 조금 더 성숙해지고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면 더 잘 던지게 될거라고 했죠. 하지만 실제 저에게 자신감을 준 것은 멘탈이 아닌 약간의 신체적인 조정adjustment이었습니다. 보다 자연스럽게 던지게 되었고 저만의 딜리버리delivery를 완성하기 시작했죠. 그게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수정이었죠.”

멘탈은 기술과 체력 못지않게 경기력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요. 하지만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때 멘탈(정신력, 투혼) 만을 강조하면 ‘실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포사 김병곤 원장님의 말씀처럼 여러 각도에서의 관찰과 협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에게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살펴보았는데 제가 볼 때는 몸이 더 큰 문제였어요. 그래서 몸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정서적인 부분을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달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선수는 몸도 좋아지면서 더불어 정서적인 문제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몸이 회복되어 제대로 된 기량이 나오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몸이 근본적으로 망가져서 그러다보니 기술이 망가지고 정서적인 부분도 바닥으로 떨어진 선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선수의 눈이 풀려있는 것을 보고 감독, 코치, 부모님들은 ‘눈이 그렇게 풀려서 무슨 운동을 하겠니?’ 라며 멘탈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몸이 문제가 되어서 야구가 안되고 정서적인 혼란이 오는 건데요.

요즘 많은 분들이 멘탈에 굉장히 집중하잖아요. 저는 이 부분은 굉장히 위험하게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멘탈을 건드린다는 것은 기술과 체력이 기반이 되어있는 사람일때 가능하거든요. 물론 같이 다루면 좋긴 하죠. 하지만 자꾸 멘탈에 집중하다 보면 몸부터 망가진 아이들을 멘탈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을 띄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몸이 망가졌는지, 기술이 망가졌는지, 정신이 망가졌는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을 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하나를 놓고 어떤 사람은 몸을 보고, 어떤 사람은 기술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은 멘탈을 봐주어서 서로 확인한 뒤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기술과 지식으로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병곤 원장님 인터뷰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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