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제로 룰’의 실현방안 개발에 대한 촉구

“C제로 룰’의 실현방안 개발에 대한 촉구

이현서 (스포츠문화연구소 연구기획국장 /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2016년 국정농단과 관련된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과 학사비리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 교육부의 대대적인 감사 때문에 2017년은 스포츠계열 학과들이 대대적으로 몸살을 앓은 해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적용되는 C제로룰의 엄정한 시행으로 더욱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체육계에서 학생선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7년에 안민석 국회의원이 ‘학원체육 정상화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발의해 의결되었으며 이런 요구에 발맞추어 (사)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2012년부터 최저학력 기준에 대해 2년 동안 논의하여 C제로룰을 만들었고 유예기간을 거처 2017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C제로룰이 성급하게 도입되었다고 말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C제로룰 시행 과정에 필요한 세부 방안을 개발하지 못해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1972년에 체육특기자 제도가 만들어진 후 45년 동안 학업을 소홀히 하고 운동만 해 온 관행이 운동부와 학교 조직 곳곳에 깊숙이 배여 있다. 이런 관행을 바꾸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단계별 로드맵이 제시되었어야 했다. 시행 ‘과정’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결과’인 성적만 따져서 C제로룰을 적용해 버려 원래 목적인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만들기는커녕 학생 선수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 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C제로룰의 목적이 무엇이며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를 활성화하여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아주대 축구부 학생들 사례를 들어보겠다. 내가 아주대 근무를 시작한 2007년 2학기 당시 축구부 학생들은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축구부 코치진, 축구부 관리 직원, 그리고 학과 교강사의 협력으로 2008년 1학기부터 9년간 6단계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참여하는 수업시간을 늘리고 수업과목 종류를 다양화 하면서 축구부 학생의 학습 환경을 개선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를 본다면 2017년에 C제로룰 적용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가 1명도 배출되지 않았다는 점, 축구부 학생들이 2017년 1학기부터 모든 수업에 정상적으로 출석하여 수업 과제를 해 냈다는 점, 2017년도 U리그 왕중왕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어 작년과 유사한 경기력을 유지한 점을 들 수 있다. 아주대 축구부 학생들이 학습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축구부 학생들이 훈련받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여 교과과정에 ‘실습중심 전공수업’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에 개설된 전공수업의 총 학점수가 156학점인데, 45학점(29%)에 해당하는 수업들이 실습 중심 전공수업이다. 예를 들어 ‘축구경기 전술론,’ ‘운동수행 분석법’ 등이다. 축구부 학생들이 평일에 매일 6시간 이상 훈련하거나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하여 축구부 코치진과 관련 전공 교수진이 함께 가르치는 팀티칭 수업으로 진행하는데 앞으로 이 수업의 질을 보다 향상되는 것이 과제이다.

둘째, 교실로 출석하는 ‘이론중심 전공수업’ 시간을 미리 세팅해 놓은 것이다. 축구부 경기는 주로 금요일에 있기 때문에 매주 월-목 오전(9시-12시)과 월-수 저녁(7시-8시30분)에 교실 수업시간을 배치하였다. 이렇게 하여 축구부 학생들은 오전과 저녁에 이론중심 수업을, 오후에는 실습중심 수업을 수강한다.

셋째, 축구부 학생들은 비축구부 학생들과 같은 수준으로 따라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주 월, 화, 수요일 저녁시간에 보충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글쓰기(보고서 작성과 발표 포함), (기초)영어, 및 전공보강 수업을 진행한다. 이 보충수업들은 내가 직접 수업 내용을 기획, 관리하고, 각 수업마다 조교학생이 담당하여 진행하며 조교 학생들은 축구부 학생들의 학습 멘토 역할도 수행한다.

아주대 축구부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개선하면서 C제로룰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이상적인 ‘전인교육(全人敎育)’ 측면에서 인간에게 심신(心身) 교육을 둘 다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 몸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 축구부 학생들이 머리 쓰는 공부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적 측면에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사회는 머리 쓰는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에게 몸 쓰는 공부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체육 특기자들에게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강요하고 심지어 그 공부 내용조차 비체육특기자들의 기준에 맞추어 개발된 분야이다. 그래서 체육 특기자들 스스로 C제로룰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체육특기자들이 해야 하는 ‘공부’ 내용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소양과 자신의 운동을 보다 합리적이며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로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운동선수 ‘최저학력’의 기준으로서 성적인 C제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최저학력의 기준이 되는 학습 내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운동부 학생들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는 필수 교양수업을 운동부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여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공정성(equity)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경기 성적에 연연해야 하는 운동부 지도자들의 애로사항이 있다. 현재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연간 경기성적에 의해 자신의 일자리 여부가 해마다 결정된다. 보다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경기성적에 연연하여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 관행은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선수’라는 이상적 교육관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교육의 결과인 성적의 형태(C제로룰)로 강요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조정하고 스포츠계 지도자의 노동시장 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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